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종전 직전에 있었던 드레스덴 대폭격은 엄청난 인명 피해와 함께 문화 유적의 처참한 파괴로 전쟁의 참극을 이야기 할 때 자주 거론되는 단골 소재가 되곤 한다. 베를린, 빈 등에 이어 드레스덴의 젬퍼 가극장마저 폭격으로 파괴되었을 때 R.슈트라우스가 받았던 충격은 말년의 작품 메타모르포젠으로 고통스럽게 형상화되어 있다. 전후의 혼란 속에서도 공연을 재개하기 위한 노력들이 즉각 재개되었다는 것이 놀랍고도 눈물겹게 느껴진다. 프로필 레이블에서 선보이고 있는 젬퍼 가극장 시리즈 2탄은 이러한 시절의 진귀한 기록을 담고 있는 1948년 9월 22일에 있었던 드레스덴 국립극장 재개관 기념 공연으로 연주된 베토벤의 ‘피델리오’ 실황녹음이다.
이번 세트는 여러 모로 놀라움과 그에 따른 아쉬움이 함께하는, 결론적으로는 경이적인 연주를 담고 있는 음반이다. 힘차게 포문을 여는 피델리오 서곡의 박진감 넘치는 연주는 과연 카일베르트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생생한 녹음은 그 이상으로 충격적이다. 모노 녹음이지만 적절한 잔향과 환상적인 악기간 밸런스를 자랑하는 음향은 가히 환상적이다. 오리지널 방송 테잎에 의한 최초 복각이라고 하는데, 도저히 녹음년도가 믿겨지지 않는다. 카일베르트의 팽팽한 지휘와 선입견 때문인지 모두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공연에 임하는 것 같은 가수진의 맹활약 덕분에 전체적인 분위기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긴장감이 감돈다. 아쉬움이라면 전곡녹음이 온전히 남아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미친 듯이 질주하는 피날레만큼은 오롯이 담겨 있어 그 날의 벅찬 순간을 전달해 주고 있다.
음반의 아쉬움은 다큐멘터리 DVD가 일부 메워주고 있다. 당시의 뉴스 화면 등에 기록된 당시 공연 장면과 당시 연주를 기억하고 있는 연주자, 방송 관계자 등과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 월간 La Musica - 이동관
[ 수록곡 ]
1. Fidelio, Op. 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