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날마다 듣고 있는 음반입니다. 그 웅장함에 거의 정신이 얼얼할 정도이며 스트레스 완전히 한 방에 보내는 멋진 음반입니다.
<시바의 여왕>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입니다. 이국적 냄새가 물씬 풍기나요?
1트랙 ; 솔로몬의 꿈
꿈을 꾸듯 아련한 피리소리와 함께 이국적 몽상은 그렇게 다가옵니다. 1번 트랙부터 4번 트랙까지는 솔로몬의 지혜를 듣기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한 시바 여왕에 관한 음악입니다. 레스피기는 1930년까지 지구상에서 생명을 유지한 현대인입니다. 그는 20세기의 유명한 작곡가입니다. 아름답고 세련된 음악으로 R.스트라우스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영향을 받은 관현악풍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현악법의 대가로 창작기의 정점은 1916 ~ 1929년 경으로 볼수 있으며 이때 로마를 소재로 쓴 3부작의 교향시 《로마의 분수》,《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축제》등의 작품이 있습니다.
그의 음악이 이처럼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줄은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역시 음악은 듣고 또 들어야 감동이 찾아오는가 봅니다. 레스피기만의 특별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음반에서 아이지 오는 멋진 관현악 연주를 선보입니다. 레퍼런스 음악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시바의 여왕"은 1930년과 31년 사이에 작곡되었는데 레스피기가 1938년에 사망했으니까 거의 말년 음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바가 솔로몬을 방문한 곳은 이스라엘로 여기에는 고대 히브리와 아랍 문화가 서로 섞여 있는 곳입니다. 아랍적인 냄새가 물씬 풍겨납니다. 첫 트랙 8분짜리의 솔로몬의 꿈을 듣다보면 볼레르의 음악이 얼핏 떠오르기도 합니다.
다른 곳에서 어떤 동기가 부여되는 이야기를 듣거나 그림을 보고 그것을 음악이나 시로 표현하는 것은 참으로 힘듭니다. 그래서 시인이나 작곡가들은 어떤 사물을 보고 그것을 이미지화하는 특별한 능력을 훈련합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그런 영감이 퍼뜩 떠오르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그 이미지화하는 작업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레스피기가 시바의 여왕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낸 그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시바의 여왕 이야기를 듣고 어떤 감동을 받았을지가 사뭇 궁금해집니다.
2번 트랙은 조금 진부한 감이 있습니다. 이국적 냄새가 여전히 풍기지만 느리고 여린 분위기로 인해 급한 성질의 음악인이라면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조금 더 인내하여 기다려 주시길....야구가 투아웃 9회말부터인 것처럼 음악도 종종 뒷부분에 멋진 감동이 펼쳐지기도 하니까요.
3번 트랙 ; 엄청난 힘
소제목은 '전쟁의 춤'입니다. 시바 여왕 이야기에 전쟁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만 어떤 영감을 받아 이런 소제목의 음악을 준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시바 여왕을 모시고 예루살렘 궁전에서 무희들이 춤을 추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도 해 봅니다.
3번 트랙은 시작부터 관현악의 웅장한 울림이 히브리의 고대 음악의 이국적인 분위기로 시작합니다. 아마도 이 부분이 테스트시에 사용되는 부분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쿵쿵쿵쿵 하며 큰 북이 때려대는 엄청난 힘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벤허나 검투사들이 나오는 그런 영화에서 들어볼 수 있는 종류의 음악 같기도 합니다. 괜찮은 시스템으로 들으면 멋진 음악 감상이 될 것으로 여겨집니다. 2분 50여 초 동안 때려대는 쿵쾅거림이 한 마리로 짱입니다.
4번 트랙 ; 아라비안 나이트
보다 더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분위기로 올라갑니다. 꼭 어디선가에서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하며 지니가 나타날 것만 같고 음악을 듣는 청자가 코끼리를 타고 고대 지역을 탐험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빠른 피리 소리에 맞춰 울려대는 금관악기가 장쾌합니다. 중간부에 멀리서부터 테너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독특한 구성입니다. 관현악이 점점 커지며 웅장함의 극대를 느끼게 해 줍니다.
4번 트랙 소제목이 'orgiastic dance'인데 이걸 풀이하면 '난장판 파티'가 되나요?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보다 웅장한 스케일의 음악으로 시바의 여왕을 마무리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난장이의 춤>
일반적으로 레스피기의 관현악 작품은 '로마의 소나무' 3부작이 중심을 이루는데 이 음반은 아이지 오의 독특한 선곡으로 인해 즐겨 연주되지 않는 음악들을 발굴해서 연주한 점이 이채롭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레퍼런스 레코딩 음반을 통해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와 주로 음반을 출시하고 있는 아이지 오의 음반들이 멋진 게 많습니다.
역시 4개 트랙의 작은 소제목을 달고 있습니다만 전체 연주는 15분 44초에 불과합니다.
약간 재미있는 느낌도 듭니다.
그리고 마지막 8트랙에서 울려주는 저역의 엄청난 힘이 대단합니다.
운전 중에 잠이 오시면 8트랙으로 살짝 바꿔주시길...
<로마의 소나무>
너무 유명한 곡이라서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Pine di Roma)'는 1924년에 작곡되었습니다. '로마의 분수(1927)' '로마의 축제(1929)'와 함께 자신의 고향인 이탈리아 로마를 소재로 삼은 교향시 3부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앞의 음악들처럼 역시 네 개의 트랙에 22분 정도의 음악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 2부작은 작곡가가 직접 이름을 붙인 네 개의 소나무에 관한 음악입니다. 로마 근처에 있는 소나무 숲을 보고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각각의 트랙에 해당하는 소나무의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르게제 별장의 소나무’, ‘카타콤의 소나무’, ‘자니콜로의 소나무’, ‘아피아 가도의 소나무’.
앞에서 잠깐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어떤 사물을 보고 이를 이미지화 하여 시나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레스피기가 각각의 소나무를 보고 어떻게 이를 음악으로 표현했는지를 떠올리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만 레스피기가 보았을 그 나무들을 정확히 알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 내용을 간추려 실어봅니다.)
1. 보르게제 별장의 소나무
*산타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네로 사망 후 천년이 흐른 11세게 말경, 네로 묘소 곁엔 커다란 호두나무가 서 있었는데, 네로의 망령이 까마귀가 되어 나돈다는 백성들의 호소를 받은 교황은 네로의 묘소를 모두 파헤쳐 버리고 호두나무는 잘라 불태워 테베레 강에 던져 버리도록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백성들의 성모 마리아"라는 이름의 작은 성당을 세웠는데, 이것이 바로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의 기원이다 .그리고 포폴로 광장이란 이름은 바로 이 성당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뒷쪽 핀치오 언덕에는 이제 호두나무는 없고 울창한 소나무 숲이 광활하게 펼쳐지는데, 이것이 바로 작곡가 레스피기가 "로마의 소나무"에서 묘사한 "빌라 보르게제의 소나무"이다.
제2부-카타콤브 부근의 소나무(Ⅰ pini presso unacatacomba)
로마 교외에는 옛날 그리스도 교인들이 비밀로 집회를 하던 긴 지하 집회소가 있다. 이 곳 입구에 무성한 소나무가 있는데, 이 굴속으로부터 신에게 감사하는 찬미 소리가 들리는 듯한 환상의 세계를 그려 놓았다. 때로는 침울하게 들려오는 성가의 소리가 조용하게 울리다가 교묘하게 사라져 버린다.
제3부-자니콜로의 소나무(Ⅰ pini del Gianicolo)
자니콜로는 테베레 강을 배려다 볼 수 있는 언덕이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달밤, 달빛 아래 서 있는 소나무의 정경을 묘사하였다.
오보에의 멜로디가 남쪽 나라의 밤 경치를 아름답게 노래했는데,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정경이기도 하다. 멀리서 소쩍새 소리가 들려온다.
제4부-아피아 가도의 소나무(Ⅰ pini della via Ap-pia)
로마로부터 동남쪽에 있는 아피아 가도는 이미 2천년 전에 완성된 것으로 로마가 흥성했을 무렵 군대들이 여러 차례 통과한 곳이다. 안개 짙은 새벽, 지금은 폐허가 된 이 곳에서 소나무를 바라보는 작곡가는 지난 날 로마가 번성했을 때의 모습을 환상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사진이 작습니다만 1번 소나무입니다. 얼마나 아름드리 나무이며 웅장한 나무인지를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소나무를 보고 여러분이 음악을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겠습니까? 오랜 세월 풍광을 이기고 살아온 그 자태와 함께 숱한 역사들을 함께 기억하지 않겠습니까?
이 음반에 관한 글은 인터넷에서 검색하기 힘듭니다. 어렵게 찾았는데 스피커 튜닝시에 이 음반으로 테스트 해보자는 고객이 있었다며 소개하는 글이 있었습니다. 웬만한 스피커로는 저역의 난타 부분에서 무너진다고 했다는군요. 온쿄 리시버 테스트에서 이 음반을 사용한 웹페이지도 발견되었습니다. 풀 오케스트라로서 손색이 없다고 하는군요. 다른 사이트에서도 자주 CD 플레이어의 테스트 용으로 사용된 흔적이 발견됩니다.
제가 생각해도 엄청난 스케일의 장대한 볼륨을 자랑합니다. 멋진 음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