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 옥살리스가 들려주는 레거의 후기 실내악 작품으로, 먼저 변주곡 형식의 3악장 구성으로 가장 고전적인 작품인 <세레나데 G장조>가 낭랑한 플루트의 멜로디와 다양하게 급변하는 드라마틱한 분위기 변화로 생생함을 전한다. 그 뒤 아름다운 플루트와 현악기들의 균형과 조화로 풍성하고 너그러운 <세레나데 D장조>, 그의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숭고미와 황혼기의 장엄함이 숨쉬는 <클라리넷 오중주>를 차례로 만나볼 수 있다. 옥살리스의 따뜻하고 넉넉한 표현력과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레거의 작품이 만나 이루어낸 역작이다.
막스 레거에 대한 인상은 오르간에 집중되어있다. 레거 자신이 뛰어난 오르가니스트였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관점에서도 그의 오르간 작품은 바흐 이래 독일 오르간 음악을 부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장르를 통해 한 작곡가가 역사적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지만, 반대로 그 장르에 속하지 못한 작품들은 태생적으로 그늘에 가려져 있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갖게 되고 만다. 레거는 오르간 작품뿐만 아니라 수많은 실내악곡과 여러 관현악곡을 남기고 있지만, 이들은 평가는커녕 소리로 환생하기도 벅차 보인다.
특히 실내악 작품들의 경우, 냉대의 그늘 속에서 추위에 떨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인상적인 작품들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내부적인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나마 잘 알려져 있는 세 개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들어보았다면 단순하면서도 가벼운 주제를 고전적인 음악적 장치를 이용하여 이끌어가는 모습에서 마치 동안을 가진 성인과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 음반에 실려 있는 두 개의 ‘세레나데’와 ‘클라리넷 오중주’도 크게 다르지 않다.
30대 초반에 작곡된 ‘세레나데 G장조’는 플루트와 바이올린, 비올라라는 저음이 없는 특이한 편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가벼운 주제로 유희하는 플루트와 바이올린을 통해 걱정근심이 없는 순수한 세계를 만나게 된다. 비올라가 그나마 저음을 강조해야할 듯하지만, 옥살리스의 비올라 연주자는 여전히 중간성부로서의 역할을 하려는 듯해서 아쉽다. 이러한 특징은 이보다 10여년 앞서 작곡된 같은 편성의 ‘세레나데 D장조’에서도 마찬가지이다.하지만 ‘세레나데 G장조’와 같은 해에 작곡된 ‘클라리넷 오중주 A장조’는 사뭇 다르다. 클라리넷의 두루뭉술한 음향과의 조화를 위해서인지 옥살리스의 현악은 앞의 두 세레나데와는 달리 하나가 되어 화음의 조화를 꾀하며, 파도가 넘실대는 듯한 다이나믹으로 포근한 연주를 들려준다. 클라리넷 연주자는 앙상블의 일원으로서 조화를 꾀하는 것은 좋지만, 대부분의 멜로디를 담당하기 때문에 개성이 없이 밋밋하게 들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음색이 현악과 대조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며, 독주와 반주가 아닌 하나의 앙상블로서 흘러가게 하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같은 편성으로서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브람스의 ‘클라리넷 오중주’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 월간 La Musica - 송주호
[ 수록곡 ]
1. Serenade In G-Dur Opus 141a
2. Serenade In D-Dur Opus 77a
3. Quintett In A-Dur Opus 1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