적지 않은 영상물이 이미 존재하는 인기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새 자료가 추가되었다. 마우리치오 베니니가 지휘하고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슈리나(아디나), 영국의 피터 오티(네모리노), 이탈리아의 루치아노 디 파스콸레(약장수 둘카마라)가 출연한 2009년 8월 글라인드본 페스티벌 최신 실황이다. 그중에서도 너무나 아름다운 미성과 출중한 음악성을 자랑하는 예카테리나 슈리나의 등장은 놀랍다. 모차르트와 도니체티를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젊은 스타로서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소프라노다. 상대역인 테너 피터 오티는 어린 시절 세인트 폴 성당의 소년합창단에서 실력을 닦았으며 애니메이션 필름 <스노우 맨>의 타이틀곡인 ‘Walking in the Air'를 부른 오리지널 가수이기도 하다. 성인이 된 지금은 영국 음악계가 주의를 기울여 기대하는 오페라 가수로 활동 중이다. 지휘자 마우리치오 베니니는 벨칸토 오페라에 관한 한 이 기대 최고의 마에스트로로서 유럽과 미국의 수많은 오페라 극장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여류 연출가 애너벨 아든의 섬세하고도 화사한 연출은 글라인드본의 일급 무대를 더욱 밝게 빛냈다.
[보충자료]
- 주인공이 죽거나(비극) 이별하는(멜로드라마) 것이 아니라 사랑이 맺어지는 경우를 ‘로맨틱 코미디’라고 한다. 그런데 영화나 안방극장에서 가장 인기 높은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 구조를 떠올려 보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여자가 취직했는데 운명적으로 오너의 아들과 사랑에 빠지고, 사회적 신분 차이 때문에 온갖 수모를 겪다가 극적으로 맺어진다는 식이 가장 흔한 구조라 할 것이다. <사랑의 묘약>도 알고 보면 이와 무척 닮았다. 단지 남녀의 역할을 뒤바꿔 버림으로서, 즉 잘난 여자와 별 볼일 없는 남자라는 점에서, 또 여인의 포용으로 남자를 감싼다는 점에서 마치 다른 유형의 이야기처럼 보일 뿐이다.
- <사랑의 묘약>은 오패라 부파의 전형적인 규범 몇 가지를 지키지 않는다. 우선 두 젊은이의 사랑을 방해하는 부친이나 후견인이 안 나온다. 모든 결정권은 젊은 처녀 아디나가 쥐고 있는 것처럼 그려져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야외에서 벌어진다는 점도 특이한 점이다. 부파의 본질은 실내극이기 때문에 이 오페라는 초연 당시부터 시골의 선남선녀가 아기자기한 사랑 놀음과 작은 오해 끝에 맺어진다는 의미에서 전원극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교과서적인 틀을 살짝 깨뜨린 것 때문에 보수적인 관객은 불평했겠지만 결국 인습을 벗어난 독특한 구성의 희가극이라는 더 중요한 성격을 갖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