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보카네그라>의 보증수표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한 최신 실황

카를로 구엘피(시몬), 루치오 갈로(파올로), 카리타 마틸라(마리아), 빈센초 라 스콜라(아도르노) 등 현시점에서 최상의 캐스팅이 망라된 점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이다.

시몬 보카네그라는 이탈리아 도시국가 시대의 실존 인물이다. 1339년 제노아 총독으로 선출되어 두 정적 집단의 갈등을 조율하는 정치적 수완을 발휘했으며 라이벌 도시인 베네치아와 안정적 관계를 추구한 역량있는 총독이었지만 1363년 독살 당한다. <시몬 보카네그라>는 이런 묵직한 역사적 사실에 베르디의 특기인 부녀(父女)간의 애틋한 사랑을 가미한 중기의 명작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더 높은 평가를 받아 현재는 명실상부한 베르디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그 결정적 신호탄은 1970년대에 조르지오 스트렐러 연출,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로 라 스칼라 가극장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전설적 공연이었다. 이 dvd는 당시 주역이었던 아바도가 꽃의 도시 피렌체의 테아트로 코무날레에서 지휘한 2002년 6월 실황이다. 비록 스트렐러 프로덕션은 아니지만 페터 슈타인의 연출은 베르디가 이 오페라에 담고자 한 ‘바다’의 이미지를 충분히 잘 살렸다

[ 줄거리 ]
○ <시몬 보카네그라>는 과거에는 베르디의 범작으로 꼽혔다.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너무 무겁고 음악도 이탈리아 전통 양식과 동떨어진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 베르디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결정적 디딤돌이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시몬 보카네그라>의 진가를 알아본 이탈리아의 위대한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라 스칼라를 이끌던 1970년대에 부지런히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려 그 위상을 결정적으로 끌어올린 1등 공신이다. 아바도는 베를린 필을 이끌던 마지막 시기에 위암에 걸려 위를 절개하는 대수술 끝에 회생했는데, 2002년 6월의 테아트로 코무날레 피오렌티노 실황은 병마에서 회복한 아바도가 베르디의 명작으로 회귀한 기념비적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 (줄거리) 제노바 총독 시몬은 25년 만에 그리말디 가에서 키워진 자신의 딸 마리아와 극적으로 상봉한다. 그러나 마리아는 시몬의 정적 가브리엘레 아도르노와 사랑하는 사이. 이를 알게 된 시몬은 폭동을 일으킨 죄인 가브리엘레를 사면하고 마리아와의 결혼도 승낙한다. 그러나 마리아를 짝사랑하는 권력지향적 악인 파올로는 몰래 독을 물에 타고 시몬은 이를 모르고 마신 바람에 점차 전신에 독이 퍼져 마리아의 결혼을 보지 못한 채 숨을 거둔다.

○ 출연 가수 중에서 타이틀 롤인 카를로 구엘피는 총독의 권위와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시몬 보카네그라의 양면을 잘 살렸으며 루치오 갈로(파올로)는 탁월한 연기력을 과시한다. 그러나 가장 반가운 사실은 북유럽의 초대형 소프라노 카리타 마틸라가 베르디 오페라에서 자신의 실력을 비로소 발휘했다는 점이다.

지휘자 : claudio abbado, conductor / peter stein, stage director

연주자 : carlo guelfi (simon boccanegra) / julian konstantinov (jacopo fiesco/andrea) / karita mattila (maria boccanegra/amelia) / vincenzo la scola (gabriele adorno) / lucio gallo (paolo albiani) / andrea concetti (pietro)

오케스트라 : orchestra e coro del maggio musicale fiorent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