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을 섬뜩하게 만드는 14번의 단두대 칼날 소리
‘살베 레지나’를 노래하는 수녀들의 숭고한 합창이 진행되는 동안, 소름끼치는 금속성과 함께 기요틴의 칼날이 차례차례 그들의 목 위로 내리쳐진다. 20세기 오페라를 대표하는 명장면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이 장면은 바로 풀랑의 오페라 ‘카르멜 수녀들의 대화’의 대단원이다. 풀랑의 이 오페라는 폰 르 포르트의 소설 ‘단두대의 마지막 여자’를 각색한 베르나노스의 영화 시나리오를 기초로 한 것으로, 이 내용은 실제 프랑스대혁명당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신앙과 삶 사이에서 번민하는 주인공 블랑슈의 고뇌와 마지막 순간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는 그의 결단을 풀랑 특유의 세련된 오케스트레이션과 유려한 선율미를 통해 표현해낸 걸작 오페라다. 본 DVD는 2008년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 있었던 실황을 수록한 것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지휘자 시몬 영이 지휘봉을 잡았다.
여러 바그너 오페라 프로덕션을 통해 독특한 심미안을 보여줬던 연출가 니콜라우스 렌호프는 간결하고도 상징적은 무대를 배경으로 이 감동적인 순교 오페라를 그려나간다. 특히 마지막 순교 장면의 강렬함은 기존의 두 영상물(1999년 랭 국립오페라, 2004년 라 스칼라)을 압도한다.
[줄거리]
- 이 오페라는 1794년 7월 17일 기요틴에서 차례로 참수된 16명의 카르멜수도회 소속 수녀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였다. 오페라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주인공 귀족집안의 딸 블랑슈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녀가 되지만, 대혁명의 광기가 몰아치던 그 시절 신앙을 위해 삶을 포기해야할 순간이 닥쳐오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친다. 그러나 동료 수녀들이 단두대에서 차례로 순교하던 마지막 순간, 블랑슈는 의연하게 나타나서 자신의 생명을 하느님께 바친다.
-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지휘자 시몬 영은 현재 가장 정력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여류 지휘자의 한 사람이다. 자국에서의 음악교육을 마친 이후 유럽으로 건너가 쾰른과 베를린에서 각각 제임스 콜론과 다니엘 바렌보임의 어시스턴트로 활동하면서 음악계 일선에 나섰다. 1992년 베를린 코미셰 극장에서의 데뷔 이후, 빈 슈타츠오퍼, 바스티유 오페라, 로얄 오페라 코벤트가든,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의 주요 오페라 극장들을 두루 섭렵하면서, 일급 오페라 지휘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정립시켰다. 노르웨이 브레겐 필하모닉과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의 수장을 거쳤고, 2003년부터는 독일의 일급 오페라극장인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의 음악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