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피렐리가 연출한 <카르멘>, 이것이야말로 야외 오페라의 진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야외 오페라 페스티벌은 이탈리아의 고도(古都) 베로나에 있는 로마 시대의 원형극장에서 한여름에 펼쳐진다.

<카르멘>의 대표적 거장 알랭 롱바르가 지휘한 가운데 러시아 출신의 두 미녀 가수 마리나 도마쉔코(카르멘)와 마야 다슈크(미카엘라)가 서로 대조적인 여인상을 부각시킨다.

2003년 페스티벌의 화제작은 오페라와 영화를 넘나드는 거장 프랑코 제피렐리가 연출한 <카르멘>이었다. 제피렐리는 그 거대한 무대를 특유의 정교한 사실주의로 남김없이 채우면서 스페인적 정열을 상징하는 뜨거운 색채감까지 불어 넣었다. 베로나의 수많은 공연 중 이보다 무대가 빛난 경우는 드물 것이며 실로 야외 오페라의 진수라 할만하다.
<카르멘>의 대표적 거장 알랭 롱바르가 지휘한 가운데 러시아 출신의 두 미녀 가수 마리나 도마쉔코(카르멘)와 마야 다슈크(미카엘라)가 서로 대조적인 여인상을 부각시킨다. 여기에 전성기를 맞이한 유망주 마르코 베르티(돈 호세)와 베로나 무대에 첫 데뷔하는 미국 출신의 레이몬드 에이스토(에스카미요)가 카르멘의 상대역을 맡았다. 최고의 무대답게 플라멩코 무용수들이 직접 추는 스페인 춤도 볼만하다.

[ 줄거리 ]
○ 로마 시대에 노예들의 검투장으로 사용되었던 베로나의 원형극장에서 야외 오페라 공연이 시작된 것은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1913년이었다. 당대의 명지휘자 툴리오 세라핀과 명테너 조반니 제나텔로가 이를 주도했으며 첫 공연작품은 <아이다>로 알려져 있다. 이로서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만이 아니라 야외 오페라의 명소로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했다.

○ 세계적 명성의 오페라 연출가 겸 영화감독인 프랑코 제피렐리는 철저한 고증에서 취재한 극사실주의적 무대와 연출로 유명하다. 그러나 요즘에는 보다 다양해진 스펙트럼으로 80세의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베로나 페스티벌에도 예전보다 오히려 더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이 <카르멘> 공연에서는 제피렐리 특유의 섬세함이 잘 드러나 있으며 굳이 세련미를 피하고 집시의 민중적 삶 속으로 파고 드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 스페인의 남국적 풍광이 잘 살아난 무대, 현재 세계 최고의 <카르멘>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알랭 롱바르에 지휘에 비해 가수 진용의 구성은 다소 뜻밖이다. 라틴과는 거리가 먼 러시아 출신의 마리나 도마쉔코와 마야 다슈크가 각각 카르멘과 미카엘라 역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피아노와 지휘를 공부하다가 방향을 바꾼 마리나 도마쉔코는 아직 20대 후반의 젊은 메조소프라노이며 2002년에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 필라델피아 오페라에서 카르멘을 부르면서 유명해졌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차이코프스키나 모차르트 등의 오페라에서 확고한 입지를 차지한 뛰어난 가수이다. 독집 음반(delos)도 갖고 있다.

지휘자 : alain lombard, conductor / franco zeffirelli, stage director

연주자 : marina domashenko (carmen) / maya dashuk (michaela) / marco berti (don jose) / raymond aceto (escamillio)

오케스트라 : orchestra e coro dell'arena di verona

오디오 : lpcm stereo / dolby digital 5.1 / dts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