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게 스피네트와 얀 미키엘스 피아노듀오 연주로 만나는 춤곡 작품집이다. 소박하고 느린 슈베르트의 렌틀러는 브람스의 세련된 편곡으로, 그리고 자신의 16개의 작은 왈츠들은 슬픔부터 환희까지의 폭넓은 감정을 담고 따스하고 밝게 울려퍼진다. 오토 징거 편곡의 R.슈트라우스 <장미의 기사 왈츠>는 끝없이 휘도는 열정적인 커플들을, 루시엥 가르반 편곡의 라벨 <라 발스>는 화려하고 정열적인 몸짓을 그리듯 생생하다. 작품 사이사이 자연스레 섞인 재즈적 향취의 현대적 화성과 드라마틱함, 그리고 고전적 왈츠의 우아미를 안고 있는 볼프강 림의 짧은 왈츠들은 그중 백미이다.
이 앨범은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작품 가운데에서도 특히 왈츠와 랜틀러를 주제로 한 슈베르트와 브람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림, 라벨의 작품들을 배열하여 일종의 시간적 연속성과 동질성을 보여준다. 특히 슈베르트에 대한 브람스의 애착은 널리 알려진 사실로서, 슈베르트의 랜틀러(D.366)를 브람스가 네 손을 위해 편곡(1869)한 작품이 중심을 이룬다. 이어서 브람스의 왈츠 Op.39가 등장하여 요한 슈트라우스로 대변되는 왈츠의 시대를 풍요롭게 그려내고, 이어 왈츠의 마지막 시대라고 말할 수 있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가운데 왈츠 선율을 오토 징거가 편곡한 작품이 등장한다.
한편 슈베르트의 랜틀러 중간과 마지막, 브람스의 마지막과 R.슈트라우스 마지막에는 볼프강 림이 작곡한 여러 개의 짧은 왈츠(19곡)가 나누어 등장하는데, 중간 중간 등장하는 림의 이질적인 왈츠는 현대에는 거의 잊혀진 왈츠의 향기를 다시 생각게 해줄 뿐만 아니라 전체 흐름에 탄력과 대비 효과를 주는 훌륭한 프로그래밍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지막에는 옛 시대에 대한 회고라고 말할 수 있는 루시앵 가방이 편곡한 라벨의 ‘라 발스’가 수록되어 왈츠의 현대적인 변용을 스펙타클하게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스피네트와 미셸 듀오는 1892년산 에라르 피아노를 사용했는데, 이 악기 특유의 섬세한 음향과 고악기 특유의 옛스러운 음색이 왈츠의 진한 에스프리를 표현하는데 대단히 적합하다. 브뤼셀 태생의 이 두 명의 피아니스트는 1988년에 듀오를 결성하여 전세계적으로 많은 연주회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 19~20세기 피아노 듀엣 왈츠의 역사를 일관성 있게 보여준 최고의 본보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월간 La Musica - 박제성
[ 수록곡 ]
1. Walzer Op.39 (Johannes Brahms)
2. La Valse (Maurice Ravel)
3. Mehrere Kurze Walzer (Wolfgang Rihm)
4. 17 Deutsche, Genant "Landler" D.366 (Franz Schubert)
5. Der Rosenkavalier-Walzer (Richard Strau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