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뭉게구름'으로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 큰 자취를 남긴 정금화가 독일에 정착한 지 10년 만에 아카펠라와 재즈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왔다. 다양한 소재를 그녀만의 개성 있는 음악성으로 표현했으며, 재즈 팬들 뿐 아니라 팝 음악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크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섬세한 편곡과 흥미로운 구성이 탄탄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충실히 소화된 이 작품은 분명 우리 재즈계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최상의 음악을 조율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프로듀싱 또한 일품이다. - 재즈비평가 김현준 -

금화라는 이름을 모르더라도 레크레이션 강사의 연주에 맞춰 '뭉게구름'을 따라불러본 적 없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구전가요처럼 입으로, 입으로 전해지던 이 노래의 주인공, 정금화가 정말 구름처럼 다시 나타났다. 독일에서 온 이 음악편지는 굳이 '아리랑'이나 '뭉게구름'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노래들이 아니더라도 음악으로 벌이는 여성들의 수다 한판을 농밀하게 담고 있다. 재즈의 질감이 듬뿍 묻어있는 사운드도 물론 빼어나지만 그 보다 청각을 단숨에 매혹시키는 것은 순수한 육성들로 버무려진 아카펠라. 이것은 클래식이나 뉴 에이지의 아카펠라와는 달리 우리 모두 캠프장에서 겪었던 청춘의 기억을 환기시켜준다.

짜임새있는 하모니가 돋보이는 여성 아카펠라의 진수. 그들의 즐거운 수다가 시작됐다! - 월간 오이뮤직 편집장 원용민 -

정금화와 네 명의 독일 여성이 들려주는 비범한 목소리의 성찬식. 여성 아카펠라의 은근한 매력이 일품이다. - CBS FM: FM POPS DJ 김형준 -

‘꿈꾸는 백마강’을 부르며 눈물 흘리는, 수다쟁이 다섯이 펼치는 아카펠라 판타지. ‘뭉게구름’을 부른 징검다리 출신 정금화가 이끄는 독일의 레이디스 토크! - 월간 MMJAZZ 편집장 김광현 -

독일 하늘에 그려지는 뭉게구름 "Ladies Talk"

작년 2월경에 일이 있어 퇴근이 늦어지고 있을 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첫 통화였지만 수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가 왠지 친숙했다. 그녀가 바로 이번 CDplus의 주인공 정금화(Kim Chong)이다. 386세대들은 알겠지만 정금화는 ‘뭉게구름’, ‘여름’을 부른 징검다리 출신으로 지금은 독일 뮌헨에서 여성 5인조 아카펠라 팀 레이디스 톡(Ladies Talk)의 리더를 맡고 있다. 첫 통화였지만 독일 뮌헨에서의 활동 얘기와 한국 활동 당시의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통화 중 필자는 본능적으로 CDplus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CDplus에 참여해주시면 어떻겠냐고 넌지시 말했지만, 어려운 부탁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몇 번의 메일 교환 후 다시 그녀의 전화를 받은 것은 지난달이었다. 그런 후 2장의 CD가 독일로부터 배달되어 왔다.
정규 앨범이 아닌 탓에 완벽한 녹음 상태(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잡기 위해 마이크 하나에 다섯 명이 모여 한번에 녹음)는 아니지만 다섯 명의 여성이 부르는 노래는 매우 신선하게 들렸다. 특히 필자가 중학교 때 통기타를 배우던 시절, 손가락이 화끈거릴 정도로 연습하던 곡이 바로 징검다리의 ‘뭉게구름’이었는데, 독일 하늘 아래 그녀들이 부르는 ‘뭉게구름’에는 감회가 새로웠다. 독일에서의 공연과 활동이 이번 CDplus를 통해 한국에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녀가 보내온 이야기들을 싣는다.
‘금화 정’의 발음이 어려워 독일에서는 ‘금’과 한자가 같은 ‘김(Kim)’을 쓰고 있음을 밝혀둔다. (글 김광현 편집장)

- 다섯 명의 여자들, Ladies Talk

크리스티아네 웨틀 Christiane Oettl
이제 22살의 막내 크리스티아네 웨틀은 5살 때부터 각종 악기를 배우기 시작해서 9살에 재즈 편곡과 작곡을 시작했다. 가스펠 합창단 지휘, 오케스트라 편곡, 솔리스트로 활동 했으며 16살에는 시에서 주는 장한 음악인 공로상을 탔기도 했다. Music Gymnasium을 1년 월반하여 조기 졸업하고, NJSM에 입학하여 20살에 Diploma를 딴 신동이기도 하다. NJSM 시절 전공이 보컬, 부전공이 피아노였는데, 위크숍 수업에 드러머가 빠지면 드럼을, 베이시스트가 없으면 베이스를 치곤했다. 콘서트에서는 청중들의 웃음보따리를 풀게 하는 광대 역할을 하다가도 베이스를 치며 동시에 찰리 파커의 ‘Confirmation’이나 클리포드 브라운의 ‘Joy Spring' 등의 스캣을 엘라 핏제럴드 못지않게 하는 것을 들으면 누구나 그녀의 압도적인 팬이 되어버린다.
지금 22살의 나이에 개인음악학교를 세워 각종악기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 수업으로 후배 양성에도 힘을 쓴다. 신동답게 4살에서 6살까지의 조기아동 음악교육반도 운영하고 있고, 타고난 기질로 유명한 여배우를 코칭하며 코메디 연극을 연출하기도 한다. 또한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세계적 트럼페터 더스코 고이코비치(Dusko Goykovich)가 단장으로 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금은 Harald Rueschenbaum) 바바리아주 주립청소년 빅밴드의 보컬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바바라 마이어 Babara Mayr
큰 농장 주인의 딸로 태어나 클래식 보컬을 전공 한 후 NJSM 에서 다시 재즈 보컬을 전공했다. 졸업 후 강사로 채택되었으며 우리 그룹에는 1년 전에 들어온 신참이다. 심리학, 동양적인 모든것, 무속 신앙, 무속 음악에 관심이 많으며, 전통적인 스캣을 구사한다. LT의 해결사이다.

알렉산드라 피쉐 Alexandra Fischer
Richard Strauss Konservatorium Munich(RSKM) 에서 클래식 피아노, 재즈 피아노와 재즈 보컬을 전공 한 뒤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을 많이 한 재주꾼이다. 포르투갈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보사노바를 할 때는 더욱 빛을 발한다. 최근에 자작곡으로만 자신의 앨범을 제작했고, ‘하얀 피부에 블랙 보이스’라는 평만큼 흑인의 필을 진하게 표현하는 보컬리스트이다. 피아노, 편곡, 작곡에 남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다.

지나 린드너 Gina Lindner
최근에 사정으로 그룹을 떠난 멤버의 후임으로 새로 영입한 실력 있고 파워풀한 보이스를 들려주는 친구로, 정금화씨가 수 십명의 오디션을 치룬 끝에 합격하여 레이디스 톡의 구성원이 된 친구이다. 레이디스 톡에서는 여타 아카펠라 그룹의 남자 구성원이 보여주는 멋진 베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스팅을 가장 좋아하며 록과 포크, 팝의 장르에서 두드러지게 매력 넘치는 보이스를 보여 준다. 현재 자신의 그룹을 이끌며 자신의 보이스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든든한 친구다.

‘레이디스 토크’라는 그룹 이름만으로도 음악 팬들은 이들의 성적(性的)은 물론, 음악적 정체성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여인들의 얘기’이란 그 의미자체가 레이디스 토크가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더러 연주의 도움을 받지만 토크란 이름 그대로 생생한 언어, 즉 무반주 합창인 아카펠라(A-cappella)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카펠라 그룹은 이 장르를 대표하는 ‘킹스 싱어즈’, 남아공의 ‘레이디스미스 블랙 맘바조’, 클래식 그룹인 ‘스윙글 싱어스’, 반드시 아카펠라는 아니지만 미국 뉴욕의 ‘맨해튼 트랜스퍼’ 그리고 국내의 인공위성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멤버가 여성인 그룹도 있지만 멤버 전원이 여성인 아카펠라 팀은 없다.

레이디스 토크는 올 피메일(All female) 아카펠라 그룹이라는 점, 그리고 구성원이 독일여성들이라는 점에서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를 확보한다. 그러나 그러한 외형보다 우리를 더욱 집중시키는 대목은 이들의 콘텐츠에 ‘반갑게도’ 한국의 가요와 민요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아리랑'을 노래하고 고전 트로트인 '꿈꾸는 백마강'를 부른다는 것은 결코 가벼이 다룰 사안은 아니다.

레이디스 토크 앨범에서 가장 우뚝 선 레퍼토리 또한 '아리랑'이다. 이 곡은 전반부 아카펠라 부분, 플루트로 시작되는 반주 파트의 합창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즉각적으로 음악적 고민과 열의가 느껴지는 동서(東西) 정서의 크로스오버는 물론, 물 흘러가는 듯한 보컬화음의 측면에서도 압권이다.

음반녹음을 위한 졸속 메뉴가 아니라 멤버들이 오랫동안 노래 불러본 결과물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사실 '아리랑'은 그룹 아리랑 싱어스(나중의 코리아나)를 통해서, 또 많은 재독 한인들을 통해서도 독일인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로 널리 알려져 있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곡 선택인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김정(Kim Chong)이란 이름의 멤버가 한국인이란 점이다. 이 독일여성들이 굳이 '아리랑' '꿈꾸는 백마강'을 취한 배경도 그 김정이란 인물과 관계한다. 게다가 그는 레이디스 토크 멤버들 중에서도 당당 노래와 편곡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프론트 레이디’이다.

앨범에는 두 곡의 우리 노래가 더 있다. 바로 '뭉게구름'과 '여름'의 곡목을 보는 순간, 민감한 올드 팬들은 김정이란 여성이 누구인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다름 아닌 지난 78년 무수한 가요계스타를 배출했던 ‘제1회 TBC 해변가요제’에서 그랑프리를 획득한 곡 '여름'를 부른 한양대 그룹 ‘징검다리’의 여성 멤버 정금화이다. 그러니까 그 가요제를 통해 유명해진 배철수, 구창모, 이명훈, 이치현, 주병진 등과 음악동기가 되는 인물이다.

올드 팬들에게는 그룹의 또 다른 여성인 왕영은이 더 잘 기억되곤 하지만 큰 키에 우아한 외모를 자랑했던 정금화를 잊지 않은 팬들도 많다(58년생으로 우리 나이 마흔 일곱의 중년이지만 최근 영상자료는 그의 미모가 변함없음을 보여준다). 90년대 초반 재즈로 길을 옮겨 잠깐 주목받았던 그는 곧바로 독일로 이주하는 바람에 우리와는 멀어져 갔지만 독일에서 음악에 대한 관심과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친 끝에 10년 만에 레이디스 토크로 다시 고국에 돌아왔다. 때문에 그의 입장에서 레이디스 토크는 금의환향의 앨범이기도 하다.

메뉴는 풍성하다. 우리 민요와 가요 외에 영미 팝, 보사보바, 찬송가, 민요 등을 망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티비 원더의 명곡 'Sir Duke', 토큰스와 로버트 존 등이 불러 너무도 친숙한 'The Lions Sleeps Tonight', 전설적인 앤드류 시스터스의 'Straighten Up And Fly Right' 그리고 보사노바 'Gentle Rain' 등은 ‘레이디스 토크 브랜드’ 아카펠라로 손색이 없다.

정금화, Alexandra Fischer, Babara Mayr, Chriatiane Ottl, Gina Lindner 등 다섯 여인들은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그리고 알토 등 성부를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아카펠라 가창의 골간인 스캣, 애드리브, 베이스 등을 통해 여성만이 들려줄 수 있는 고음 하모니가 갖는 순수와 투명의 절정을 선사한다.

멤버들의 조화가 아니면 불가능한, 고감도 보컬 상호작용은 범상치 않다. 여인들의 능란한 토크, 아니 그 톡톡 튀는 수다가 즐겁다. 정금화가 있어 더 뿌듯하다. 남성 아카펠라가 듬직함이 주는 안정감이라면 여성 아카펠라의 매력은 ‘고공비행의 판타지’임을 증거하는 산물이다. 어서 그들의 라이브를 보고 싶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수록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