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 서거 250주기를 기념하는 플라시도 도밍고의 획기적인 도전작
오페라 ‘타메를라노’는 헨델이 자신의 창작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절 불과 20일 만에 완성한 작품으로, 직전작인 ‘줄리오 체사레’와 직후작인 ‘로델린다’와 더불어 헨델 오페라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걸작이다. 타메를라노는 칭기즈 칸의 후예로 알려진 동방의 정복자 티무르의 이탈리아식 이름이며, 타메를라노와 그에게 포로로 잡힌 터키의 술탄 바야제트 사이에 벌어지는 여러 갈등들이 극의 중심내용을 이룬다. 헨델은 오리엔트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을 통해 당시 유럽에 유행하던 터키풍의 이국적인 취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또한 이 작품은 오페라 역사상 테너(바야제트)가 주인공을 맡은 최초의 작품들 중 하나라는 의의도 지니고 있다. 본 DVD는 2008년 3/4월 마드리드의 테아트로 레알에서 있었던 실황으로, 바로크 오페라에 도전한 플라시도 도밍고의 최근 모습을 담은 값진 영상물이다. 여러 최신 명반들을 통해 헨델 극음악의 스페셜리스트로 각광받은 폴 매크리시가 지휘봉을 잡았고, 흑단과 같은 짙은 음색으로 바로크 성악곡들에서 두각을 드러낸 사라 밍가르도와 이미 피노크와의 DVD를 통해서도 같은 역할을 멋지게 들려주었던 모니카 바첼리가 다시금 이 작품의 타이틀 롤을 노래하였다.
[보충자료]
- 1724년 10월 31일 런던의 킹스 시어터에서 초연되었던 ‘타메를라노’는 당시 헨델이 동원 가능했던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 대거 초연 무대에 섰다. 스타 카스트라토들이었던 안드레아 파치니와 세네시오가 타이틀 롤과 그리스 왕자 안드로니코를 각각 맡았고, 헨델의 단골 소프라노 히로인 프란체스카 쿠초니가 바야제트의 딸 아스테리아를 노래하였다. 오페라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바야제트 역할을 맡았던 이는 당대의 명테너 프란체스코 보로시니였다.
- 오스만 튀르크의 술탄 바야제트는 티무르(타메를라노)와의 전투에서 패한 뒤 그의 딸 아스테리아와 함께 포로의 신세가 되었다. 아스테리아는 그리스 왕자 안드로니코의 연인이었지만, 아스테리아에게 흑심을 품은 타메를라노는 그리스 왕좌를 주는 조건으로 안드로니코를 구슬린다. 그 즈음 타메를라노의 정혼자였던 이레네가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타메를라노의 궁정에 나타난다. 아스테리아와 바야제트는 타메를라노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지만, 이레네의 활약으로 암살은 실패로 돌아간다. 바야제트는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고 그의 장렬한 죽음에 감동받은 타메를라노는 아스테리아를 안드로니코와 맺어주고 자신은 이레네와 결합한다.
- 파바로티, 카레라스와 더불어 3테너라는 이름으로 클래식 음악계의 아이콘이 되었던 플라시도 도밍고. 이제 7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의 자기계발은 끝이 없다. 바그너 테너로 맹활약한지 오래이며, 바로크 오페라라는 또 다른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어놓았다. 스타덤에 오르기 이전인 60년대 중반 라모의 오페라에 잠깐 출연했던 것을 제하면, 이번 타메를라노가 그가 도전한 유일한 바로크 오페라 레퍼토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