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된 착각

안눈치오 파오로 만토바니(1905년~1980년)는 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이탈리아 베니스 출생입니다.(XRCD 표지도 베니스입니다.) 미국의 가수 존덴버가 콜로라도 로키 산맥의 영감을 많이 받고 자랐듯이 만토바니도 베니스의 영감을 많이 받고 자랐답니다. 그의 아버지는 토스카니니, 한스 리히터, 토마스경 같은 대지휘자 밑에서 수석 바이얼린이스트로 활동했죠. 따라서 아들 만토바니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랍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이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가 되길 희망했습니다.

1912년에 영국으로 그의 가족이 이사하면서 아들 만토바니는 화가의 꿈을 접고 좋아하는 음악을 위하여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 때 그의 나이는 7살이었습니다. 화성과 대위법도 이때부터 배우기 시작합니다. 바이얼린은 14세에 배우기 시작했고, 17세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바이얼린을 들고 세상으로 나가죠. 주로 런던의 고급 호텔에서 연주하는 살롱오케스트라에서 활동했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솔리스트 연주를 인정받았습니다. 더욱 큰 사건은 당대의 두 거장 티바우드와 이사야의 인정을 받아서 일찍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합니다.

그 후 살롱오케스트라를 조직하여 호텔 등지에서 연주와 방송으로 유명해집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1955년 9월에 그는 LP 백만장 판매 기록을 달성하여 골든디스크 상을 수여합니다. 이 LP에서 발표된 곡 Swedish Rhapsody(편곡), Moon River(편곡), Exodus(편곡), 그리고 그 자신이 작곡한 Cara mia가 현재 이 XRCD 앨범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의 악풍은 현악기를 주로 한 악단을 편성하여, 클래식 ·뮤지컬, 그리고 라틴음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아름다운 현과 현대적 편곡으로 연주함으로써 따뜻하면서 깊은 맛이 나는 톤을 구현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살롱뮤직의 구현이었죠, 무드음악. 따라서 그는 현대 무드음악을 개척한 일인자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무드음악의 또 다른 대명사라면 프랑스의 폴모리아 악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만토바니는 그의 생애를 통하여 총 3천5백만장의 LP를 판매하는 대히트 기록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의 생애 75세까지 지휘자로서 연주활동을 계속합니다.

만토바니가 활동하던 시절 무드음악은 우리 생활 속에 매우 가까이 있었지요. 라디오, 흑백 티비, 전축을 통해서 우리의 젊은 날 추억을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음악은 타임머신인가 봅니다. 이 음반을 들고 있노라면 그동안 기억하지 못했던 거리와 음식점, 학교, 동네에서 벌어졌던 아련한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제가 중학생이 된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군요. 정이 깊은 칙칙한 동네, 덜그럭 거리며 돌아가는 전축, 교복을 입고 가방을 들고 버스를 기다리는 다소곳한 여학생, 부연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는 도락구, 아기를 등에 업고 머리에 큼지막한 물건을 이고 가는 아줌마, 칙칙대며 김을 뿜어내는 찐빵집 앞 커다란 솥, 집집 대문마다 몇 장씩 쌓여 있는 연탄재, 영화가 보고 싶어서 극장 앞에서 서성대던 모습....등등 이 음악은 아름다운 과거 영상까지도 머리 속에 그려주고 있습니다. 특히 텔레비전과 MBC 라디오 방송의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프로에 편지나 시를 읽어 주면서 백 뮤직 또는 효과음으로 나오는 음악의 대부분은 이 무드음악이었습니다.

5, 6월에는 로시니의 현악 소나타를 내내 들어왔지만 지금부터는 이 만토바니 음악을 마르고 닳도록 들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파인에 청하고 싶은 것은 만토바니 음반이 이것 외에 영화 음악을 편곡하여 연주한 곡의 음반이 여러 개가 있습니다. 이 음반도 올려 주시면 좋겠군요. 엘피가 닳아서 이젠 들을 수가 없어요. 아래 사진의 시디를 꼭 구입하고 싶습니다. 사진의 엘피 음반은 제가 중3 때(1972년),구입한 음반입니다.

2012년 06월 20일 송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