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deric chopin (1810 - 1849) & dang thai son
프리데릭 쇼팽(1810∼1849)은 f단조와 e단조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다.
전자는 1829년에 작곡한 것이고 후자는 쇼팽이 스무살이 된 그 이듬해에 폴란드를 떠나기 직전에 완성한 것이다. 각각 1830년 3월 17일과 10월 11일에 바르샤바에서 초연되었다.

이 두 곡은 작곡된 시기로 말하자면 f단조의 곡이 제1번, e단조의 곡이 제2번이 돼야 하지만, e단조의 협주곡이 1833년에 먼저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작품11'로 파리에서 출판되고 f단조의 곡은 그로부터 3년 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작품21'로 세상에 나왔다.
작곡 시기와 출판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지금도 이 두 곡의 악보는 당시의 출판 순서에 따라 f단조의 곡이 '제2번 작품21', 후에 작곡된 e단조의 곡이 '제1번 작품11'로 되어 있다.

두 곡의 협주곡은 아름다운 멜로디, 독창적인 패시지의 훌륭한 피아노 파트로 듣는　이들을 매료시켰다. 그러나, 오케스트라 파트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부족한 점이 많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제2번 f단조에 대해서는 '오케스트라 파트는 모두 치졸하다'고 잘라 말하는 학자도 적지 않다. 제3악장에서 피아노 솔로가 부주제를 a플랫 장조로 연주하는 부분 직전의 오케스트라 파트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콜레뇨(현악기 활의 나무 부분으로 현을 두드리듯 연주하는 특수 주법) 표시가 되어 있다. 이 점은 이전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 앨범에서도 그 부분이 되면 오케스트라 연주자가 현의 나무 부분으로 악기를 두드리는 이상한 음이 들린다. 또, 오케스트라가 반주로 전락해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 때문에 제2번 f단조의 오케스트라 파트는 제1번 e단조 이상으로 후세의 음악가들에 의한 수많은 개정과 수정의 대상이 되었는데, 그 방법은 오케스트레이션을 변형하거나 추가하는 것에서부터 대폭적인 삭제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었다(타운지히 판, 윌트 판 등이 있다. 제1번에는 일본의 고노에 히데마로 판도 있었다).

그러나 원전을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오늘날의 음악계에서는 그러한 개정 작업에 역비판이 가해지고 이 앨범처럼 쇼팽이 작곡한 원전대로 연주하는 것이 상식이 되어 있다.
현대의 음악 팬들은 젊은 날의 쇼팽이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콘체르토를 듣고 싶은 것이지, 후세의 학자나 음악가의 냉철한 심미안을 통한 완벽하고 듣기 좋은 개정음악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파트에 다소 부족함이 있다고 해도 이 두 콘체르토의 피아노 파트에서 들을 수 있는 청춘의 싱싱한 감정의 표현, 언뜻 쓸데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본질과 맞닿아 있는 수많은 장식구, 뒤이어 나오는 주제의 아름다움은 격찬받아 마땅하다. 이것을 철저한 주제 전개와 확실한 구성이 신조인 베토벤의 작품과 비교하는 것은 한심한 생각이다.

당 타이손의 피아노 연주와 막시무크의 지휘로 신포니아 바르소비아가 연주한 이 앨범은 바로 그러한 쇼팽의 음악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집중한 것이다. 특히 제2번 f단조는 몇 번을 들어도 그 때마다 감동을 받게되는 명연주이다. 정말 별 것 아닌 ― 그러면서도 본질의 일부이기도 한 ― 삽입구와, 주제에 딸려 있는 세세한 상하강[上下降]음형 하나 하나에까지 절묘한 뉘앙스와 표정이 살아있다.
이는 당 타이손의 천재성에서 비롯된 것임과 동시에, 고민과 훈련으로 연마된 지성과 기술의 결과일 것이다.

당 타이손의 연주를 평하는 사람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소리의 아름다움을 격찬한다.
무대 위에서의 그는 미묘한 소리의 변화나 반짝이는 광휘, 완벽한 투명감, 강건한 소리와 부드러운 소리, 흐릿한 반향과 의연한 소리 등, 질감의 차이까지 느껴지는 연주를 들려준다. 일류 연주가의 무대 연주가 모두 그래왔던 것처럼.

이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당 타이손의 연주는 훌륭하다.
그는 1958년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태어나 1980년 바르샤바에서 열린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현재 캐나다에서 살고 있다. 그는 같은 해 콩쿠르에서 이름을 떨친 개성파 연주자 이보 포고렐리치(콩쿠르에서는 입선하지 못했다)와도, 1985년의 우승자 스타니슬라브 부닌과도 전혀 다른 수수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 때 한창 그에게 붙어 다녔던 '미국군의 폭격이 떨어지는 하노이 하늘 아래서 연습했다', '동양인 최초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라는 수식어를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이제 당 타이손의 연주는 당 타이손 그 자체가 되었다.
피아노 유파로 보면 유학한 모스크바 음악원의 뛰어난 연주방식을 계승하고 있다고 봐야하겠지만, 음악은 그 자신의 것이고 그것은 베트남이라든가 동양이라든가 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것이다.

나는 이 앨범을 듣고 전 쇼팽 콩쿠르 우승자가 지금 이렇게 아름다운 쇼팽을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하고 있다. 그것은 폴리니나 아르헤리치 등의 다른 어떤 피아니스트에게서도 들을 수 없는 당 타이손만이 만들어낸 소리에 의한 쇼팽이었다.

또한 함께 연주에 참가한 지휘자 예르지 막시무크(jerzy maksymiuk)는 1936년에 태어난 폴란드의 명지휘자이다.
신포니아 바르소비아는 1982년에 기존의 폴란드 실내관현악단 등을 모체로 발족한 소형 편성의 오케스트라로 최근에는 서구의 레코드회사에서 많은 레코딩을 하고 있다.

수록곡
1. (1-3) piano concerto no.1 op.11 in e minor
2. (4-6) piano concerto no.2 op.21 in f min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