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악, 특히 이탈리아 고음악의 발굴과 복원에 힘쓰고 있는 돌체 & 템페스타가 들려주는 18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니콜라 피오렌자의 기악 음악 작품집이다. 이 음반에 수록된 거의 모든 곡들이 세계 최초녹음일 정도로 직므은 거의 자료조차 남아있지 않은 피오렌자는 18세기 초 나폴리의 음악과 교욱에 널리 힘쓴 작곡가이자 교육자였다. 지중해적 서정주의와 화려하고 재치있는 피오렌자의 고품격 작품들은 돌체 & 템페스타에 의해 이제야 그 꽃봉오리를 활짝 피우며 달콤한 향기를 퍼트리게 되었다.
바야흐로 고음악의 시대가 활짝 열린 가운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음악가들이 속속 다시 부활하고 있다. 니콜라 피오렌차라는 이 생소한 작곡가도 그 물결의 끄트머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듯이 보인다. 이 음반은 온전히 피오렌차의 작품만으로 하나의 앨범을 채운 최초의 음반이다. 그전에는 나폴리 악파 앨범 속에 첼로 협주곡 같은 작품이 이따금씩 녹음되었을 뿐, 피오렌차의 대부분의 음악들은 마술상자에 갇힌 거인처럼 봉인이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18세기의 문을 연 첫 해(1700년)에 태어난 피오렌차는 나폴리의 새로운 물결 속에서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립했는데, 당연히 그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
이 앨범에는 플루트가 곳곳에서 눈부시게 활약하는 협주곡들과 석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과 두 대의 바이올린과 플루트를 위한 협주곡들이 실려 있는데, 질풍노도 양식의 폭발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이 대단히 뛰어나다. 신포니아 한곡을 제외하면 다른 곡들은 모두 세계최초 레코딩이다. 감정을 통제하는 방식과 세련된 작곡 기법은 고난이도의 테크닉을 연주자에게 요구하는데, 돌체 & 템페스타라는 고음악 앙상블은 그 이름처럼 한없이 부드럽다가도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강력한 합주력을 선보이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화려하게 각인시킨다. 숨막힐정도로 황홀한 연주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포르포라의 유산 위에서 앞다투어 미래를 향해 튀어나갔던 다음 세대 음악가들 사이에서 피오렌차는 가장 맨 앞줄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음반이다. 기쁨으로 가득 찬 앨범으로 모든 고음악 애호가들에게 진정으로 환영받을만한 앨범으로 추천한다.
- 월간 La Musica - 김효진
[ 수록곡 ]
1. Concerto In F Minor Di Fluto, Violini, Violetta, Violoncello E Basso
2. Concerto In Re Maggiore Con Due Violini, Violoncello Obbligato E Basso
3. Concerto In La Minore A Tre Violin E Basso
4. Sonata Per Violino E Continuo In Sol Maggiore
5. Concerto In Re Maggiore Con Due Violini, Viola, Viloncello Obbligato E Basso
6. Sinfonia In Al Minore A Flauto, Due Violin E Bass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