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의 거장 로스트로포비치와 피아노의 거장 리히터가 함께 연주한 베토벤 소나타 전곡이 두 장의 팩에 함께 들어있는 이 맛난 음반.
클래식을 잘 모르시는 분이라도 이 두 분의 명성만으로도 이 음반의 값어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립스에서 'great recording 50'이라는 기획물로 만든 2 for 1 음반입니다.
표지 디자인 안에 엘피 음반의 사진이 담겨져 있습니다. 흑백 시리즈물의 복원판임을 감안해서 만든 듯, CD 겉부분을 아예 회색톤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저는 이게 썩 맘에 들지는 않습니다.)
LP음반을 96kHz 24-Bit 로 리마스터링 해서 ADD 녹음을 한 것인데 아주 훌륭한 음질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렇다고 딱히 음질이 나쁜 것도 아닙니다. 들어보시면 ADD 특유의 따뜻한 질감이 살아 있음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풍성한 첼로음이 어느 곳에서 듣든지, 어느 시간대에 듣던지, 유비쿼터스처럼 장소와 시간에 꼭 맞는 음악으로 변신하여 나를 편안하게 해 주네요.
첼로 협주곡이 아닌 소나타 형식이기에 폭발적인 정열은 없지만 아기자기하고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멋진 명곡들로 가득합니다. 특히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들처럼 첼로의 현은 쟁쟁거리며 제 가슴을 어루만져 줍니다. 제 청년 시절 기억들과 또 살아오면서 부딪친 수많은 상처들이 첼로 현의 콩나물 대가리 하나하나와 함께 하늘거리며 떨어져 땅 속으로 스며드는 듯 합니다.
베토벤은 57년의 생애동안 모두 5곡의 첼로 소나타를 남겼습니다. 그 중에서 첼로 소나타 3번 A장조 작품69는 첼로소나타 역사상 최고의 명곡으로 꼽는데 다들 주저함이 없습니다. 많은 유명한 분들이 연주를 하였지만 거장 대 거장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이 음반을 선택하는 것도 자신에게 좋은 가을 선물이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