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ns for the Holidays"
왓슨 : 페스티벌 팡파르
앤더슨 : 썰매타기
바흐-리드 : 인류의 소망이신 예수
러브린 : Minor Alteration 외
댈러스 윈드 심포니 / 제리 전킨, 지휘
Reference Recordings RR-126 (HDCD)
★★★★
이제는 오디오 브랜드의 원산지를 기준으로 하여, 아메리칸 사운드, 브리티시 사운드 등과 같은 방식으로 재생 음향을 분류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러한 경향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초국적 자본의 유입에 의한 글로벌 시장화, 중국의 생산 기지화, 신흥 유럽 브랜드의 성장 등을 배경으로 하여 급속하게 진행되어 오디오 산업의 세계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오디오 시장의 글로벌화와 함께 특정 지역의 음악 감성에 뿌리를 두고 발전해 온 독자적인 음향 스타일이 퇴조기를 맞이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분류법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지식으로 쌓아 두고, 마음의 귀에 새겨 두는 것이 음악과 오디오 취미를 즐기는 데 훨씬 이롭다. 특히 제리 정킨이 댈러스 윈드 심포니를 지휘한 ‘크리스마스 앨범’ 같은 음반의 진가를 제대로 인식하고자 한다면, 지역 기반의 음향 스타일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 항목이다.
연초에 크리스마스 시즌의 음악을 담은 음반을 소개하는 것이 머쓱하기는 하지만, 이 음반은 전형적인 아메리칸 사운드가 어떤 것인지 알고자 하는 애호가들을 위한 소중한 지침서라고 할 만하다. 2011년 8월 24일 댈러스의 메이어슨 심포니 센터에서 녹음한 이 음반에는 우리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자주 접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 재즈 등의 레퍼토리를 금관 앙상블을 위하여 편곡한 작품들이 담겨 있다.
이 음반을 감상해 보면, 금관 앙상블이 들려주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 특히 미국의 금관 앙상블이 자연스러운 어조로 이끌어 내는, 안정감이 넘치는 우아한 음색이 아주 넉넉한 넓이의 그릇에 담겨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가족 중심으로 연말을 차분하게 보내는 미국 중산층 가정의 아늑한 분위기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 음반의 프로듀서는 도널드 맥킨니와 탬블린 헨더슨 주니어, 그리고 녹음 엔지니어는 키스 O. 존슨이다.
대체 어떤 음향을 담고 있기에 이 음반을 두고 전형적인 아메리칸 사운드 운운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바로 넉넉함이다. 초대형 칠면조 요리를 담아 놓아도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 커다란 그릇을 연상케 하는 여유로움, 바로 이것이 정통 아메리칸 사운드의 본 모습이다. 그리고 또 하나! 초 저역으로 무작정 내려가도, 그리고 초 고역으로 기세 좋게 치솟고 올라가도 둔중해지거나 날카로워지지 않고, 어느 대역을 활주하는 선율선과 강력한 다이내믹이라도 받아 줄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이 남아 있는 듯한 안정감 또한 아메리칸 사운드가 간직하고 있는 진정한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럴 때 중량감이 제대로 실리지만 억지스러움이나 경질로 흐르지 않고, 음색이 저절로 따뜻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관점과 취향에 따라서는, 바로 이러한 음향 조형 방식 때문에 아메리칸 사운드에 대하여 예리함과 분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하는 애호가들도 적지 않지만, 정말 오랜만에 다시 접하는 정통 아메리칸 사운드의 매력은 그런 비판을 간단히 잠재워 버릴 만한 ‘넉넉함’을 갖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박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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