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피아니스트 호르쇼프스키의 어머니가 쓴 서간, 그리고 최초 공개되는 희귀음원
‘미에치오(Miecio)'는 미에치슬라프 호르쇼프스키를 얘기한다. 폴란드 태생의 대 피아니스트 호르쇼프스키는 99세에 마지막 리사이틀을 열어 지칠 줄 모르는 음악에의 열정과 노익장을 과시하여 감동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자는 그의 어머니가 남편에게 쓴 한 시기의 편지들을 통해 호르쇼프스키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귀한 자료다. 책자의 몸통은 1900년과 1904년 사이에 호르쇼프스키의 어머니(Janina Roza)가 빈에서 폴란드의 르보프(Lwow)에 나머지 가족과 남아있던 남편에게 보냈던 편지와 우편엽서들인데, 때와 장소는 합스부르크 체제하의 빈이었다. 어머니의 글이 씌어진 당시 호르쇼프스키의 나이를 따져보면 30세에서 34세가 된다. 호르쇼프스키의 어머니는 빈에서 편지지와 엽서를 구해 오매불망 고국에 있는 남편에게 거의 매일 편지를 썼다. 성 슈테판 성당 등 빈의 각종 건축물과 갖가지 풍경 등을 담은 130개나 되는 그림 우편엽서에는 여백이 거의 없이 온 정성으로 빼곡히 적은 사연이 있다.
호르쇼프스키의 어머니는 쇼팽의 제자 중 한사람한테 배웠던 피아니스트였다. 당연히 어린 호르쇼프스키의 첫 피아노 선생은 그의 어머니였다. 그의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그는 제 뜻을 펼 수 없었을 수도 있다. 그만큼 호르쇼프스키에게 어머니는 삶과 음악경력의 구심점이었다. 호르쇼프스키는 신동이었다. 5세에 바흐 인벤션을 연주했고, 8세에 신동 피아니스트로 음악계를 떠들썩하게 하며 대중 앞에 섰으며, 불과 10세에 공식적인 경력을 시작했다. 파데레프스키와 슈나벨의 스승으로 유명한 레세티츠키가 또한 그의 스승이었다. 책자는 자료적 가치가 높다. 편지내용이 가지런히 인쇄되어 있고, 호르쇼프스키에 대한 간단한 전기적 글도 있고, 2008년 업데이트 된 거장의 디스코그래피에다 참고문헌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고 있다. 책자 뒤에 동봉된 음반에는 편지와 엽서에 언급된 레퍼토리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제까지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거장의 희귀음원들이다. 음향은 지글거리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개성 넘치는 음악은 정묘하게 와 닿아 감동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