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제자로 언제나 그의 곁을 지켰던 페르디난드 리스의 플루트와 현을 위한 사중주 전곡을 만나게 된다.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WoO35번의 세곡은 그 순수함이 더욱 청초하여 플루트의 매력이 돋보이며, 잘 알려진 작품145의 세곡에서는 베토벤을 닮아 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옥살리스의 감각적 앙상블은 변함없는 감동을 안겨 주는데, 특히 톤 플레트가 들려주는 '스페인풍의 알레그로'악장의 화려한 기교와, op.145-3번의 순발력 넘치는 텅잉은 놓칠수 없는 명연이다.
베토벤의 가장 촉망받는 제자였던 페르디난트 리스는 낭만주의 시대에는 꽤나 영향력 있는 음악가였다. 비록 우리시대에는 작곡가로서의 위상을 잃어버렸고 오히려 베토벤의 기록자로서만 기억될 뿐이지만 말이다. 이번에 발매된 리스의 플루트 사중주 앨범은 깜짝 놀랄 정도로 훌륭하다. 다시 한 번 페르디난트 리스를 진지하게 고려할 정도로 우아한 멜로디 감각, 악기간의 훌륭한 밸런스, 예사롭지 않은 화성 등 많은 점에서 출중한 능력을 보여준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와 플루트로 구성된 사중주 작품집은 매우 참신한 감각이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WoO 35’의 세 곡 중 첫 번째 작품이 음반의 첫 곡인데 음악 전체를 이끄는 플루트의 명인기가 단숨에 사로잡는다. ‘Op 145’의 세 곡이 두 번째 음반에 들어 있으며 옥살리스의 멤버들은 마술 같은 솜씨로 이 모든 것을 황홀하게 만든다. 작곡가로서 리스에 대한 그간의 평가를 뒤집을 만큼 이번 앨범은 무척이나 뛰어나다.
옥살리스는 이미 말러의 교향곡 4번(슈타인 편곡)에서 최상급의 연주를 들려주었는데 리스의 플루트 사중주에서도 번뜩이는 영감으로 충만한 연주를 통해 기대 이상의 감동을 준다. 옥살리스가 만들어내는 리듬감은 매우 탁월하며 무엇보다 실내악의 생명이라고 할 만한 호흡의 완결성은 분명 빼어난 것에 속한다. ‘진정한 발견’이란 옥살리스가 연주하는 리스의 플루트 사중주 같은 음반을 두고 말하는 것이리라. ‘귓가에 맴도는 선율’은 리스의 매력적인 이번 앨범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문구라 생각한다. 평소에 플루트 음악에 큰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리스의 음악을 통해서 새로운 문을 여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월간 La Musica - 김효진
[ 수록곡 ]
1. 3 Flute Quartets Wo0 35
2. 3 Flute Quartets Op.1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