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스코틀랜드 왕비 메리 스튜어트의 사랑과 죽음!
가에타노 도니체티는 16세기 영국사를 장식한 세 명의 왕비와 여왕을 오페라로 작곡했는데 이를 소위 ‘도니체티 여왕 삼부작’이라 부른다. 1편은 ‘천일의 앤’의 주인공 앤 볼린을 그린 <안나 볼레나>, 2편은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 스튜어트가 등장하는 <마리아 스투아르다>, 3편은 영국의 황금기를 이끈 엘리자베트 여왕의 비밀스런 사랑을 그린 <로베르토 데브뢰>다. 이중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스코틀랜드에서 왕위를 빼앗기자 친척 언니인 영국여왕 엘리자베트에게 몸을 의탁한 메리 스튜어트가 정치적, 종교적, 그리고 애정문제까지 겹쳐 엘리자베트 여왕과 대립하다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얘기를 담고 있다. 가장 완벽한 테크닉을 지닌 소프라노로 자타가 공인하는 마리엘라 데비아가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노래하고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대형 메조소프라노 안나 카테리나 안토나치가 엘리자베트 여왕을 부른 2008년 라 스칼라 실황이다. 두 여인이 동시에 사랑하는 레이체스터 공을 노래한 벨칸토 테너 프란체스코 멜리의 미성도 인상적이며, 무대장치와 의상까지 담당한 연출가 피에르 루이지 피치는 새장처럼 답답한 궁전과 아름다운 숲을 대조시키며 역시 대가임을 입증했다.
[줄거리]
○ 메리 스튜어트(1542~1587)는 태어나자마자 스코틀랜드 여왕의 신분이 되었지만 모친에게 섭정을 맡기고 어린 시절을 프랑스에서 보냈다. 프랑스 왕세자와 역혼했고 17세에는 프랑스 왕비가 되었다. 그러나 병약한 남편 프랑수아 2세가 일찍 죽는 바람에 스코틀랜드로 돌아와 직접 통치를 하게 된다. 그러나 남자 관계가 문제였다. 재혼한 헨리 스튜어트는 왕위를 노리는 무절제한 인물이었고 메리가 총애한 궁정음악가 리치오를 참살했다. 남편에 대한 기대를 접은 그녀는 유부남 보스웰 백작을 사랑했고 새 애인은 남편을 암살해 버렸다. 그런데도 보스웰 백작과 결혼한 바람에 신하는 물론 국민들까지 여왕의 문란한 사생활에 분노하여 등을 돌렸고 결국 왕위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간신히 영국으로 도망하여 엘리자베트 여왕의 보호를 받지만 가톨릭 세력의 지지를 받는 영국 왕위계승권자이기도 하다는 점 때문에 결국 처형당했다. 프리드리히 실러는 여기에 레이체스터 공과의 러브 스토리를 추가했는데 도니체티의 오페라는 실러의 극을 원작으로 삼았다.
○ 타이틀 롤을 부른 마리엘라 데비아(1948~)는 환갑의 나이에도 녹슬지 않는 실력을 자랑하는 놀라운 테크닉의 소유자다. 모든 음역대에서 거의 균질한 음색을 유지하며 고음의 처리 능력과 콜로라추라 테크닉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깊은 감정을 담아 노래하는 맛이 부족하다는 약점은 있으나 그녀의 정확한 노래는 모든 성악도의 귀감이 될 만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두 차례 내한 공연했는데 한마디로 객석을 놀라움의 도가니로 만드는 소프라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