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스 세고비아 아카이브 - 프랑스 작곡가편
레이몬드 페티트 - 시칠리안느
앙리 마르텔리 - 네 개의 소품
피에르 드 브레빌 - 판타지
앙리 콜레 - 브리비에스카, Op.67 외
로베르토 모론 페레스 (gtr)
Reference Recordings FR-709
로베르토 모론 페레스. 당연히 낯선 이름이지만, 앨범이 출시된 레이블이 레퍼런스 리코딩이다. 뭔가 심상치 않은가. 실제 음을 들어 보면, 분명한 공간감과 자연스런 울림이 무척 리얼하고 또 아름답다. 기타 한 대의 단출한 구성이지만, 홀 톤을 풍부하게 살린 가운데, 연주할 때 포착되는 다양한 디테일과 기척이 모두 담겨 있다. 우연히 듣게 된, 무척 흥미로운 앨범인 것이다.
원래 이 친구는 마드리드 태생이다. 여기는 스페인이라는 기타 대국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지역이다. 축구로 치면, 레알 마드리드 출신인 셈이다. 당연히 어릴 적부터 신동 소리를 들을 만큼,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캐리어를 구축해왔다. 마드리드에서 당연히 1등으로 학교를 졸업한 가운데, 영국에 건너가 로열 아카데미 오브 뮤직을 나오고, 줄리앙 브림 상을 수상하는 등, 일찍부터 주목을 받았다.
당연히 스티븐 도슨이나 안젤로 질라르디노와 같은, 동시대 작곡가들의 신작을 연주하는 기회도 얻었고, 그중 일부는 앨범화되었다. 그의 최신 프로젝트는 기타의 전설 안드레아 세고비아의 유산을 계승하는 것. 실제 세고비아는 기타 레퍼토리를 넓히기 위해, 자신의 명성과 실력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이래서 쌓아올린 아르키브를 이태리의 베르벤 출판사가 소유한 가운데, 과감하게 페레스가 달려든 것이다.
이미 동 레이블에서, 그 창고에 숨은 보석 중 프랑스 작곡가들만 모아 앨범을 발표한 바 있고, 이번이 그 두 번째 프로젝트다. 그 주인공은 스페인 작곡가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는 이름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아무런 선입견 없이 들으면, 플라멩고로 대표되는 스페인 기타의 색채가 너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다양한 개성을 지닌 곡들이 조용히 흘러나온다. 꼭 시스템이 좋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이번에 소개된 작곡가 중에 하우메 파히사는 카탈루니아를 대표하는 기타리스트로, 앨범 초입에 무려 4곡이나 연주되고 있다. 가스파 카사도는 원래 첼로 연주자였는데, 세고비아를 추종하면서 자연스럽게 곡을 헌정했다. 이번에 다섯 곡이나 선정되어 녹음되었다.
한편 세고비아가 주목을 받기 직전인 1924년까지 스페인과 남미에서 “기타의 왕”으로 군림한 사람은 페드로 산후앙이다. 이번에 그의 작품이 한 곡 연주되었는데, 과연 어떤 인물이었는지 그 호기심을 조금은 풀어준다. 또 같은 마드리드 출신이면서 낭만주의 성격을 보여주는 비센테 아레가이의 작품 역시 눈길을 끈다.
페레스가 애용하는 기타는 마드리드에 소재한 마리아노 콘도라는 회사다. 주로 특주품만 생산하는 바, 그의 모델은 열 여덟번째 작품에 해당하며 이름은 <안달루시아>라고 한다. 스페인의 기타 전통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으며, 그 일부를 본 작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큰 행운이 아닐까 싶다. 특주 기타의 자연스러운 통 울림의 맛은 무척 각별하다. 기회가 되면 프랑스 작곡가 앨범도 구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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