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처럼 거실을 찰랑거리는 기타 현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저는 비틀즈 노래라고는 에스터데이와 헤이 쥬드 정도 밖에는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감동이 더 작게 찾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속지를 읽어보니 두세 대의 기타로 음반을 만든 것으로 보여집니다. 각각의 연주 기법도 달랐구요.

전체적으로 참 영롱합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곡을 다 알고 있었다면 그 감동이 배가 되었겠지요. 어쨌든 곡을 모른 상태에서도 느껴지는 기타의 아름다움은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클래식 기타의 스페인 무곡 같은 격렬함은 없지만 어쿠스틱한 전체적인 모습으로는 아주 완성도가 높습니다. 거실 전체가 이렇게 기타 현으로만 출렁거리기도 처음입니다. 물방울이 하나하나 영롱한 이미지로 슬로우 모션처럼 화면 가득 잡히는 그런 느낌입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금속성 느낌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클래식 기타 연주와의 극명한 차이점을 가지는 것이겠지만, 마지막까지 강한 금속성 음향이 귓전에 맴도는 것이 조금만 더 따뜻한 이미지의 저음이 많이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만 훌륭한 음질에, 수준 높은 음악에, 더불어 놀랄 만한 샘플러 재즈 음반을 곁들이고 게다가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니, 그저 강앤뮤직에 고마울 따름입니다. 디지털 리마스터링도 그냥 리마스터링이 아니라 하이퍼 리마스터링이군요.... 앨범을 장식하고 있는, 기타를 연주하는 그 손가락 마디마디가 음율 하나하나를 타고 영상화되는 멋진 음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