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 음반치고는 약간 선정적인 커버가 눈길을 끌어서 집어보았다. 약간 살펴 보니 협연한 오케스트라의 이름이 없고 각 파트마다 한 명씩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바이올린 솔로의 Janine Jansen까지 합쳐서 모두 8명. 소규모 연주회를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을 TV에서 본 적은 있어도, 음반은 처음이라 사기로 했다.
먼저 속지를 열어서 살펴보았다. 커버와 마찬가지로 풍만한 몸매를 강조하는 사진들이 마음을 약간 불안하게 했다. 이름을 영어식으로 재닌 잰센이라고 읽었는데 속지 내용을 보니 네덜란드 사람이었다. 그러면 재닌 잰센이 아니라 야니네 얀센이다 -_-.
음반을 들어 보니 첫 느낌은 약간 허전하다는 것.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익숙하다보니 솔로로만 구성된 각 파트의 연주가 낯설었다. 계속 들어보니 모든 파트가 함께 연주하는 총주 부분의 다이내믹스는 부족하지 않게 유지되었다. 처음에는 허전했던 느낌도 오히려 약간 기름을 뺀 듯 담백한 느낌이 들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편성보다 소편성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전반적으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연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니네 얀센의 솔로 연주도 커버와 속지의 사진에서 받은 편견과는 다르게 수준급이었다. 데카에서 몸매만 보고 음반 내준 것은 당연히 아니겠지만.
악기는 현대 악기지만 이 무지치의 전통적인 연주와는 상당히 다르다. 이런 것이 요즘의 경향이겠지만, 비온디의 원전 연주와도 다른 느낌이다. 굳이 가장 비슷한 음반을 들면 델로스의 마시모 콰르타 음반이 있는데, 이것과도 다르긴 다르다.
가을의 세번째 악장에서는 줄을 튕기는 약간의 파격을 보여 준다. 개인적으로 겨울의 첫번째 악장은 영화 올드보이에도 사용된 EMI의 정경화 음반을 좋아한다. 정경화의 연주는 히스테릭해서 긴박한 느낌이 잘 표현되는데 이 음반의 연주도 정경화의 연주와 비슷해서 마음에 든다.
결론적으로 길이 남을 명연주까지는 아니더라도 들어볼 가치가 있는 연주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당분간 자주 들을 음반이 될 것 같다. 사계는 음질이 좋은 음반이 많아서 이 음반의 음질이 특별히 좋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요즘 음반다운 깨끗한 녹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