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 넘치는 앙상블 안에서도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악센트로 다이내믹한 연주를 펼치는 무지카 비바의 베토벤 교향곡 연주를 만나게 된다. 특히 <전원 교향곡>에서 여유롭게 발걸음을 딛고 청초한 목관과 물결 넘치는 현으로 이어가는 첫악장의 시선은 이들의 독창적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4악장의 강렬함에 이어지는 유려한 피날레는 러시아 음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의 단호함이 느껴지는데, 홀의 느낌을 충분히 살려낸 녹음으로 그 감동이 더해진다.
알렉산데르 루딘은 첼리스트로 캐리어를 시작한 뒤 지휘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러시아 출신의 음악가다. 그의 첼로실력은 낙소스를 통해 선보였던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그는 1988년부터 모스크바 기반의 챔버 오케스트라인 무지카 비바를 이끌기 시작하면서 지휘 쪽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오고 있다, 본 베토벤 교향곡 신보는 2007년 11월(1번)과 2008년 4월(6번)의 실황녹음들을 모은 것이다.
이른바 절충주의가 베토벤 교향곡 연주의 새로운 대세가 되어가고 있지만, 러시아 연주자들에 의한 이와 유사한 스타일의 연주는 만나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신보는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녹음 당시의 악단 규모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지만, 무지카 비바의 통상적인 편성을 감안한다면 4-50명 정도의 악단 사이즈로 녹음했으리라 짐작된다. 교향곡 1번은 비슷한 성향의 연주들인 예르비(Sony/BMG), 헤레베헤(PentaTone), 안토니니(Sony/BMG) 등과 비교했을 때, 연주시간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보 쪽의 흐름이 느긋하게 느껴진다. 레가토 위주의 현악의 움직임과 경쟁반들에 비해 악센트가 그리 예리하지 못하다는 점이 그에 일조했을 것이다.
무지카 비바의 현악 파트는 쾌속의 질주에는 훌륭히 대처하나, 느린 악장들의 유려한 프레이징들을 말쑥하게 다듬어내는 솜씨는 떨어지는 편이다. 팀파니와 금관이 등장하는 순간 밸런스가 무너지는 점도 문제다. 마지막 악장을 수놓는 무지막지한 팀파니의 타격음이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면, 경쾌하면서도 간결한 이 교향곡의 묘미를 무난히 구현한 이들의 연주가 그리 불만스럽지 않을 것이다.
교향곡 6번의 1악장은 잦은 템포 변화로 인해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느낌을 주며, 다소 서두르는 듯 진행되는 2악장에서는 현 파트와 목관 솔로 사이의 유기적인 조화를 이뤄내지 못하는 부분들이 종종 드러난다. 숨 가쁠 정도의 스피드로 3악장이 마무리된 이후, 이어지는 폭풍우 장면은 원맨쇼에 가까운 팀파니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왠지 맥이 풀린 느낌이다. 먹먹한 호른의 울림이 거슬리는 마지막 악장도 정치한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카탈로그를 함께 제공한다고는 하나, 내지 한 장 없는 패키지는 왠지 무성의하게 느껴진다.
- 월간 La Musica - 이종선
[ 수록곡 ]
1. Symphonie No. 1 In C Dur, Op. 21: I. Adagio Molto - Allegro Con Brio
2. Symphonie No. 1 In C Dur, Op. 21: Ii. Andante Cantabile Con Moto
3. Symphonie No. 1 In C Dur, Op. 21: Iii. Menuetto (Allegro Molto E Vivace)
4. Symphonie No. 1 In C Dur, Op. 21: Iv. Adagio - Allegro Molto E Vivace
5. Symphonie "Pastorale" No. 6 In F Dur, Op. 68: I. Allegro Ma Non Troppo
6. Symphonie "Pastorale" No. 6 In F Dur, Op. 68: Ii. Andante Molto Mosso
7. Symphonie "Pastorale" No. 6 In F Dur, Op. 68: Iii. Allegro
8. Symphonie "Pastorale" No. 6 In F Dur, Op. 68: Iv. Allegro
9. Symphonie "Pastorale" No. 6 In F Dur, Op. 68: V. Allegret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