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나로선 언제부턴가 국악도 재즈를 통해서 접하게 되었다. 일본 재즈 뮤지션들이 우리 국악인들과 협연으로 낸 재즈 앨범들을 접하면서... 참으로 쉽지 않은 프리 재즈 스타일이었던것 같다. 여태까지 접해본 재즈 음악 중 듣기에 가장 어렵고 수준 높은 것이 우리 국악이 아닌가 싶었다. 이건 우선 재즈의 한 장르에 우리 국악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서...
재즈도 풍류이고 우리 국악도 풍류이다. 단 우리 국악엔 우리만이 이해할 수 있는 '한'이 서려있는듯 하다. 그래서 어려운가 보다. 이 '한'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겪어보지 못한 이들이 이 음악을 접할때 과연 얼마나 동감을 할런지... 난 최대로 이런 '한' 같은 것을 배제하고 순수 음악쪽으로, 그래서 국악이 재즈의 넓은 범주 안에 충분히 들어있다고 생각하며 국악을 들어왔다.
결론은 국악의 내 나름대로의 표현은 "재즈에서 가장 수준 높은 '혼'이 담긴 음악"이라 말하고 싶다. '혼'과 '한'을 들여다 보면 'ㅗ'를 돌려 세우면 'ㅏ'가 되는 결코 멀지 않은 친척과 같은 사이다.
각설하고 이 음반은 우리나라 음반사에 길이 남을 역작이라 하고 싶다.
내 오디오의 존재 이유는 이런 음반을 만나는 것이다.
최고의 찬사를 보낸다.

(가야금 연주자 추정현)
우선 이 음반은 2009년 9월 10일 전남 담양의 소쇄원에서 라이브 공연을 녹음한 것이다. 얼핏 가야금과 북 두 악기의 이중주로 들리지만, 실제로 북치는 이의 추임새 - 판소리에서, 창의 사이사이에 고수(鼓手)가 흥을 돋우기 위하여 넣는 소리(‘얼씨구‘좋고‘으이 따위.), 그리고 이 음반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자연의 소리'가 담겨진 퀄텟 연주이다. 이 음반의 첫 연주는 가야금이 아닌 소쇄원내의 바람소리, 물소리 그리고 풀벌레들의 울음 소리로 시작 된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 자연의 소리들은 계속 반주로 나오고 마지막 곡의 마무리도 역시 이 소리들로 끝을 맺는다.
이 앨범의 제목은 가야금 산조로 되어있다. 앨범 책자의 맨 앞부분에 산조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글자풀이로 '허튼가락', '즉 시나위의 즉흥성을 기반으로 일정한 체계를 갖추지 못했음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마 재즈에서 이 표현을 찾는다면 결국 '프리재즈'에 가까운 듯하다.

(이 음반이 녹음된 담양 소쇄원)
녹음 당시의 원음에 아무런 변형도 가미되지 않은 순수 녹음, 뛰어난 음질(일반CD, SACD 모두 다), 자연에 묻힌 훌륭한 연주, 우리 문화의 뛰어남을 빼어나게 보전한 훌륭한 기록매체이다.
이 음반을 만든 "악당이반 주식회사"의 모든 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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