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슨 버트위슬은 런던의 킹스 칼리지를 다닌 뉴에이지 피아니스트가 이루마가 자신의 스승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는 영국의 대표적인 작곡가다. 그가 로열 오페라의 의뢰를 받아 작곡한 2008년 최신작 <미노타우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은 황소, 반은 인간인 괴물의 이름이다. 이 신화는 무척 길고 복잡하지만 오페라에서 다루어진 내용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미노스 왕의 딸인 아리아드네 공주의 도움을 받아 미노타우르가 갇힌 미로를 뚫고 그를 죽인다는 부분이다. 초연 당시의 반응은 대부분의 비평가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을 정도로 호평이었다. 영국의 유명한 테너 필립 랭그리지의 아들인 스티븐 랭그리지의 로열 오페라 첫 연출이며, 무대 디자인을 맡은 엘리슨 치티는 작곡가의 영감에 따라 피카소의 영향을 드러냈다. 미노타우르가 갇힌 공간은 투우장으로 설정되었다. 로열 오페라의 예술감독 안토니오 파파노로서는 로열 오페라에서 처음으로 초연하는 것이며, 미노타우르를 맡은 베이스 존 톰린슨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와 미로에 감금된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내면을 지닌 미노타우르를 표현했다.
[보충자료]
- 미노타우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은 사람이고 반은 소인 크레타의 괴물이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제물로 쓰라고 눈처럼 흰 황소를 보냈는데 미노스왕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황소를 살려두자, 포세이돈은 그 벌로 왕비 파시파이를 이 황소와 사랑에 빠지게 했고, 그 결과로 반인반수의 괴물이 태어났다. 미노스왕은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다이달로스에게 미궁(迷宮)를 짓게 했다. 그뒤 미노스의 아들 안드로게오스가 아테네인들에게 죽음을 당하자, 미노스는 그 복수로 아테네의 소년, 소녀들을 정기적으로 공물로 바치게 하여 미노타우르가 잡아먹도록 했다. 이를 처치하기 위해 파견된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미노스와 파시파이 사이에서 난 딸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얻어 이 괴물을 죽였다. 그 다음 이야기, 즉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를 데리고 그리스로 가다가 낙소스 섬에 버려두고 떠난 바람에 슬픔에 빠진 아리아드네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에서 다루고 있다.
- 해리슨 버트위슬(1934~)는 영국의 대표적인 현역 작곡가다. 특정한 악파나 운동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활동을 펼쳐왔으며, 으르렁거리는 관악기와 대규모 타악기의 사용이 돋보인다는 평을 듣는다. 오페라도 많이 작곡했는데 출세작은 <펀치와 주디>(1967)이고 두 차례나 로열 오페라에서 리바이벌된 <가웨인>(1990)이 대표작이다. 그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런던의 킹스 칼리지의 교수였고 이때 이루마를 가르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