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의 교향곡 4번을 실내 앙상블의 청초한 연주로 감상할 수 있는 음반이다. 특히 말러 교향곡 가운데서도 매력적 선율미로 널리 사랑받는 작품이기에 악기 하나하나의 색감이 어우러져 내는 효과는 대단히 뛰어나다. 이것은 쇤베르크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에르빈 슈타인, 한스 아이슬러의 역량이 더해져 새로운 창조물로 재탄생 한 것이다. 특히 뛰어난 목관 파트를 갖고 있는 옥살리스 앙상블의 환상적인 하모니가 달콤하게 흐리고, 소프라노 델캄프와의 조화 역시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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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교향곡 4번의 실내악 편곡판이라고 하면 이른바 틈새시장에 해당하는 셈인데, 이젠 그 틈새도 어지간히 메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서너 종의 음반이 시중에 나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 것을 내세우지 않는 한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물론 쇤베르크의 ‘여섯 개의 관현악 가곡’의 실내악 편곡판을 덧붙여 수록한 것은 ‘특별한 것’에 해당하기는 한다. 이것은 말러의 교향곡 편곡판과 마찬가지로 ‘빈 음악 비공개 연주 협회’(쇤베르크가 설립한 단체로, 여기서 주최하는 연주회는 회원만 참석할 수 있었다)를 위해 편곡된 것이다. 쇤베르크가 아직 후기낭만주의 어법을 사용하던 초기에 작곡한 곡으로, 원래보다 축소된 반주부는 가벼워진 짜임새와 이질화된 음색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신선한 효과를 내고 있다. 풍부하지만 두텁지 않고 맑은 로르 델캉프의 목소리는 이 편곡판과 매우 잘 어울리며, 표현도 매우 적절하다.
말러 교향곡은 편곡의 의미를 거의 탈색할 정도로 세련된 더글러스 보이드/맨체스터 카메라타(Avie)와 아마추어리즘에 함몰되었다고밖에 볼 수 없는 리노스 앙상블의 녹음(Capriccio)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 활달하게 나아가는 1악장은 의도적인 투박함을 내세워 각 성부가 더 큰 편성의 축약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맨체스터 카메라타보다는 리노스 앙상블에 가깝지만, 그처럼 뻣뻣하거나 서툴지는 않다. 이들은 노골적인 레가토나 다이내믹의 강렬한 대조를 최대한 구사함으로써 성글어진 짜임새가 만들어낸 공간을 원색적인 색채로 채우고 있다.
‘클라이맥스-파국’ 대목의 처리는 이 편곡판을 다룬 녹음 가운데 가장 대담하며, 전반적으로 활기와 소박한 흥겨움이 넘친다. 선이 굵고 대담한 2악장의 독주 바이올린은 요사스런 느낌은 거의 없으나 강한 설득력과 일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4악장에서 독창을 맡은 델캉프는 급변하기 일쑤인 템포에 미처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듯 호흡 면에서 벅차하는 대목이 더러 있으나, 표현 면에서는 각 악기들이 벌이는 유쾌한 분탕질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말러가 이 곡에서 제시한 동화적이고 유아적인 세계에 도달하는 것은 진지한 모방을 통해서가 아니라(많은 연주가 저지르는 오류이다) 철저하게 즐거움을 추구함으로써 가능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또 잘 보여주고 있다.
- 월간 La Musica - 황진규
[ 수록곡 ]
1. Symphony Nr.4 In G Major (Gustav Mahler)
2. Sechs Orchesterlieder Op.8 (Arnold Schoenbe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