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피아니스트 그리고리 소콜로프를 바로 눈앞에서 만나다
나이브 레이블로 선보였었던 그리고리 소콜로프의 2002년 파리 샹젤리제 리사이틀 실황 DVD가 원 음원 소유권자인 이데알 오디엥스의 자체 제작반으로 다시 등장하였다. 1966년 불과 16세의 나이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를 석권하였던 이 천재 피아니스트는 냉전기간 동안 서방세계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으며, 서방 음악계에 자신의 진가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던 80년대 중반 이후에도 그가 가지고 있던 극도의 스튜디오 녹음 기피증과 까다로울 정도로 신중한 연주회 선택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신비의 피아니스트라는 이미지로 남아있다. 소콜로프의 진지한 연주장면을 피아노 영상물의 대가 브뤼노 몽셍종이 지근에서 섬세하게 포착해낸 본 영상물은 그간 등장했던 소수의 실황음반들로 미처 채워지지 못했던 이 연주자에 대한 갈증을 상당부분 해소해줄 수 있을 것이다. 베토벤의 소나타 9,10,15번, 코커서스 일대의 민속음악에서 선율을 빌려온 아르메니아 출신 작곡가 바르다페트가의 여섯 개의 춤곡, 그리고 소콜로프의 정교한 기교와 강렬한 에너지가 한껏 발산되는 프로코피에프의 소나타 7번으로 프로그램이 알차게 구성되었으며, 앙코르로 연주된 쇼팽의 마주르카와 쿠프랭의 소품, 그리고 바흐의 전주곡 BWV855의 편곡 역시도 감동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