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는 베토벤의 교향곡들에 대한 깊은 경외감으로 첫 교향곡을 무려 21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완성하였다. 반면 교향곡 2번은 불과 몇달만에 쾌속으로 완결되었다. '암흑에서 광명으로'라는 베토벤적인 전통에 충실한 1번과 전원적인 평온함을 담은 2번은 그 자체로도 강렬한 대비효과를 보여준다. 런던 필의 젊은 수장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가 2008년 5월과 9월 로얄 페스티벌에서 남긴 실황음원들을 함께 묶었다.
2007년 런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을 맡은 1972년 모스코바 태생의 유로프스키(러시아 지휘자 미하일 유로프스키의 아들)는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일군의 젊은 세대 지휘자들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90년대부터 코벤트 가든과 글라인드본, 메트로폴리탄, 웨일스 국립 오페라, 라 스칼라와 같은 오페라 하우스에서 최고의 공연을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2000년부터는 LA필, 베를린 필, 피츠버그 심포니 및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에서 각광받는 콘서트 지휘자로 자리잡은 그는 일곱 종에 이르는 DVD와 10여종에 이르는 음반을 발매하며 상업적으로나 예술적으로 축복받은 캐리어를 쌓고 있다. 과연 이러한 그가 텐슈테트 이후 침체된 런던 필의 위상을 다시금 끌어올일 수 있을지 그 귀추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펜타톤(Penta Tone) 이후 런던 필의 자체 레이블을 통해 발매되고 있는 음반들을 통해 그의 멜로디에 대한 탁월한 감수성과 밸런스 조탁 능력, 다이내믹과 구조에 대한 전통적이면서도 호쾌한 접근방식을 접할 수 있었는데, 여기 두 곡의 브람스 교향곡 2008년 라이브 레코딩이야말로 그의 디스코그래피의 분기점을 장식하는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번 교향곡에서의 그 진중한 전개와 깊이 있는 저역, 중후한 서정성 및 균형 잡힌 클라이막스 구축도 훌륭할뿐더러, 2번 교향곡에서의 치밀한 앙상블과 목관의 볼륨감, 근육질적이면서도 민첩한 앙상블 밸런스, 마지막 악장에서의 빛나는 스피드와 활력은 가히 최고 수준이다. 틸레만/ 뮌헨 필(DG)의 브람스가 아폴론적이라면 이 유로프스키의 녹음은 디오니소스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앞으로 그와 런던 필이 만들어낼 위대한 미래를 예견하는 듯하다.
- 월간 La Musica - 박제성
[ 수록곡 ]
DISC 1
1. Symphony No.1 In C Minor, Op.68 (1-4)
DISC 2
1. Symphony No.2 In D Major, Op.73 (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