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시니 특유의 천재적인 기지가 넘쳐흐르는 ‘범유럽적’ 오페라

이 오페라가 공연된다는 것 자체가 음악계의 사건이다. 특히 여행이 좌절되었음에도 새로운 대안에 흥겨워하는 14중창은 오페라 역사상 전대미문의 경이로운 명장면이다.

[ 줄거리 ]
기발한 천재로 알려진 롯시니의 오페라 중에서도 <랑스로 가는 여행>은 가장 특이한 작품의 하나로 꼽힌다. 1825년 랑스에서 거행되는 샤를르 10세의 대관식에 참석하려고 유럽 각국의 부유한 신사, 숙녀들이 프랑스의 한 온천 호텔에 모인다. 다양한 개성과 취향을 지닌 이들은 서로 잘난 체하고, 사랑하고, 질투하고 또 어울리면서 출발을 준비하지만 막상 랑스로 갈 마차를 구하지 못하여 여행을 취소해야하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하는데...
이 오페라는 원래 대관식을 위한 축전용 오페라로 만들어져서 주역급의 롯시니 전문 가수가 10명 이상 필요하다

[ 작품 해설 ]
○ 조아키노 롯시니(1792~1868)는 19세기 전반기를 화려하게 수놓은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의 명장이었다. 20대의 젊은 나이로 이미 유럽 최고의 인기 작곡가가 되었으며 엄청난 속필로 써내려간 오페라마다 대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작곡한 <세미라미데>에 거부감을 보인 이탈리아 청중에 실망하고 1824년 말부터 파리로 이주하여 활동한다. <랑스로 가는 여행>은 파리에서의 첫 작품이며 프랑스의 새 국왕 샤를르 10세의 대관식을 경축하기 위한 대작이다. 사실 롯시니는 이 오페라를 1회용으로 생각했다. 대관식 축전용 외에는 앞으로 공연될 일이 없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이 오페라에 나오는 주요 선율의 상당 부분을 다음의 <오리 백작>에 전용해 버렸다.

○ 이 오페라는 단막이지만 많은 에피소드가 이어지면서 공연시간은 무척 긴 편이다. 또한 10여명 이상의 가수에게 개성있는 캐릭터와 큰 규모의 아리아를 부여함으로써 모두가 주역처럼 활약한다. 고난도의 기교가 필수적인 롯시니 가수는 흔치 않은데 이런 수준의 주역급을 한꺼번에 캐스팅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프랑스 국왕의 대관식’에나 필적할 만큼 어려운 일이다.

○ 바르셀로나의 리세우 극장은 화재 피해를 복구하고 1999년 재개관하면서 연륜과 명성에 어울리는 세계 최고수준의 공연을 잇달아 펼치고 있다. 이런 정도의 의욕과 실력이 있었기에 롯시니가 활약한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대극장에서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난작(難作)인 <랑스로 가는 여행>을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 (2003년 3월 실황)

○ 구성 면에서는 이 오페라의 간판곡으로 알려진 14중창 외에도 아주 특이한 장면이 있다. 피날레를 마치 고전 발레에서의 '디베르티스망'처럼 각국 출신 귀족들의 '자기나라 노래 경연장'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과연 롯시니다운 재치가 아닐 수 없다

작곡가 : rossini, gioacchino

지휘자 : jesus lopez-cobos, conductor / sergi belbel, stage director

연주자 : elena de la merced / paula rasmussen / mariola cantarero / maria bayo / jose bros / kenneth tarver / nicola ulivieri / enzo dara

오케스트라 : orchestra sinfonica en coro del gran teatre del lic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