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적 진실성이 그 진가를 발휘한 역사적인 독일어 <오텔로>
1960년대까지는 유럽에서도 외국 오페라를 자국어로 번역해서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극장에 자막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본래 언어로 부르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이 <오텔로>는 1965년 빈 국립가극장이 TV방송을 위해 스튜디오 촬영한 것으로 관행에 따라 독일어로 부른다. 그런데 놀랍게도 셰익스피어 원작의 분위기를 더 잘 살리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당시 빈 오페라계의 떠오르는 신예 오토 셴크의 비범한 연출은 만년의 베르디가 이룩한 연극적인 사실성을 놀랍도록 잘 살려내고 있다. 흑백이고 모노지만 연출에 관한한 최근 영상물보다 보여주는 것이 많으며, 볼브강 빈트가센을 위시하여 독일어권에서 이 오페라에 가장 어울리는 명가수들이 망라되었다.
[줄거리]
- 연출자 오토 셴크(1930~)는 빈 출신의 배우이자 연출가다. 배우로서는 고향인 빈에서 코믹 연기로 인기를 얻었지만 연출가로는 주로 오페라 분야에서 명성을 떨쳤다. 특히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이 의욕적으로 제작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풍성하면서도 사실적인 무대로 창조하면서 전통적인 연출로는 역사상 최고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무대를 꾸미는 솜씨에 앞서 역시 탄탄한 연극적 배경이 그의 장기인데, 그 솜씨가 이탈리아 오페라 중에서 특별히 극적인 긴장감이 넘친다는 <오텔로>에 잘 구현되었다.
- 오텔로 역을 부른 볼프강 빈트가센(1914~1974)은 바그너 테너로 유명하며 슈투트가르트 오페라의 헬덴테너였던 프란츠 빈트가센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 영향으로 자신도 슈투트가르트 오페라에 30년간이나 소속되어 활약했다. 물론 이 기간 중에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는 계속 참여해 1951년부터 1970년까지 출연했다. 최후의 2년간은 자신의 근거지인 슈투트가르트 오페라의 예술감독을 지냈다. 빈트가센은 과거나 현대의 헬덴테너에 비해 전혀 묵직한 목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비교적 밝고 날렵한 소리이다. 대신 무거운 헬덴테너들이 간과하기 쉬운 섬세한 음악성과 극적인 진실성을 지녔다. 특히 <니벨룽의 반지>의 역사상 첫 스튜디오 레코딩이었던 게오르그 솔티 지휘의 음반(데카)에서 지크프리트를 맡은 것은 이 역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것으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