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대표하는 실내악단 중 하나인 맨체스터 카메라타가 젊고 재능있는 지휘자, 더글라스 보이드의 지휘 아래 선보이는 베토벤 사이클링.
현대 악기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구성이나 해석면에서 베토벤의 악보에 가장 충실한 연주이다.
특히 슬러와 스타카토의 정확성, 이를 통해 얻어지는 무한한 생기와 탄력감은 신선한 베토벤의 해석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2002년, 2004년 실황 녹음)
더글라스 보이드는 영국의 젊은 지휘자이다. 겉표지에 드러나는 그의 얼굴이 지금까지 명반으로 보아오던 거장들의 풍채와 면모와는 사뭇 다른 젊음이 느껴진다. 음악을 들어보면 외모에서 풍기는 그대로, 뭔가 부족한 2%가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이는 대규모의 오케스트라가 아닌 챔버 오케스트라로 베토벤을 연주한 그 기본적인 차이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004년 실황 라이브를 녹음한 베토벤 2번과 2002년 라이브로 녹음한 베토벤 5번 교향곡이 한 cd에 같이 들어있다.
그의 음악은 실내 오케스트라의 그것처럼 아기자기하다. 실내 오케스트라가 과연 베토벤과 어울리느냐를 충분히 고민하게 만든다. 베토벤의 5번 교향곡도 영 성에 차지 않는다.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꼭 조심스레 문을 열까요? 하며 물어보는 것 같다. 광포하게 울부짖으며 운명을 바꾸려는 사람에게는 이런 류의 음악이 영 맘에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의 음악을 계속 듣고 있으면, 왠지 모를 편안함과 익숙함에 어느새 빠져들고 만다. 그리고, 어, 생각보다 약하지 않네?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그러니까 더글라스 보이드는 처음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하는 그런 유명한, 식당마다 걸려 있는 성경말씀처럼 들려온다. 연약하나 결코 흔들리지 않는 그런 강인함이 있다.
처음에는, 부족한 베토벤 레파토리를 염가로 일단 채우고 귀를 즐겁게 하자, 정도로 생각한 음반이었는데 의외로 만족성을 느끼게 된다. 그 만족성은 거대한 파도가 아닌, 아기자기한 반달곰 같은 중후함이다. 덩치는 있으나 귀여운 그런 중후함.
온통 사방을 휘몰아치듯 달려오는 그런 거대함만을 생각하는 오케스트라를 원한다면 이 음반에서는 절대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내 오케스트라의 아기자기한, 그래서 오히려 색다른 음악을 즐겨보실 분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운명 교향곡도 연주될 수 있다는 사고의 변환을 꾀하면 음악감상은 언제나 즐거워질 수 있다. 카를로스의 음반과는 절대 비교하지 말아주길.....
(사실, 저는 젊은 지휘자들의 음반을 많이 사 주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가끔, 잘 모르는 사람들의 데뷔 반을 덥석 사는 용기도 있습니다. 내가 사는 한 장이 저 사람에게 힘과 용기를 줄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그것은 바로 나에게 주는 힘과 용기일 수도 있겠죠.)
송인관
태훈님, 말러 감상은 종료하시었습니까?
이태훈
아닙니다...아직 열심히 듣고 있는 중입니다. 3번, 6번, 7번, 8번 좀 더 많이 들어봐야 느낌이 강해질 듯 합니다.
송인관
와, 대단하십니다.
fineAV
좋은 정보가 되는 감상기 감사합니다. 감사의 뜻으로 소정의 적립금을 적립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