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와 스위스 국경에 위치한 보덴호수에서는 매년 여름마다 성대한 오페라의 축전이 펼쳐진다. 호수의 수면 위에 설치되는 스펙터클한 무대미술로 유명한 브레겐츠 페스티벌이 바로 그것이다. 광활한 호수 면에서 펼쳐지는 공연인 만큼 불가피하게 가수들이 마이크를 이용해야만 하는 약점이 있지만,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한 화려한 무대미술과 독특한 연출로 유럽을 대표하는 오페라 축제의 하나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2011년 브레겐츠의 무대에 오른 오페라는 조르다노의 대표작인 <안드레아 세니에>다. 프랑스 대혁명기의 혼란 속에서 희생된 젊은 시인의 열정을 다룬 이 오페라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조국의 적’, ‘5월의 아름다운 어느날’과 같은 빼어난 선율의 아리아들과 죽음을 초월한 감동적인 사랑을 다룬 극적인 스토리로 많은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걸작이다. 다비드의 유명한 그림인 ‘마라의 죽음’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거대한 무대 위에서 멕시코의 새로운 드라마틱 테너 기대주 헥토르 산도발이 영웅적인 세니에를 열연하였다.
[보충자료]
- 오스트리아의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스위스 국경 인근의 보덴호수 위의 거대한 무대에 고정 세트를 설치하여 한여름 내내 공연한다. 2년 동안 한 작품만을 올리는 것이 원칙이다. 2005/6년에는 <일트로바토레>(Opus Arte에서 DVD출시), 2007/8년에는 <토스카>(Phoenix Editon에서 DVD출시), 2009/2010년에는 <아이다>(C Major에서 DVD와 Blu-Ray출시)가 차례로 무대에 올랐었다. 객석은 호반에 설치되었으므로 관객들은 호수 쪽을 바라보면서 정면에 설치된 무대의 오페라를 즐긴다.
- 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아 세니에>는 프랑스 대혁명기의 실존 인물인 시인 앙드레 세니에(1762-94)의 죽음을 소재로 삼았다. 그는 애초에 대혁명에 동조했으나 혁명 후에는 급진 자콥뱅 세력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다가 젊은 나이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사후 20년이 지나서 유작들을 묶은 시집이 출판되면서, 시인으로서의 그의 재능이 새롭게 평가되었다.
- 키스 워너의 프로덕션은 브레겐츠 페스티벌 특유의 호반무대를 십분 활용한 장엄한 무대미술로 우선 보는 이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무대미술을 맡은 데이비드 필딩은 혁명기를 대표하는 미술작품 중 하나인 자크 루이 다비드의 걸작 ‘마라의 죽음’을 거대한 조각품의 형태로 호수 수면위에 재현하였다. 와이어를 이용한 공중곡예나, 수면을 활용한 다이내믹한 연출, 그리고 1막과 2막 사이에 강렬한 전자기타 사운드를 배경으로 임의적으로 삽입된 혁명의 난장판 등이 이 프로덕션만의 독특한 볼거리를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