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 연주자이자 지휘자인 미하엘 슈나이더가 카프리치오 레이블에 남긴 방대한 음반 중에서 독주 및 실내악곡을 모은 이 여덟 장짜리 전집이다. 미하엘 슈나이더는 아마도 프란스 브뤼헨, 위고 레인, 미칼라 페트리, 마리옹 페르브뤼헨 등과 함께 20세기 후반 리코더 연주사에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자 독주자이자 지휘자로서 방대한 디스코그래피를 자랑하는 음악가이다. 하지만 리코더의 비인기(?)를 감안하더라도 다른 명인들에 비해 여전히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박스물은 상당히 반가운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슈나이더는 꽤 여러 레이블에서 음반을 냈지만 리코더 연주자로서의 역량을 가장 균형 잡힌 시선으로 잡아낸 레이블은 아무래도 카프리치오이다. 녹음은 1990년대 중반에서 2007년에 이르며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음악을 아우르고 있다. 사실 결코 레퍼터리가 풍부하다고는 할 수 없는 리코더로서 이 정도의 폭넓은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찬사를 보낼 만하다.
슈나이더는 어떤 면에서 가장 독일적이고 견고한 리코더 연주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뛰어난 기술적 역량을 지니고 있지만 브뤼헨처럼 절묘한 텅잉과 황홀한 상상력을 들려주거나 페트리처럼 아름다운 음색과 신기의 기교를 과시하는 연주자는 아니며, 특유의 단호한 프레이징과 무뚝뚝한 음색, 보수적인 기술적 특징은 한 번에 친숙함을 느낄 수는 없는 성질의 것이다. 하지만 적절한 템포 감각과 양식미, 오랫동안 함께 연주해온 동료들과의 실내악적 조화, 생기 있는 리듬 감각은 언제나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높으며 매력적이며, 그가 정상의 연주자로 군림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레퍼터리는 역시 독일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텔레만 소나타가 훌륭하다. 텔레만 전문가로 알려진 그의 역량을 느낄 수 있는 연주로, 여전히 느린 악장에서의 온기는 다소 부족하지만 날렵하고 민첩한 프레이징에 재치 있는 장식음을 들려주는 슈나이더의 장점이 잘 살아났다. 동료들의 연주도 뛰어난데, 자비네 바우어의 클라비어오르가눔과 크리스티안 보이제의 파곳 연주 등 연주양식 측면에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 밖에 대단히 다양하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레퍼시크하르트의 소나타 B단조도 훌륭한 연주다. 다만 이탈리아 소나타들이나 헨델 소나타는 기술적으로 대단히 수준 높은 연주이기는 하지만 외향적이고 과시적인 정념이나 가벼운 유머 감각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월간 La Musica - 이준형
[ 수 록 곡 ]
DISC 1
1. Complete Recorder Sonatas (George Frideric Handel)
DISC 2
1. Complete Recorder Sontas (Georg Philipp Telemann)
DISC 3
1. Recorder Sonatas (Francesco Barsanti)
DISC 4
1. Italian Baroque Music For Recorder
DISC 5
1. English Recorder Music Of 17th And 18th Centuries
DISC 6
1. German And Dutch 18th Century Music For Recorder
DISC 7
1. French Music For Recorder I
DISC 8
1. French Music For Recorder I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