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크너의 교향곡 6번은 장대한 규모의 5번과 위대한 후기 3대 걸작 교향곡들의 위용에 가려진 작품이지만, 작곡가의 교향곡들 중에서는 이례적인 경쾌한 율동감과 우아한 분위기를 머금은 매력적인 작품이다. 본 신보는 2009년 11월 4일 로얄 페스티벌 홀에서 있었던 콘서트 실황을 수록한 것으로, 크리스토프 에센바흐는 휴스턴 심포니와의 녹음에 비해 한결 안정되고 중후한 해석을 보여준다.
피아니스트가 아닌 에센바흐를 지휘자로서 최상급으로 꼽기에는 순간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인데 기실 지금까지 그의 활동은 분명 존경할만한 것이긴 하지만 적어도 음반으로 들어본 그의 연주들 중에 인상적인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차분하게 앙상블을 잘 다듬어내고는 있지만 자신만의 차별적인 개성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그의 스타일은 결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브루크너 연주는 분명 의외의 수확으로 다가온다.
2009년 11월 4일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의 실황녹음인데 이 연주에서는 자신의 개성을 뒤로 하는 에센바흐의 접근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흡사 귄터 반트의 브루크너를 연상시킨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1악장의 처음 시작을 여는 리드미컬하게 제시되는 독특한 주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들어보면 연주 스타일의 절반 정도는 파악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처음 시작부터 최적의 템포와 자연스러운 리듬 처리가 필자의 귀를 잡아끌었다. 그 다음부터는 연주가 흘러 가는대로 자연스럽게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한 발짝 떨어져서 전체를 조망하듯 포착한 녹음방식도 지휘자의 접근방식과 잘 맞아떨어지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결코 답답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풍성한 울림 속에 개별악기들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또렷하게 부각시키고 있어 무척 만족스럽다. 느긋한 호흡으로 호젓하게 공간을 메우고 있는 금관 앙상블의 여유로운 발걸음도 칭찬해 마땅하다. 3악장의 발걸음은 다소 빠른 편이지만 기민하게 잘 제어되고 있어 조급하게 들리지 않는 점도 훌륭하다. 마지막 악장의 경우 이전까지와 다르게 조금은 더 수식이 가미된 모습이지만 크게 흠이 되지는 않는다. 오케스트라의 탄탄한 실력과 지휘자의 진중한 해석을 훌륭한 녹음으로 담아낸 멋진 음반이다. 에센바흐와 런던 필의 브루크너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 월간 La Musica - 이동관
[ 수록곡 ]
1. Symphony No.6 In A Major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