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바흐의 장남인 빌헬름 프리데만은 형제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큰 자랑거리가 되었다. 그는 할레에 근무하던 시절 이 도시의 축일과 일요일을 위해 여러 칸타타들을 완성했었는데, 그 중 4 작품을 본 음반에 담았다. 독일을 대표하는 바로크 종교음악 스페셜리스트 헤르만 막스와 그가 이끄는 시대악기 앙상블 다스 클라이네 콘체르트의 담백한 연주, 바르바르 슐릭을 비롯한 솔리스트들의 정갈한 가창이 이 작품들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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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가장 사랑했지만 결코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던 큰 아들, 빌헬름 프리데만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심쩍은 시선이 남아있지만(바흐 학자와 애호가들은 여전히 그가 물려받은 아버지의 작품 대부분을 팔아치운 것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탄생 300주년이었던 작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그에 대한 관심과 재평가가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중요한 음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1990년대 초반에 나왔던 헤르만 막스의 선구적인 칸타타 녹음 두 장이 드디어 재발매되었다. 음반에는 다양한 교회력 절기를 위한 대규모 칸타타 네 곡이 들어 있는데, 모두 그가 할레 마리아 교회의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던 시절(1746~1764)의 작품이다.
그의 교향곡이나 하프시코드 협주곡, 혹은 건반 음악이 그래도 꾸준히 연주-녹음되는 반면 교회음악은 가장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무시된 장르였는데, 막스의 녹음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기록이다. 최근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대규모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 시리즈의 일부로 발매된 라르파 페스탄테와 라스타터 호프카펠레(Carus, 막스와 수록곡은 다르다)를 제외하면 사실상 이렇다 할 비교대상도 없다. 빌헬름 프리데만의 음악을 듣다보면 이 신비롭고 괴팍한 바흐가 동생과는 달리 자신의 음악적 개성과 당대 청중의 기호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했던 일종의 외톨이가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들지만(현대에서는 오히려 개성적이고 독창적이라고 높이 평가받는 측면도 있다) 칸타타 만큼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중부 독일의 교회음악 전통을 계승하면서도(가령 첫 칸타타의 첫 합창곡은 아버지의 칸타타와 매우 흡사하다) 당대의 다감양식이나 갈랑트 양식도 어우러져 있어서 친근하면서도 어딘가 독특한 느낌을 준다.
20여년이 흘렀지만 연주 역시 여전히 매력적이다. 오케스트라는 축일 칸타타 특유의 화려한 분위기(‘광야에서 부르짖는 소리’에서 화려하게 움직이는 트럼펫과 오르간 파트가 좋은 예다)를 잘 잡아냈으며, 신뢰할 만한 독창진 중에서는 소프라노 바바라 슐릭이 특히 돋보이는 연주를 들려준다. 최근의 일급 바로크 연주에 비하면 합창단의 연주력이 살짝 떨어지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참으로 반가운 재발매 음반이다.
- 월간 La Musica - 이준형
[ 수 록 곡 ]
DISC 1
1. Let Us Cast Off The Works Of Darkness (1-9)
2. The Voice Of Him That Crieth In The Wilderness (10-15)
DISC 2
1. This Is The Day (1-8)
2. Tremble And Fall (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