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스칼라 공연사에 빛나는 레나토 브루손의 전설적 명연

베르디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코드의 하나가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이다. 특히 중세 이탈리아의 실제 역사에서 취재한 <포스카리 가의 두 사람>과 <시몬 보카네그라>는 격정적인 부정(父情)와 더불어 가장 선이 굵은 남성 오페라로 꼽힌다. 바리톤이 주역이라는 점, 총독 신분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비극적 상황을 다루었다는 점 또한 공통적이다.
1988년에 공연된 라 스칼라의 <두 사람의 포스카리>는 레나토 브루손의 열연으로 아직까지 인구에 회자되는 프로덕션이다. 특히 베네치아 총독인 프란체스코 포스카리가 죽음을 맞는 피날레 씬은 베르디의 어떤 유명 오페라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은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피에르 루이지 피치의 극히 상징적인 무대, 스칼라 가극장의 산증인인 만년의 자난드레아 가바체니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도 이 영상물의 가치를 한껏 높여준다.

[ w작품 해설 ]
○ 도시국가 체제였던 중세 이탈리아에서 동부 아드리아 해의 베네치아와 서부 리구리아 해의 제노바는 지중해 패권을 놓고 경쟁한 라이벌 관계였다. 베르디 오페라 중에는 베네치아 역사에서 취재한 <포스카리 가의 두 사람>과 제노바 역사를 다룬 <시몬 보카네그라>가 있다. 포스카리(foscari)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명문가였으며 지금도 베네치아 대운하를 따라가면 포스카리 궁전을 만날 수 있다.

○ <포스카리 가의 두 사람>은 <시몬 보카네그라>와 더불어 베르디의 정통 역사극이요, 남성 취향의 오페라로 꼽힌다. 화려한 맛 대신 권력의 암투와 자식에 대한 애틋한 부정(父情)이 어둡게 그려지고 있다.

○ 베르디 초기의 숨겨진 걸작 <포스카리 가의 두 사람>은 천년동안 수준 높은 공화정을 유지했던 베네치아의 어두운 이면을 다룬다. 10인 위원회의 권한이 너무나 막강하여 총독조차 어쩔 수 없었던 체제. 그 때문에 프란체스코 포스카리는 총독임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누명을 쓴 자신의 아들을 구명할 수 없다. 결국 아들은 압송되는 배 위에서 죽고, 아버지 포스카리는 아들을 잃은 슬픔과 권좌를 내놓으라는 10인 위원회의 요구에 분노하여 숨을 거둔다.

○ 1988년 라 스칼라 공연 실황인 이 dvd는 전통적 연출이 주류인 이탈리아 오페라 계에서 무척 특이한 존재로 꼽히는 피에르 루이지 피치의 연출이다. 그는 자식도 유배당하여 고독할 뿐 아니라 정적인 10인 위원회의 위협에 시달리는 베네치아 총독의 권좌만을 무대 중앙에 상징화하고 나머지는 미니멀하게 처리하여 이 오페라가 아버지 포스카리의 비극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확고하게 부각시켰다. 아버지 포스카리의 캐릭터는 레나토 브루손이 완벽하게 살렸다. 특히 슬픔과 분노가 범벅이 되어 부르는 피날레의 아리아는 라 스칼라 공연사에 빛나는 명연 중의 명연이다.

지휘자 : gianandrea gavazzeni, conductor

연주자 : renato bruson / alberto cupido / linda roark-strummer / luigi roni / renato cazzaniga / monica tagliasacchi / aldo bottion / aldo bramante

오케스트라 : orchestra & chorus of teatro alla sca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