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햄슨이 부르는 <시인의 사랑> 초판본! 4곡이나 더 많다!
1840년, 30세의 로베르트 슈만은 우여곡절 끝에 9살 연하의 아름다운 피아니스트 클라라 비크와 결혼한다. 이 해는 가곡의 해로 불리며 사랑을 찬미하는 수많은 명작 리트가 탄생했는데, 그중에서도 백미는 연가곡 <시인의 사랑>일 것이다. 비록 환희가 절망으로 사그라지는 비통한 엔딩이지만 이는 독일 낭만주의의 전통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런데 16곡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연가곡이 처음엔 20곡으로 작곡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미 음반(EMI)을 통해 그 초판본을 소개한 바 있는 미국의 바리톤 토마스 햄슨은 리사이틀에서도 오리지널 악보를 선택하고 있는데, 본 영상물은 2007년 12월 뮌헨에서 있었던 실황을 담았다.
지극히 아름다운 미성의 바리톤인 토마스 햄슨은 시의 흐름을 완벽히 반영하여 사랑의 고통 속에 점점 소멸해버리는 한 남자의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또한 청감상으로는 물론 실제로도 바리톤으로는 무척 높은 음역대를 지닌 가수답게 한편으론 테너가 부르는 것처럼 들릴 정도로 시인의 유약한 측면을 잘 그려내고 있다. <시인의 사랑>과 같은 해에 작곡된 ‘케르너에 의한 12개의 시’가 커플링 되었으며 볼프람 리거가 섬세한 피아노 반주를 들려준다.
[보충자료]
○ 바리톤 토머스 햄슨은 1955년 6월, 미국 인디애나에서 태어난 전후 세대로서 미국 바리톤의 계보를 잇는 대표주자다. 비교적 늦게 성악에 입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무척 학구적으로 모든 일에 임하는 완벽주의자의 면모를 갖고 있어서 어떤 극장에서든 환영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의 성공가도에는 여러 지휘자가 큰 기여를 했는데, 우선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는 1984년 취리히의 모차르트 사이클을 시작으로 풍부한 오페라 무대 경험을 쌓게 해 주었고, 만년의 레너드 번스타인은 자신의 말러 연주회에 이 젊은 바리톤을 자주 초청하여 이름을 알렸다. 리트의 본바닥 독일로 건너가 그 최고 권위자인 호르스트 귄터와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를 사사한 것도 특이하다. 미국 바리톤이라면 오페라가 훨씬 손쉬운 길인데도 어려운 길로 돌아간 것이다.
햄슨의 소리와 창법은 바리톤 중에서 특이한 편이다. 우선 그 테시투라(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음역대)가 높은 편이고 소리결이 고와서 '하이 바리톤'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커다란 성량이나 묵직한 저음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놀랄 만한 부드러움과 귀족적인 품격으로 청자와 정서적인 교감을 이루어낸다. 특히 슈베르트, 슈만의 리트를 노래하는 것을 들어보면 테너나 구사할 법한 높은 음역과 놀라운 테크닉의 메차 보체(약음)을 종횡으로 구사하는 실력과 그 미성에 놀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제 50대에 중반에 이르렀건만 아직도 젊다는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