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까지 부모님이 사용하시던 것을 이용해서
음악감상을 한 이후로 한 10년만에 하이파이 앰프를 들이게 되었습니다.
그간, 데논의 AV앰프인 A11SR의 스테레오 실력에 상당히 만족해 있던 저로서는
사실 하이파이 앰프에 대해서 별다른 욕심은 없었습니다만...
친구집 작은 방에 놓여있는 북쉘프 스피커와 CDP, 인티앰프에서 재생되는 소리를
한번 듣고 나서는 '급'이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그렇다고, 프리+파워앰프 조합으로 갈만한 여유는 없고,
진공관앰프소리가 상당히 매력적이기는 했습니다만 또 그쪽으로 갈 생각은 없었기에
적당한 가격의 인티앰프를 하나 장만할려고 몇개월전부터 이곳 파인AV나 다른 곳들을
기웃거리기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마란쯔 PM7200과 로텔 RA-02로 저울질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로텔 RA-03이 출시되더군요.
사용하고 있는 스피커는 AV용 스피커인 탄노이 센시스 DC 시리즈입니다.
뭐, 본격적으로 하이파이를 추구하시는 분들에게야 이 스피커가 그리 탐탁치 않으시겠지만
저로서는 제 여유한도내에서 이래저래 들어보고 영화감상과 음악감상 양쪽을 만족시킬 수 있겠다라는 판단에 들여놓은 놈이라 상당히 애착을 가지고 있는 스피커입니다.
구입할 당시에는 상당히 비쌌는데, 들여놓고 나서 한 1년쯤 지나니 가격이 폭락하더군요.
그래서 본전생각이 심하게 나기도 했었습니다...-.-;
이 스피커에 기존 물려있던 데논의 소리는 참으로 점잖은 소리라 인티앰프는 조금
도발적인 놈을 물려보자 하는 마음이 있어서, 마란쯔를 접고, 로텔 RA-03으로 가게되었습니다.
사용하고 있는 CDP도 마란쯔 CD7300이라 마란쯔가 잘 된 궁합이 아닐까 많이 망설였습니다만,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소리로 울려봤으면 좋겠다하는 마음에
이 조합으로 가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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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03, 마란쯔 CD-7300, 탄노이 센시스 DC 이렇게 물려보았을 때 처음 받은 느낌은
RA-03의 구동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데논 A11SR 앰프도 출력이 상당히 좋습니다만, RA-03의 구동력은 정말 데논을 압도하더군요. 이제 일주일 가량 됩니다만, 볼륨레벨이 9시 반 이상으로 올라간 적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데논으로 음악감상할 경우에 볼륨레벨 -10정도와 맞먹더군요.
다음은 고음이 쏘는 듯 들린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그간 데논의 소리에 익숙해져있던 터라 지금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입니다.
다비드 오이스트라흐가 연주한 브람스의 곡을 들으니, 현소리가 '잘' 재생되기는 합니다만
그 쏘는 맛이 귀를 많이 자극하더군요.
반면에 데논에 맞추어 세팅해놓았던 스피커의 위치와 토인각들이 로텔로 재생되는 저역대와는 맞지 않더군요. 저역의 재생이 불분명해지고, 부밍이 생기고...-.-;
여튼, 처음 한 2~3일간은 만족스러운 점이라고는 구동력이 좋다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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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이용해서 토요일 오전부터 소리 잡기에 들어갔습니다.
스피커를 벽에서 좀 더 떼고, 토인각을 좀 더 벌리고 하면서
청취위치와 스피커까지 정말 수십번을 왔다갔다 하며 위치를 잡아나가고
소리를 잡아나갔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케이블도 바꾸고 싶고, 전원케이블도 질러보고 싶고 했지만
정말 더이상은 지갑사정이 허락하지 않는 터라
현재의 상태에서 최상의 소리를 잡을 수 밖에 없는 상황, 다들 이해하시지요?
스피커 밑에 붙어있는 스파이크도 슈즈를 신겼다가, 벗겼다가
스파이크 딴 놈으로 붙여봤다가,
스피커의 포트에 벙을 꽂았다가 뺐다가
스피커 뒤쪽에 쿠션을 갖다놨다가 뺐다가 하면서
토요일을 거의 다 보낸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던 와이프가 토요일 점심 먹고나서는 아이들 데리고 언니집에
간다고 하더군요. 한편으로는 미안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아싸~!'하는 마음이...^^
토요일 밤늦게까지 그 고생을 한 결과
일요일날 아침에 일어나서 재생한 에바 캐시디의 일련의 음악들이
참으로 아름답게 재생되더군요.
정말 소리가 잡혀서인지, 아니면 그새 귀에 그 소리들이 익숙해진 것인지...
지금도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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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도 거의 종일 커티스 퓰러의 트롬본 소리(제가 좋아하는 소리거든요~^^),
치에 아야도의 거친 보컬과 바이브레이션 소리,
그리고, 엘렌 그리모의 피아노 타건 소리등을 정말 수십번 들으면서
조금씩 세팅을 해나갔습니다.
오후쯤 되어서 저역의 부밍, 공진 등도 거의 잡히고, 스피커 자체의 통울림 소리도
많이 잡혔습니다...ㅠ.ㅠ
데논 앰프와 RA-03을 파인AV의 셀렉터를 이용해서 함께 연결해서 소리를 들어보니
이 셀렉터가 음질의 열화를 일으키지는 않는 것 같더군요. 직결해서 맞추었던 소리가
잘 재생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그리 민감하지 못한 귀라서 그럴수도 있습니다)
데논앰프로 연결해서 음악도 들어보고, 영화도 감상해보니
새롭게 맞춘 위치와 여러 재생환경이 데논에도 맞는 것 같더라구요. 어찌나 좋던지...^^
일요일 저녁에
에바 캐시디, 재니스 이안, 제인 몬하이트 등의 여성 보컬의 음악들,
엘렌 그리모, 아르게리히 등의 피아노 음악들,
그리고, 크리스 보티, 커티스 퓰러, 클락 테리의 관소리들,
오이스트라흐의 현소리 등을 쭉 돌려보았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의 조금 귀에 거슬리던 고역이
이제는 명쾌하게 재생되면서,
불분명했던 저역대, 그리고 중역대의 재생이 좀 살아난 것 같습니다.
새롭게 들어온 RA-03덕에
그간 무감각하게 지내왔던 청취환경 청소도 깨끗하게 하고,
스피커의 위치라든가 액세서리 등도 잘 정비하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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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03은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
중/고역대의 재생이 좋은 것 같습니다.
여성보컬을 매끄럽게 재생하기 보다는 조금은 터프하게 재생해내고,
들어본 트럼펫, 트럼본 소리는 정말 일품이더군요.
저역은 스피커의 특성 탓인지 그렇게 딴딴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만,
적어도 우든 베이스의 운지는 잘 재생해내는 듯 합니다.
처음에 RA-03을 선택했을 때 먹은 마음.
조금은 도발적인 소리를 원했던 것에는 근접한 것 같습니다.
지금 다시 데논으로 음악을 들어보면 조금 심심하더군요.
RA-03은 약간 긴장하면서 음악을 감상하게 하더군요.
무엇보다도 이 놈의 구동력만큼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이상으로 일주일 사용해본 RA-03 첫느낌이었습니다.
조금씩 더 정비하면서 음악감상 해봐야지요.
몇 개월 지나서 그때쯤의 사용기를 또한번 작성해봐야겠습니다.
에...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 말씀 드렸듯이,
전 소위 고수도 아니고 하이파이앰프를 제 힘으로 산 것은 처음이라
그저 느낌 위주로 사용기를 적었습니다.
그러니, RA-03에 미리 선입견을 가지시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꼭 한번 들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아...이제는 개인적으로 소망하던 여러가지들을 다 갖추었기에
당분간 좋은 음악, 좋은 영화들을 감상하는데 집중하려 합니다.
사실은 그리 기기에 집착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래저래 동호인들의 집에 가보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지르게 되고...그렇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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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입니다만,
RA-03의 뒷부분 단자는 조금 마음에 안들더군요.
스피커 케이블을 연결하는 곳에 구멍이라도 하나 있으면 직결하기가 훨씬 쉬웠을텐데,
돌려감다보니 땐실하게 연결되지 않는 듯 하여 조금 찜찜하더군요.
결국 그냥 바나나 플러그를 그냥 꽂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