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부키 스타일로 연출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마지막 오페라

<금계>는 무소르그스키, 차이코프스키와 더불어 19세기 러시아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마지막 오페라이다.

[ 줄거리 ]
전쟁을 예고한다는 ‘황금 닭’에게 국방의 운명을 맡긴 무능하고 비합리적인 국왕의 모습을 신랄하게 풍자하는데 작곡가 생시에는 검열에 걸려 상연되지 못했다.
이 오페라에는 동양적 인상이 물씬하다. 이 점에 착안하여 2002년 12월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는 일본 최고의 가부키 명문가 출신이며 가부키의 전통을 지키면서 새로운 혁신을 몰고 온 장본인으로 꼽히는 엔노스케 이치카와의 프로덕션을 올렸다. 가부키 전통의 짙은 구마도리 화장을 한 가수들, 일본 전통 고전극다운 간결하고 상징적인 무대는 물론 지휘도 일본계 켄트 나가노가 맡아 무척 특별한 인상의 공연을 펼친다. 일본 문화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서구 문명의 산물을 이토록 효과적으로 동양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 충격이 훨씬 큰 영상물이다.

[ 작품 해설 ]
○ 관현악법의 대가로 유명한 림스키-코르사코프(1844~1908)는 러시아 오페라에서 독보적 존재이기도 하다. 특히 선배 무소르그스키가 역사에서 취재한 선이 굵은 오페라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루었다면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전래 민담과 전설에서 취재한 환상적인 얘기를 오페라의 주된 소재로 삼았다. 그러나 <금계>는 겉으로 동화인 듯 싶으면서도 그 내면에는 변방으로 여겼던 일본과의 전쟁에서 패한 러시아 왕정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담고 있다.

○ 이 오페라에서 총칼도 없이 오로지 미모만으로 두 왕자를 죽음에 빠뜨리고 심지어 국왕조차 쉽게 유혹하는 침략국의 여왕 ‘셰마하’가 일본을 상징한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프로덕션에 가부키(歌舞伎) 연출이 도입된 단서도 바로 이같은 작곡 당시의 역사적 배경,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풍자적 태도, 그리고 작품에 적극적으로 반영된 동양 선율에 있다.

○ 일본의 대표적 전통고전극인 가부키는 무용과 음악적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민중연극이다. 1600년경에 발생했으며 전래의 민중극에서 사용된 가면 대신 구마도리라는 가부키 특유의 짙은 화장을 하고 관능적 내용을 주로 담았다.
○ 가부키 컨셉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연출, 무대 디자인, 의상, 안무를 모두 일본인이 맡았다. 특히 총연출을 맡은 에노스케 이치카와 3세는 위대한 가부키 배우이면서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현대적인 기법을 도입한 혁신적 연출까요, 제작자로 꼽히기도 한다.

○ 파리에서 일본풍으로 공연된 프로덕션이지만 가수진은 점성가 역의 배리 뱅크스를 제외하고 모두 러시아 출신으로 꾸몄다. 지휘자 켄트 나가노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프랑스에서 특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작곡가 : rimsky-korsakov, nikolai

지휘자 : kent nagano, conductor / ennosuke ichikawa, stage director

연주자 : olga trifonova (queen of shemakha) / albert schagidullin (king dodon) / liya levinsky (prince guidon) / andrej breus (prince afron) / barry banks (astrologer)

오케스트라 : orchestre de paris

연주단체 :chorus of the mariinsky theatre, st. petersbu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