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로베르트 슈만의 가장 행복한 시절, 그 사랑의 결정체인 피아노 사중주와 오중주, 친숙하고도 아름다운 선율들을 피아노 듀오 버전으로 만나게 된다. 브람스 편곡의 피아노 사중주는 그 풍부한 악상들이 팔마스 피아노 듀오의 화려함으로 찬란하게 펼쳐지는데, 특히 스케르초 악장의 숨막힐 듯한 비르투오소와 안단테 칸타빌레의 애잔함은 피아노 듀오 버전으로 더욱 진한 효과를 발휘한다. 클라라 슈만이 편곡한 피아노 오중주의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로맨티시즘은 이 음반을 통해서만 만나게 되는 귀중한 선물이다.
슈만의 피아노 5중주는 이 장르의 위대한 효시가 되었다. 당시만 해도 일반화되지 않은 이와 같은 장르의 탄생은 훗날 브람스, 프랑크, 드보르자크로 이어지는 명곡들의 계보를 이루게 된다. 4개의 악기가 총주 형태로 자주 등장하기도 하고 슈만과 클라라 부부가 막 바흐의 작품에 대한 연구가 끝난 시점이기도 해서 이 작품의 대위법적 구성이나 치밀한 설계는 슈만 실내악 작품들 중 가장 으뜸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초연의 피아노 연주는 클라라가 직접 담당했으며, 이후 클라라에 의해 네 손 편곡 판본으로 편곡되었다.
피아노라는 악기의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하긴 하지만 네 손 편곡의 가능성이 지닌 가능성은 진실로 무한하다. 한 대의 피아노가 기존 파트의 악구를 연주하고 한 대의 피아노가 다른 4악기의 기능과 뉘앙스를 빈틈없이 표현하고 있다는 데서 편곡의 만족감과 이채로운 음향 구현이 인상 깊다. 특히 저현 악기를 흉내내는 피아노의 둔탁한 움직임이나 2악장의 1주제의 독주 바이올린 주제를 모방하는 피아노의 단발적인 핑거링이 아득하고 우수어린 느낌이다.
5중주가 플로레스탄이라면 4중주는 오이제비우스적인 느낌에 가깝다. 다만 각 악장을 교차하는 악구들이 완전히 분위기를 달리하고 있다는 면에 있어서 이후 다가올 정신착란의 편린을 예고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장 인상적인 악장은 클라라에게 보내는 사랑편지로도 알려진 3악장이다. 첼로의 주선율이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로 이행되는 과정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지 매우 궁금했는데 이 작품의 네 손 편곡자인 브람스는 왼손 저역대에는 첼로의 부드럽고 풍부한 음향을, 오른손 고역대에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역할을 양분하여 매우 기민한 편곡 능력을 들려주고 있다. 새 시대의 편곡자가 아닌 슈만 당대의 명 음악가들에 의한 공신력 있는 네 손 편곡 작품으로 이채로운 음향에 대한 시도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음반이다.
- 월간 La Musica - 노태헌
[ 수록곡 ]
1. Quintetto Con Pianoforte Op.44 (1-4)
2. Quartetto Con Pianoforte Op.47 (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