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맥밀란의 발레 <마이얼링>은 연극처럼 구체적인 줄거리를 설명하는 드라마 발레다. 게다가 1889년 1월 오스트리아 남부의 마이얼링이란 궁정 사냥터에서 벌어진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태자 루돌프의 충격적인 자살사건에서 취재한 작품이다. 영광스럽지만 너무도 부담스런 자리, 정신 병력이 있는 자신에 대한 황실과 대신들의 의혹의 눈초리, 아내와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부모와도 대화도 단절되어 버린 상태, 결국은 방종과 마약에 의지하며 겉으로만 왕자의 생활을 유지하던 31세의 루돌프는 17세의 어린 소녀 마리 베체라와 함께 권총 자살하는 것으로 생을 마감했다. 케네스 맥밀란은 루돌프의 정신분열적인 내면세계와 삶에 대한 자포자기를 극적으로 표현해 냈다. 러시아 출신의 이렉 무하메도프가 루돌프의 절망을 전율할만한 연기로 재현하고, 이탈리아 출신의 비비아나 두란테는 어리지만 대범한 마리 베체라를 결코 잊을 수 없게끔 소화한 1994년 로열 발레 실황이다.발레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소재일 뿐 아니라 에로스와 타나토스(죽음에 대한 동경)라는 예술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동시에 구현한 걸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