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연쇄 살인극
1998년 4월 25일 새로운 장르의 영화가 개봉했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된 코믹 잔혹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영화를 들고 온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 <조용한 가족>. 영화 포스터를 보면 <아담스 패밀리>를 연상케 하고, 한 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으로 볼 때 이시이 소고 감독의 <역분사 가족>을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조용한 가족>은 앞의 두 작품과는 달리 상당히 잘 만들어진 데뷔작이다. 시네 21 시나리오 공모전을 통해 뽑힌 이 작품은 그 당시의 다른 시나리오와 차별적인 이야기라서 당선된거 같다. 여하튼 지금 극장에 걸어도 꿀리지 않을 만큼 재미도 있고 작품성도 있다.

<조용한 가족>의 재미는 바로 코믹적 요소가 아주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영화 시작부터 관객을 웃기게 하는 김지운 감독의 능력은 정말 눈에 띈다. 안개(안가)산장으로 시작해서 고호경과 최민식의 할머니 가래침 뱉기(카아악 퉤~, 카아악 퉤이야~) 따라 하기 등 정말 단순하면서도 아주 깊은 코믹을 선사한다. 이부분 외에도 감칠맛 나는 대사가 아주 많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하나 따오면 '세상에는 말이 안되는 일이 말도 아니게 많더라구요!'등 지금 써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이 영화에는 군데군데 많이 숨어있다. 특히 '학생 학생은 고독이 뭔 줄 아냐?'에 대한 답변으로 '저~ 학생 아닌데요!' ^^
이외는 반대로 공포스러운 면에서는 그다지 별로 만족할 수 없다. 광고 자체가 공포스럽게 해서 공포를 기대하고 간 사람이라면 실망할듯하다. 잔혹한 장면이 몇장면 나오지만 크게 그렇게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시체 장면이나 피 튀기는 장면을 보면 아이러니하게 웃음만 나오는 아주 역설적인 영화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그런 스타일을 보여줘서 참 신선하다!


코믹적 요소과 공포적 요소를 제외하고도 볼거리가 많은데 우선 각각 성격이 다른 가족 구성원의 모습들이다. 전과자, 공주 티내는 여자등 각 캐릭터들의 성격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주연 및 조연 배우들의 연기 또한 상당히 좋다. 이 작품에 나오는 배우들을 보면 지금 한창 잘 나가는 배우들뿐이다. 그들의 소실적 모습을 보여주는 <조용한 가족>은 볼거리가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DVD 소개

DVD 열혈 매니아로 잘 알려진 김지운 감독은 데뷔작 <조용한 가족>의 DVD 출시를 위해 관련 부가영상을 본인이 직접 참여해서 작업을 했다. 기존에 출시한 <반칙왕>의 코멘트리를 들어보신 분들이라면 그가 영화에 대한 애정이 많이 깊다는 걸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명필름에서 출시된 이번 타이틀은 기존의 자사 타이틀과 비슷한 메뉴로 구성이 되어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한국적인 메뉴는 정말 이쁘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코멘트리 또한 이 타이틀의 백미인데 <반칙왕>에서의 코멘트리에 버금가는 맛을 보여준다.
■ 영상 ★★★☆

<조용한 가족>은 1.85:1 아나모픽 영상을 제공한다. 개봉한지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산장 주변의 음침한 분위기와 산장 내부의 모습들을 꽤 잘 살려 내었다. 클로즈업 영상들의 화질은 디테일이 뚜렷한 편이다. 또 산장 내부의 빛 표현이 잘 되어있다.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 필름 스크래치와 화면 지글거림이 눈에 띈다. 특히 암부의 표현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 음향 ★★★☆
음향은 DD 5.1, 2.0을 제공한다. 음향 역시 꽤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서라운드 활용도는 극히 낮은 편이지만 챕터 3에서 최민식이 고호경의 목 조르는 씬으로 들어갈때의 서라운드 음향은 인상깊다. 고음이나 저음의 느낌은 좀 불안하다. 챕터 10에서 정웅인이 산장에서 나올 때의 장면에서의 저음은 너무 과장된 듯한 느낌이 든다. 대사 출력이나 기타 음향은 아주 잘 표현이 되어있는데 특히 산장 주변 자연의 소리가 잘 살려져서 나온다.
■ 부가영상 ★★★☆
부가 영상은 인터뷰, 프로덕션 디자인, 음악 해설, 스토리 보드, 뮤직 비디오, 예고편, 만든 사람들, 단편 <커밍아웃>이 수록되어있다. 앞서 말한것도 있지만 이 타이틀의 부가 영상은 김지운 감독이 직접 참여해서 만들었는데 인터뷰 같은 경우 직접 배우들을 찾아가서 작업했다. 그의 열혈 정신이 돋보이는 아주 좋은 모습이다. 다른 국내의 영화감독들도 이렇게나마 시간을 내서 작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인터뷰를 보면 송강호가 김지운 감독을 김지운 감독이 최민식, 송강호, 고호경, 이윤성을 인터뷰하는 영상이 들어있다. 최근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을 직접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는데 퍽 진지하다. 특히 최민식과 송강호의 인터뷰는 고호경과 이윤성의 인터뷰와는 달리 조금 무거운 감이 있다. 이어서 조영욱 음악 감독이 삽입곡에 대해 설명하는 음악 해설도 꽤 볼만하다. 이 음악이 왜 쓰이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한다. 프로덕션 디자인을 보면 세트 디자인 오상만씨와 건축가 윤웅원씨와 함께 산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픈 세트로 제작한 이유와 각자의 역활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스토리 보드를 보면 약 4분간의 비교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뮤직 비디오, 예고편, 만든 사람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김지운 감독의 단편 <커밍아웃>이 수록되어있다.
■ 총평
한국 영화의 새로운 분야를 가감히 선보인 <조용한 가족>. 공포 영화인줄 알고 영화를 본다면 다소 실망할 듯 하지만 이 작품은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DVD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 타이틀은 아주 잘 만들어졌다. 감독이 직접 부가 영상 컨텐츠를 꾸며서 작업했기 때문이다. 또한 2000년에 찍은 <커밍아웃>까지 들어있으니 이 얼마나 큰 선물인가? 자! 이제 그의 최근작인 <장화 홍련전>만 나오면 김지운 감독 박스셑이 완성된다! 그 날을 바라보며~ ^^
글 : 양승목 (ciinekiru@yahoo.co.kr)/f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