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연주력으로 선보인 2장의 피아졸라 음반으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콰투오르 칼리엔테가 이번에는 탱고의 고전과 최신작의 만남을 주선하였다. 피아졸라의 숨은 명곡 <카모라>와 <콘트라바이시모>, 그리고 고탄 프로젝트에 초대되기도 했던 피아니스트이자 탱고 작곡가 구스타보 베이텔만의 작품을 함께 담은 것이다. 무엇보다 온몸을 두드리는 콘트라바스의 울림이 두드러지는 작품들로 그 타격감이 뛰어난 녹음이 격정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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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졸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곡들이 있다. ‘항구의 사계’는 연주자들의 단골 레퍼토리이며, ‘망각’은 대중음악과 다를 바 없다. ‘리베라탕고’나 ‘르 그랑 탕고’ 역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이 멈춘다면 수많은 곡을 작곡한 피아졸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특히 칼리앙트 사중주단의 이 음반은 여느 피아졸라의 음반에서 듣기 힘든 곡들을 수록하여 피아졸라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욕을 불러일으킨다. 칼리앙트 사중주단은 반도네온과 바이올린, 피아노, 더블베이스로 구성된 탱고 연주 단체이다.
첫 세 트랙에 수록된 피아졸라의 ‘카모라 I, II, III’은 피아졸라와 그의 퀸텟에 의해 이루어진 1988년의 마지막 녹음에 있었던 프로그램이다. ‘싸움’이라는 뜻의 제목에서 보듯이, 이 세 곡은 복잡한 구성과 넘치는 에너지, 운동성 있는 리듬으로 들떠있다. ‘탱고는 슬픔이다’라고 피아졸라 스스로가 말했지만, 60대 후반으로 접어들던 이 시기의 피아졸라는 성공한 음악가로서 슬픔보다는 음악 자체의 에너지로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칼리앙트 사중주단과 기타리스트 로랑 콜롱바니는 ‘카모라’의 복잡한 구성이나 응집된 에너지보다는 그 안에 흐르는 서정미를 이끌어내는 데 집중한다. 파도와 같이 들이치는 리듬은 절제하고, 중간 중간의 감상적인 멜로디는 여유를 즐기며 자유롭게 연주한다. 이것은 특성이 다른 악기들이 서로 다른 역할을 담당하면서 구조적으로 응집력이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한데, 피아졸라의 퀸텟 역시 이러한 편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이 피아졸라가 상상했던 음악적 이미지에 가까울 것이다.
구스타보 바이텔만은 아르헨티나 태생으로, 파리를 중심으로 영화와 라디오, TV 등을 위해 작곡과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탱고보다는 재즈 음악가로 활동했지만, 유럽에서 피아졸라와 함께 연주하기도 했었다. 이러한 그의 이력은 이 음반에 담긴 작품들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만남’이나 ‘실종’은 피아졸라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들을 수 있는 리듬과 타악기 효과를 들을 수 있으며, ‘다른 목소리’는 탱고가 해체된 듯한 자유분방한 모던 재즈의 모습을 띠고 있다. 특히 뱅상 로렐이 연주하는 마림바의 음파가 미로에 갇힌 듯한 혼돈과 신비로움을 효과적으로 더한다.
마지막 곡인 피아졸라의 ‘콘트라바히시모’는 드물게 더블베이스가 활약하는 작품으로, 그가 일생을 통해 새로움을 추구했던 작곡가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중반부에서의 반도네온의 활약을 들으면, 누구나 반도네온이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악기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 월간 La Musica - 송주호
[ 수록곡 ]
1. Camorra I (Astor Piazzolla)
2. Camorra Ii
3. Camorra Iii
4. Encuentro (Gustavo Beytelmann)
5. Otras Voces
6. El Desaparecido
7. Contrabajissimo (Astor Piazzoll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