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곡들은 모두 바로크시대의 콘체르토 그로소와 고전시대의 콘체르탄테 양식을 계승하였다. 이베르의 콘체르탄테는 독주 오보에와 더블베이스를 제외한 현 파트의 각 리더들이 솔로 그룹을 담당하며,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은 오보에와 하프 두 대의 악기가 독주악기로 활약한다. 마르탱의 작품은 오보에와 하프, 그리고 다섯 현악기가 연주하는 '세기리야', '솔레다드', '룸바'로 구성되었다.
오보에와 하프. 나는 이 두 악기를 이야기할 때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다. 20세기 최고의 오보이스트인 하인츠 홀리거와 그의 부인인 하피스트 우어줄라 홀리거가 그들이다. 이 부부는 많은 작곡가들에게 두 악기의 앙상블에 대한 영감을 제공했는데, 그 중 가장 돋보이는 작곡가가 바로 윤이상이었다. 그가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곡한 ‘오보에와 하프를 위한 이중 협주곡’(1977)이 바로 홀리거 부부를 위한 것이었다. 이 음반은 윤이상은 아니지만 마르탱과 루토스와브스키의 오보에와 하프, 관현악을 위한 흥미로운 레퍼토리를 제시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혹은 당연히도) 모두 홀리거 부부를 위해 작곡되었다.
마르탱은 프랑스어를 쓰는 스위스 지역 출신으로, 삶의 대부분을 네덜란드에서 살았지만 20세기의 혁신적인 새로운 음악 언어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고전적인 음향을 가지고 있지만, 매우 극적인 진행과 뛰어난 음악적 효과, 독특한 편성이 만드는 개성적인 음색으로 오늘날에도 많이 연주되고 있다. 이 음반에 수록된 오보에와 하프,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춤’(1970)도 이러한 마르탱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세 악장은 빠르게-느리게-빠르게의 전통적인 협주곡 구성을 하고 있다. 악기 특성상 오보에가 음악을 주도하며, 하프는 오보에를 감싸는 아우라를 형성한다. 하인츠 홀리거를 위해 작곡된 만큼 대단히 어려운 기교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한스외르크 셸렌베르거는 홀리거의 자리를 넘보는 또 한 사람의 후보로서 자신감에 넘쳐있다.
폴란드의 루토스와브스키도 초기와는 달리 실험적인 접근을 자제했다. 하지만 마르탱보다는 현대적인 어법을 개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들였는데, 오보에와 하프, 챔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이중 협주곡’(1980)은 고전과 현대의 균형을 이루는 루토스와브스키의 어법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은 조화가 어려운 두 악기의 특징을 오히려 활용하고 있다. 오보에가 음악 진행의 전권을 쥐고 있으며, 하프는 오보에가 외롭지 않도록 보좌한다. 마르기트-안나 쥐스의 하프는 전체적으로 음량이 작기 때문에 이러한 구도에 그리 어색하지 않다.
마지막 곡으로 이베르의 오보에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 교향곡’이 수록되어 있다. 이베르는 선명하고 날이 선 오보에를 부드럽게 녹여낸다. 셸렌베르거 역시 마지막 인상파 작곡가의 곡을 앞선 두 작곡가와는 달리 긴 호흡의 레가토를 많이 사용하여 목가로서 연주한다. 졸탄 페스코가 지휘하는 부다페스트 프란츠 리스트 챔버 오케스트라는 독주에 맞서기 보다는 음악의 다이나믹을 그리며 작품의 완성도에 일조한다.
- 월간 La Musica - 송주호
[ 수록곡 ]
1. Trois Danses Pour Hautbois, Harpe, Quintette Solo Et Orchestre A Cordes (1-3) (Frank Martin)
2. Double Concerto For Oboe, Harp And Chamber Orchestra (4-6) (Witold Lutoslawski)
3. Symphonie Concertante Pour Hautbois Et Orchestre A Cordes (7-9) (Jacques Iber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