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명이 참여한다는 '천인 교향곡'. 그 이름만큼이나 이 음악의 스케일은 상상을 초월한다. 말러 스스로가 밝혔듯이 우주적 교향곡이다. 웬만해선 이 곡을 연주하기 힘들 것이다. 1,000명을 모으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뮌헨에서 스스로 초연한 말러의 8번 교향곡이 연주 되었을 때, 이 음악을 들은 한 청중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생각해 보세요. 세상의 모든 사물이 음을 만들어 내고, 울리기 시작하는 것을, 이것은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운행하는 행성, 태양과도 같은 것입니다."
베토벤 9번 교향곡을 능가하는 엄청난 규모의 대우주 합창을 듣고 싶으시다면 단연코 말러 8번 교향곡을 추천한다. 아마도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이 일어나 신께 감사의 찬송을 올리는 바로 그런 감동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라파엘 쿠벨릭의 SACD반으로 나온 이 음악은 좀 독특하게 구성되어 있다. 일반 CD 플레이어로 들을 때와 SACD 플레이어로 들을 때의 곡 구성이 다르다. 일반 CD반으로는 73분 가량의 음악이 들어가 있고 SACD반으로는 149분의 곡이 들어가 있다. 대부분의 8번 교향곡은 2CD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쿠벨릭 음반은 1장으로 그 구성을 독특하게 만들었다.
listen & compare 라는 이미지를 표기하고 있는 이 음반은 1번 트랙에서 3번 트랙까지는 일반cd와 sacd가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리마스터링 된 버전이다. 그러나 sacd반으로 추가된 4번에서 8번까지의 트랙은 오리지널 버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sacd로 들어야 사실상 제대로 된 전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셈이다. 149분을 듣는 것도 힘들겠지만 필자의 경우 일반 cd 플레이어로 들은 73분만으로도 그 감동은 충분하다.
말러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덧붙이자면, 아시는 분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2년에 걸쳐 말러가 이 곡을 완성했을 때, 그의 아내 알마는 아이의 죽음과 심장병 진단을 받은 말러와의 부부생활에 지친 나머지 애인을 두기에 이른다.
"내 옆에는 아름다운 청년이 누워 있고, 그 밤은 두 영혼이 서로를 발견하여 두 육체가 잊혀진 밤이었다." 말러의 아내 알마가 애인 그로피우스를 만난 뒤 남긴 일기의 한 대목이다. 그러나 말러가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말러는 알마의 애인과 단독대담을 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알마는 말러를 택하는 것으로 외형상 합의를 보았다.
자신이 직접 지휘한 마지막 교향곡 8번을 초연할 때, 말러는 알마에게 이 곡을 헌정했다. 그것은 말러가 다른 사람에게 헌정한 처음이자 마지막 곡인데 아래 사진의 초판본 표지 윗부분을 보면 '나의 사랑하는 아내 알마(ALMA)'라고 쓰인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알마는 말러가 리허설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 애인과 사귀었고 정식 초연을 할 때에도 애인을 몰래 데리고 감상했다고 한다. 종교적 우주적 작품에다 아내 알마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이 가득 찬 위대한 작품이다.
교향곡 8번 초판본 표지
그런 슬픈 사연을 품고 있는 이 8번 교향곡은 대 우주적인 거대한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1,000 명 넘게 동원하여 녹음한 게오로그 솔티의 음반이 유명하며 텐슈테트의 지휘반도 추천반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