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노바의 대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에게 바치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신작 앨범.
보사노바의 팬이라면, 또 류이치 사카모토의 팬이라면, 더 나아가 얼마 전
내한공연을 가졌던 모렐렌바움 부부의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될 한 장의 음반.
특히 이 앨범은 리오데자네이로에 있는 조빔의 집에서, 그가 평소 애용하던 피아노 를 이용하여 녹음되었으며 귀를 잘 기울이면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들려오는 새의 소리, 바람의 소리, 그 공기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파울라 모렐렌바움의 목소리는 특히 매혹적인데, 그녀는 이미 조빔의 생전 마지막 그룹에서 10년간 보컬로 활동했으며 사카모토는 '하늘이 내린 목소리'라 감탄해 마지 않았다.
조빔의 미발표 음원과 카사 도쿄 라이브 실황 가운데 한 곡이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어 더욱 기분 좋은 음반!
“류이치 사카모토, 그는 이번에 보사노바의 사운드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다. 아니, 사실은 자기 자신이 보사노바가 되어버리려고 작정을 했다.” - 성기완(재즈 컬럼니스트)
“앨범 속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그의 집에서, 아바나 산 시가를 입에 문 조빔이, 이 앨범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 사람 좋아보이는 환한 미소를 떠올리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는 듯한, 그런 앨범이다.” - 박창학(월드뮤직 컬럼니스트)
<두 사람의 모렐렌바움/사카모토>... 참으로 단순한 그룹 이름이다.
포르투갈어로 <집>을 의미하는 앨범의 제목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앨범에서 연주되고 있는 모든 곡의 작곡자이며, 때로는 그 이름이 곧 보사노바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집에서, 생전에 그가 애용했던 피아노를 사용하여 이 앨범이 녹음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단순 명료한 이 제목에 대해서 충분히 납득이 갈 것이다.
앨범의 주인공은 그룹 이름이 알려 주듯 쟈키스(첼로)와 파울라(보컬) 모렐렌바움 부부, 사카모토 류우이치(피아노)의 세 사람이다.
이 세 사람으로 구성된 트리오가 조빔의 곡들만을 연주한 열 여섯 곡을 수록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앨범(그밖에 2개의 보너스트랙이 추가되어 있다)으로, 그룹의 구성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듯, 단순하기는 그룹 이름이나 타이틀뿐만이 아니라, 이들이 들려주는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곡에 따라서는 게스트 뮤지션이 참가하고 있기도 하지만, 절반 이상의 곡들이 피아노, 첼로, 보컬만으로 연주되고 있으며, 덧붙여지는 악기도 기타, 베이스, 퍼커션으로 한정되어 있다.

물론 여기서의 단순함이란, 모자라다든가 단조롭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복잡함을 초월한 의미에서의 단순함이라는 점을 강조해 두고 싶다. 그리고, 이 단순함은, 어떤 의미에서, 말년의 조빔이 소수의 친밀한 뮤지션들로 구성된, 이른바 패밀리 밴드와의 작업을 통해 보여주었던 바로 그 음악적 관심을 이어받고 있는 의미에서의 단순함이기도 하다.
다수의 장르에 있어서, 컴퓨터를 이용한 시퀀싱이라는 방법이 이제는 없어서는 안될 중심요소로 자리잡은 현대의 대중 음악 속에서는, 이와 같은 단순함을 획득한 음악을 찾아내는 것이 오히려 어려운 일일 것이다.
여러 종류의 타악기들이 빚어내는 폴리리듬을 특징으로 하는 삼바를, 기타 한 대와 목소리만으로 재구성해낸 천재 조앙 질베르토로 인해 생명을 얻게 되는 보사노바는, 이러한 의미에서의 단순함을 구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장르이다.
언뜻 <탄탄타탄>이라는 단순한 엇박자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들리는 조앙 질베르토의 리듬은, 제각각 따로 움직이고 있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그의 열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엇갈림들로 인해, 표면적인 단순함 뒤에 마치 숨어있듯 내포된, 상상을 초월한 복잡함으로 듣는 이를 놀라게 한다.
그리고, 조앙의 이러한 천재성을 한 눈에 알아차리고 그의 음악을 세상에 알린 것은 물론, 그 이후 보사노바가 바다를 건너 세계 각지로 퍼져가서, 탄생으로부터 4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건강한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한 중심인물이었던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또한, 특히 선율과 하모니의 면에서 그와 일맥상통하는 단순함을 실현해 내었다고 하는 것은, 초기의 대표곡 One note samba를 비롯한 수많은 그의 작품들을 통해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뿐만이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대중음악의 연주에 사용되는 대표적 악기라고는 할 수 없었던 첼로가, 대중음악이라는 카테고리 속에 이토록 자연스럽게 위치할 수 있는 자리를 발견하게 한 것은 물론, 그의 등장과 함께 최근 몇 년 동안의 브라질 대중음악계에 어쿠스틱 붐을 불러일으킨 장본인 쟈키스 모렐렌바움과, BTTB(Back to the basic)이라는 타이틀의 피아노 솔로 앨범을 발표하여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일본의 대중음악가 사카모토 류우이치가, 아마도 이 단순함의 의미를 누구보다 깊이 의식하고 있는 음악인들일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앨범이 바로 그들이 제시한 하나의 대답이라고 보는 것도 지나친 비약은 아닐 것이다.

일본 국내에서도 언제나 <세계의 사카모토>, <교수>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아마도 브라질에 있어서의 조빔이 그랬던 것처럼, 세계 음악 시장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일본의 대중음악가인 사카모토 류우이치에 관해서는, 전설적인 테크노 트리오 YMO(Yellow Magic Orchestra)의 활동은 물론 수많은 영화음악을 통해 이미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을 것이다. 또한 그에 관해서는 이미 국내 발매된 앨범
를 통해서도 소개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므로, 오페라, 영화음악, 기획앨범 등으로 지금도 역시 놀라운 페이스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간단한 설명으로 줄이기로 하고, 비교적 국내의 음악팬들에게 생소한 이름일 쟈키스 모렐렌바움을 중심으로, 세 사람의 관계를 살펴보기로 하자.
아마도 지금 브라질에서 가장 바쁜 연주가이자, 편곡가, 프로듀서의 한 사람임에 틀림없는 쟈키스 모렐렌바움은, 1954년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 지휘자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음악과 친숙한 환경 속에서 자라났다.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A barca do sol이라는 프로그레시브 그룹의 일원으로 프로 뮤지션으로서의 첫발을 내딛지만, 곧 미국의 보스턴으로 건너가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2년 간 공부한 후 귀국한다.
귀국한 그가 맡은 첫 번째 작업은, 코러스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