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고인의 음악을 현대에서 훌륭한 음질로 다시 듣는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임에는 틀림없다.
폴란드 태생의 미국 피아니스트 아서 루빈스타인이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모음곡 가운데 유명한 곡들이 모여 있다. 총 75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주되는 이 음반은 잔잔하면서도 명징하게 가슴 속을 파고든다. 고요한 터치 속에서 둔중하게 내려치는 그 깊음의 세계가 환상적이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하면 떠오르는 유명곡들 가운데 특히 유명한 곡들을 모아놓았다. 그래서 더 좋다. 피아노 소나타를 다 들으면 좋겠지만 잘 알려진 곡들을 들을 땐 함께 선율을 따라가는 맛이 있다.
음악을 들으며 고인이 된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치는 장면을 떠올리노라면 손가락이 보이지 않게 땀을 흘리며 연주하는 모습이 상상된다.
1962년과 1963년 사이에 녹음된 곡이니 무려 40년이 지난 곡들인데도 이렇게 선명하게 다가온다. 현대 과학기술의 진보에 입을 다물 순 없지만 어쨌든 즐거운 마음으로, 차분히 휴식을 취하며 선율을 따라가는 기쁨이 크다.
클래식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일청을 권해드립니다. 유명한 곡으로 아마 CF에도 많이 나왔을 겁니다. 그래서 클래식에 재미를 붙이기가 쉽습니다. 피아노 곡들은 반복되는 주제선율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는 맛을 보다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서 멜로디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훌륭한 연주자의 훌륭한 연주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마음속에 아로새긴 베토벤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장 짧은 시간대인 2번 트랙 moonlight의 알레그로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