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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리시한 자연스러움을 노래한다. - ECG1
 번호 : 608 | ID : FineAV | 글쓴이 : FineAV | 조회 : 3706 | 추천 : 0 | 작성일 : 201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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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G1 전경


일렉트로콤파니엣은 젊은 애호가들에게는 그리 낯익은 브랜드는 아닐 것 같다. 혹시 신생 브랜드가 아닌가 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 같은데, 동사는 1972년에 페르 아브라함센과 스베인 에릭 보르야가 설립한 노르웨이의 중견 오디오 회사이고, 우리나라에 처음 선보이는 브랜드도 아니다. 1990년대 초반에 잠시 국내에 수입되었지만 얼마 후 자취를 감추었다가 최근 (주)샘에너지가 수입을 재개했다. 처음으로 수입되었을 당시에 시청한 동사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모델명은 떠오르지 않는다 ―는 언뜻 3극관 싱글 앰프를 연상케 하는 질박한 음색과 섬세한 선율선을 약간 서늘한 느낌의 음향 무대 속에 삼삼하게 새겨 넣은 독특한 음향을 이끌어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로부터 20년 만에 만나는 일렉트로콤파니엣이라! 동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동사를 대표하는 클래식 라인 외에도 엔트리 클래스의 프렐류드와 하이엔드 클래스의 DP 라인을 갖추고 있어서 그 동안 이 회사가 일취월장했구나 하는 느낌이 절로 들었다.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ECG1은 아날로그 플레이어 시스템이다. 앰프로 유명한 브랜드인 까닭에 이건 뜻밖인데 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제품 소개를 읽어보니, 동사에서 처음으로 내 놓는 아날로그 플레이어라고 한다. 이것은 아날로그 디스크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주류 재생 매체로 자리를 잡은 현실을 동사도 인정한 결과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오디오 컴포넌트에서 아날로그 플레이어처럼 풍부한 설계 경험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분야도 드물다는 점이다. 언뜻 단순한 듯하지만, 보이는 기술보다 보이지 않는 기술, 더 정확하게 말하면 노하우로 분류해야 할 기술 내용이 적지 않은 분야인 것이다. 일렉트로콤파니엣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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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G1 스핀들

결론부터 말하면, ECG1은 아날로그 플레이어가 갖추어야 할 성능과 음향에 대한 현대적 관점과 기술을 세련미 넘치는 디자인 속에 담아내고 있는 기기이다. ECG1에서는 마치 보석을 보는 듯한 투명함과 검정색의 조화가 돋보이는 세련미 넘치는 스타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특히 어느 한 군데서도 과불급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깔끔한 균형감이 돋보이는 외관은 이 기기에서 특필할 만한 대목이다. 그런데 그게 무슨 대수냐고 할 사람도 없지 않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선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언급해 두고 싶은데, 필자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아날로그 플레이어에서 첫 손에 꼽아야 할 것은 바로 시각적 균형감이다. 이 대목에서 합격점을 받은 제품들은 형식과 내용에서 아날로그 플레이어가 갖추어야 할 기술 내용을 구비하고 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여기에는 예외가 거의 없다.

다음으로 기술 내용을 살펴보자. 이 플레이어에서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중 구조로 설계한 턴테이블 베이스와 모터부이다. 그러나 여타 플레이어와 비교해 볼 때 이 방식은 그 자체로서 특별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요즘에는 드라이브 모터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잡음을 차단하기 위하여 턴테이블 베이스와 모터를 분리하는 설계를 많이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제품에서 아쉬운 것은 시각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고 모터부를 베이스 외부에 덩그러니 내 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ECG1은 이 방식을 구사하면서도 턴테이블 베이스 좌측 상부에 구멍을 뚫고 그 속에 모터부를 집어넣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성능과 외관 디자인을 통합하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이 플레이어가 취한 방식은 성능과 음향의 관점에서 음미해 볼 대목이 있다. 첫째, 모터와 플래터 사이의 일정한 거리를 확보함으로써 벨트의 수명을 관리하는 것에 도움을 주며, 둘째, 모터부를 좌측 상단에 위치시킴으로써, 다양한 형식의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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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G1 모터부 (정상 셋업)

첫째 측면은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둘째 측면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애호가가 적지 않을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모터의 위치는 마그넷이 작은 MM형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는 반면에 마그넷이 큰 MC형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미묘한 문제를 야기한다. 예를 들어 모터의 위치를 잘못 잡을 경우 모터와 카트리지에 내장되어 있는 자석들이 서로 간섭을 일으키면서 험이 발생하고, 디스크의 외주부와 내주부의 음향 특성 또한 달라지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ECG1의 모터부의 위치는 아주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설계에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중 구조라는 사실을 깜짝 잊고 턴테이블을 살짝 옮기거나 해체할 때 베이스와 모터부가 서로 부딪혀 기기에 손상을 줄 우려가 있다. 사용할 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턴테이블 베이스는 요즘 유행하는 플라스틱 계열의 소재를 채택하고 있는데, ECG1은 여기에도 독자적인 시각을 투영하고 있다. 이 기기는 베이스의 소재로 아크릴과 알루미늄을 결합한 3층 샌드위치 구조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상당히 흥미를 끄는 아이디어이다. 여기서는 세 가지 측면에 주목해야 하는데, 첫째, 아크릴 소재를 채택함으로써 발생하는 중량 부족의 문제를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해결하고 있다. 둘째, 아크릴과 알루미늄을 샌드위치 방식으로 결합함으로써 이 플레이어 특유의 음색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있다. 아마도 이 기기의 설계자는 아크릴과 알루미늄의 두께를 놓고 오랜 시간 실험을 했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추측이다. 그 이유는 이들 소재의 처리 여하에 따라 재생 음향의 안정성, 유연성, 음색의 명도와 깊이 등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플래터이다. 동사에 따르면, 디스크를 만드는 비닐 물질과 유사한 아크릴 소재를 플래터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 이유는 아크릴 소재가 상당히 뛰어난 내부 완충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도 한두 가지 음미해야 할 대목이 있다.
첫째, 동사에서도 설명하는 바와 같이 디스크와 동일 계열의 소재를 플래터로 채택한다는 것은 아날로그 디스크 특유의 음향에 윤색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정전기 대책이다. 아날로그 경험이 많은 애호가들에게는 상식에 속하는 일이지만, 정전기는 비닐 수지로 만든 디스크 표면을 스타일러스로 긁는 아날로그 디스크 재생에서 음질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2000년대 이후에 등장하는 아날로그 플레이어에서는 이 문제를 근절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ECG1 또한 플래터의 소재를 선택하는 데 크게 주의를 기울인 듯하다. 동사에서는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번 시청 작업에서 음반을 교체하기 위하여 플래터에서 디스크를 분리할 때 정전기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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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G1

모터부 다음은 드라이브 모터이다. 이 기기는 2단계가 낮은 고조파 아날로그 사인파 컨트롤러로 제어하는 24볼트 AC 동기 모터를 사용하고 있는데, 속도는 33 1/3과 45회전 외에 78회전까지 제공하고 있다. 참고로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인데, 턴테이블의 근거리에서 커피 그라인더 같은 모터작동 기기를 사용할 경우, 저절로 온(ON) 상태가 되거나 회전수가 바뀌는 경우가 있었다. 기기를 사용할 때 주의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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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G1 스피드 컨트롤 마지막으로 톤암인데, ECG1에 장착된 톤암은 젤코 SA-750EB이다. 참고로 이 모델은 4~12그램에 이르는 포노 카트리지를 장착할 수 있다. 이 톤암 역시 시청 과정에서 이 기기의 등급에 어울리는 적절한 성능을 보여 주었는데, 여기서 운영 팁 하나를 제공한다면, 안티스케이팅을 조정할 경우 침압보다 0.5그램 정도 낮은 수준으로 맞추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ECG1에는 포노 카트리지로 데논의 DL103R을 번들로 제공하고 있는데, 참고로 시청 작업에서 필자가 설정한 침압과 안티스케이팅 수치는 2.2그램과 1.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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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이퀄라이저 ECP2

그렇다면 ECG1은 어떤 음향을 들려주었나? 이번 시청에서 필자는 두 대의 포노 이퀄라이저를 사용했다. 하나는 이 제품의 수입사에서 보내 온 일렉트로콤파니엣의 ECP2,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필자의 스튜디오에서 마스터링용으로 사용하는 D4A Sound 레퍼런스 포노 EQ(듀얼 모노 진공관 방식)를 사용했다.

시청 결과를 정리하면, 연결하는 포노 EQ에 따라 표정과 특성을 적잖이 달리했지만, 안정감과 균형감이 가장 뛰어난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면, ECG1은 깔끔함과 섬세함이 유연한 조화를 이룬 세련미 넘치는 음향을 지향한다고 말하면 좋을 것 같다. 한 가지 특필한다면, 이 플레이어에서도 일렉트로콤파니엣 특유의 서늘한 공간감을 가로지르는 삼삼한 선율선과 파스텔톤의 음색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음악의 밑바닥을 훑는 듯한 초저음, 육중한 저음, 두터운 텍스추어, 올이 굵은 선율선, 농도가 짙은 음색 등을 이끌어 내기보다는, 그리 넓지 않은 음향 무대를 배경으로 하여 과불급이 없는 적절한 저음과 명료한 다이내믹, 그리 단단하지 않은 음향 몸체, 파스텔 톤의 삼삼한 음색, 음악의 표정과 흐름을 깔끔하게 제시하는 명료한 선율선 등을 소담스럽게 용해하는 음향을 들려주는 것이 ECG1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음악 이미지를 음향 무대의 전면으로 이끌어 내는 적극적인 발성을 연출하기보다는, 음향 무대 저 너머에 음악 이미지를 정갈하게 연출하는 모습은 ECG1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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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A Sound Reference Phono EQ

이러한 면모는 피아노 음악 재생에서 잘 관찰할 수 있었다. 이번 시청에 사용한 피아노 음반은 파울 바두라-스코다가 뵈젠도르퍼 콘서트그랜드를 연주한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KV.457(Eurodisc)와 빌헬름 켐프가 벡스타인 콘서트그랜드를 연주한 슈베르트의 즉흥곡집(DG). ECG1은 바두라-스코다의 모차르트에서는 뵈젠도르프 특유의 우아한 목질감을 파스텔 톤의 섬세함으로 연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던 반면, 켐프의 슈베르트에서는 벡스타인 특유의 견고한 음향 윤곽을 살짝 부드럽게 누그러뜨려 연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들 음반 재생에서 공통으로 지적할 것은 명료함! 어느 쪽에서나 여운을 살짝 일찍 커트하면서 음악의 표정을 깔끔하게 떠올리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렇다면 관현악 작품은? 이번에 시청한 음반은 피에르 푸르니에와 조지 셀이 협연한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BPO, DG),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한 베토벤의 제5번 교향곡(DG), 오토 클렘페러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멘델스존의 제4번 교향곡(EMI) 등이었다. 이들 관현악 작품에서 ECG1가 들려주는 음향을 요약한다면, 그건 화려함과 정갈감이 조화가 돋보이는 일본 음식을 보는 듯한 미려함 또는 세련미라고 할 수 있다. 중량감이 조금 부족한 듯한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어느 음반에서나 둔탁함이나 명료함과는 거리가 먼, 투명하면서도 정갈하게 음악의 표정을 살려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ECG1이 지향하는 정갈한 세련미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르는 역시 성악인 듯하다. 이번에 시청한 음반은 메조소프라노 재닛 베이커가 다니엘 바렌보임과 호흡을 맞춘 슈만의 가곡집 <여인의 사랑과 생애>(EMI),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조지 셀이 협연한 말러의 가곡집 <이상한 뿔피리를 가진 소년>(EMI) 등이었다. 이들 음반에서 특필할 사항은 언뜻 CD와 정통 아날로그 재생의 경계를 은연중에 왔다 갔다 하는 듯한 독특한 음향이었다. 이게 무슨 말인지 궁금할 것 같은데, 명료도를 기준으로 한다면 언뜻 CD 재생처럼 가닥추림이 또렷한 음색이 나타나는 반면, 선율선의 흐름과 다이내믹을 기준으로 하면 정통 아날로그 재생에 가까운 음향을 들려준다. 결국 이런 각도에서 보면, ECG1은 2000년대 이후에 등장한 신세대 아날로그 음향 패러다임을 따르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노르웨이의 중견 브랜드 일렉트로콤파니엣의 첫 번째 아날로그 플레이어 ECG1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이 플레이어 시스템은 2000년대 이후 대두된 음향 스타일, 즉 정갈함과 섬세함, 명료함과 유연함의 투명한 조화를 지향하는 제품으로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면모는 ECG1의 짝이라고 할 만한 포노 EQ인 ECP2와 조합할 때 극명하게 살아나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음악의 내부를 깔끔하게 투사하는 해상도와 투명도를 잃지 않고 음악을 반듯하게 묘사하는 모습이 이 조합에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들 기기는 중급 기종 중에서, 그리고 새로운 스타일의 아날로그 음향을 원하는 아날로그 애호가에게 추천하고 싶다.


제품사양

  • 구동 방식: 벨트 드라이브
  • 플래터: 12"/2.8kg 아크릴
  • 모터: 24V AC 동기 모터
  • 회전수: 33 1/3, 45, 78회전
  • 속도 선택: 완전 전자식
  • 치수/무게: W465 X H153 X D360mm/13kg(톤암+턴테이블) & 1.3kg(모터)
  • 비고: 기본 톤암으로 Jelco SA-750EB 장착, 기본 카트리지로 Denon DL103R 장착(변경 있을 수 있음)
  • 판매가격: 559만 원(수입사 및 판매처의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음)

수입사/제조사 : (주)샘에너지

  • 연락처 : 02-6969-3813
  • 홈페이지 : http://www.saemenerg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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