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로얄 오페라하우스 코벤트가든 무대에서 펼쳐졌던 R 슈트라우스의 ‘살로메’는 영국 오페라계의 크나큰 충격파를 안겨주었던 화제만발의 공연이었다. 항상 폭력적이고도 음란한 연출로 많은 화제를 낳고 있는 악동 연출가 데이비드 맥비카의 악취미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표출되었기 때문이다. R 슈트라우스의 첫 오페라 출세작인 ‘살로메’는 복음서에 기록된 세례요한의 마지막 순간을 자극적으로 각색 해놓은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에 기초한 작품이다. 근친애, 스트립 댄스, 잔혹한 참수, 잘린 머리에 대한 끔찍한 애정행각 등등 온갖 문란하고도 참혹한 소재들이 등장하는 이 문제의 오페라는 맥비카의 그로테스크하고도 에로틱한 개성을 맘껏 펼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 작품 후반부를 뒤덮는 붉은 선혈과 너무나 사실적으로 만들어진 요하난의 잘린 목은 웬만한 호러무비를 능가하는 공포감을 안겨주며, 정상급 오페라무대를 통해 현역 최고의 살로메로 급부상한 나디야 미카엘의 혼신의 열연은 맥비카가 정성껏 준비한 잔혹 드라마의 놀라운 정점을 만들어낸다. 우람한 저음이 돋보이는 토마스 폴레의 열창과 비정상적이 헤롯의 행태를 리얼하게 연기한 토마스 모저의 열연도 놓칠 수 없으며, 망나니 역에 특별 채용된 보디빌더 출신 배우의 근육질 몸매는 색다른 볼거리를 안겨준다.
[보충자료]
- 살로메의 이야기는 복음서(마태복음 14장, 마가복음 6장)에 등장하는 세례요한의 죽음에 기초한다. 봉분왕 헤롯 은 자신의 동생의 아내인 헤로디아스와 결혼한다. 세례요한이 이를 나무라자 헤롯은 그를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감옥에 가두어버린다. 한 잔칫날 헤로디아스의 딸(복음서에는 이름이 나와 있지 않으며, 살로메라는 이름은 구 전된 것이다.)이 춤으로 헤롯과 손님들을 기쁘게 하자, 헤롯은 그 딸에게 원하는 것 한 가지를 약속한다. 헤로 디아스는 딸에게 요한의 목을 요구하라고 주문했고, 결국 요한은 목이 잘려 죽게 된다.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은 이 이야기에 헤롯과 조카 살로메 사이의 근친애, 요한에 대한 살로메의 병적인 집착, 시신에 대한 애정 표현 등을 첨가하여 보다 자극적인 느낌으로 각색되었다.
- 라이프치히 출신의 소프라노 나디야 미카엘은 슈투트가르트 음악원과 미국 인디애나 대학 음대에서 노래를 배웠 다. 처음에는 메조소프라노로 캐리어를 시작하였으나, 소프라노로 전향한 이후 본격적으로 음악계의 주목을 받 기 시작했다. 토스카, 산투차, 피델리오, 레이디 맥베스, 살로메와 같은 격정적인 캐릭터에 능하며, 특히 현재 천부적인 살로메로서 일급 오페라극장들을 누비고 있다. 2007년 2월 밀라노 라스칼라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 후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로얄 오페라 코벤트가든 등에서 같은 역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 스코틀랜드 출신의 데이비드 맥비카는 그간 선정적이고도 파격적인 무대로 많은 화제를 낳았던 연출자다. 그가 코벤트가든의 무대에 올렸던 <마술피리>, <리골레토>, <피가로의 결혼> 그리고 글라인드본에서 연출 했던 헨델 의 <줄리오 체사레>등이 이미 Opus Arte를 통해 DVD로 발매되었었다. 특히 <줄리오 체사레>는 2006년 그라모폰 어워드에서 최우수 DVD로 선정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