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가’에 대한 얘기는 주로 그 독특한 LDR(Linear Drive Ribbon) 트위터 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 전에 ‘피에가’를 시청해 본 적이 없는 사용자라면 몇 가지 선입관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필자의 생각 또한 완벽히 객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이 스피커에 대한 관심권의 영역을 좀더 분명히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얘기들이다. 첫 째, 피에가의 트위터는 금속성의 느낌처럼 밝고 상큼하고 예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대부분은 빗나갈 것이다. 이 스피커의 고역은 오히려 차분하고 감성적이다. 음의 마무리에서 예각을 드러내어 ‘선명하다’는 인상을 주는 쪽이라기 보다는 소스가 갖고 있는 뉘앙스를 매우 풍부하게 표현해준다. 즉, 다이나믹 레인지가 넓을 뿐이지 금속처럼 반짝거린다거나 샤프한 에지를 드러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두 번째로, 낮은 저역으로 갈수록 썰렁할 정도로 절제되고 단정한 스타일이 아니라 상당히 다이나믹하고 매시브한 베이스를 들려준다. 본 프리미엄 1.2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파워핸들링이 넘쳐서 스피커의 사이즈가 중대형 북쉘프, 그러니까 대략 프로악 리스폰스 2 혹은 다인 스페셜 25 정도 되는 크기에서 나오는 소리로 이해된다. 세 번째로,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가벼울 거라는 예상 또한 절반만 맞다. 벽걸이 TV와 함께 도매급으로 뭉쳐 다니는 스피커들이 종종 슬림한 알루미늄 섀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필자 스스로도 알루미늄 스피커들은 한 손으로 번쩍 번쩍 들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 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 스피커들 운반하는 일 만만치 않다.

스위스가 하이파이 오디오 강국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다만, 마치 명품 시계들 처럼, 대중적인 브랜드보다는 프로용이나 하이엔드 일변도의 브랜드들 위주로 되어 있다는 점이, 그런 사실을 가로막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그라, 앙상블, 토렌스, 골드문트, FM 어쿠스틱, 레복스, 스튜더, 다즐 등 이미 오디오파일들에게 알려져 있는 브랜드들만 해도 다수를 헤아린다. 인구대비 음향기기 전문업체 숫자를 헤아린다면 스위스는 전세계에서 순위권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피에가의 본거지인 취리히는 스위스 최대 도시인 동시에 스위스 지적 재산의 산실과도 같은 곳이다. 스위스 전체 수상자의 70%에 가까운 1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곳으로서, 일찍이 물리학, 공학, 철학, 문학 등이 만개한 곳이다. 그러고 보니 필자가 애독해 마지 않는 작가 알랭 드 보통 또한 이곳 출신이다. 스위스가 배출한 유-무형의 산물들을 보고 있으면, 인류가 불필요한 전쟁을 겪지 않고 정진되어 축적된 지식이 어떻게 꽃피우게 되는 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략 십 년 전쯤 시청관계로 처음 ‘피에가’라는 브랜드를 접했을 때부터 어감 자체가 스위스제 명품의 이미지로 다가왔었다. 시계나 주머니칼처럼 꼭 들어맞게 짜맞춰진 스위스의 브랜드라는 필연적인 분위기를 느낀 바 있다. 특히 슬림한 구조에서 거의 손색없게 만들어지는 위풍당당한 베이스는 지금도 선명하다. 하지만 ‘피에가’의 사운드는 유닛과 인클로저의 적절한 결합, 즉 멤브레인 형태의 박막 트위터를 기반으로 하는 알루미늄 캐비닛 어쿠스틱 기술에 ‘피에가’ 사운드가 집약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위 리본 트위터 기술은 ‘피에가’가 처음도 아니고, 소재와 조성 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어 왔지만, 알루미늄을 이용한 다이폴(dipole) 방식과 미드레인지 중앙에 트위터를 배치시키는 동축기술은 ‘피에가’에 의해서 주도되어온 독보적인 영역이다. ‘피에가’는 자체 개발한 본 알루미늄 멤브레인 트위터를 타사에 공급하는 일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점에서 다른 리본 트위터 회사와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

피에가의 알루미늄은 자동차와 비행기용 콤포넌트를 생산하는 고정밀 사출 회사에서 제작된다. 이들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스피커의 형태는 ‘구(球)’라고 하는데, 디자인으로 이와 유사한 형태에 접근한 MBL 등의 회사와 달리, ‘피에가’는 가볍고 물성이 뛰어난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유닛과 바디의 어쿠스틱 기술을 통해 구현시키고 있다. 형태는 일반 박스형 인클로저이지만, 동사에서 지향하는 이상적인 어쿠스틱에 접근하도록 설계하고 소재를 선정하고 있다. 참고로 스피커에서 발생하는 공진을 제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진동하는 벽을 무거운 재질로 두텁게 만들어서 아예 공진의 발생을 근절시키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얇고 가볍지만 디퓨징 구조로 설계해서 진동이 소멸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아발론, 틸 등의 두텁고 중량이 큰 소재를 사용한 스피커들이 전자의 경우가 되겠고, 버메스터나 피에가 등의 스피커들이 후자에 해당한다.

현재의 피에가 제품군은 크게 보면 세 가지 라인업으로 요약된다. 동축 유닛을 중심으로 하는 3웨이 구성의 ‘코엑스(Coax)’시리즈, 일반 2웨이 구성의 ‘프리미엄(Premium)’시리즈, 그리고 일반 돔 트위터를 사용한 ‘티 미크로(T Micro)’ 시리즈가 있다. 본 프리미엄 1.2는 프리미엄 시리즈 유일의 북쉘프이다. 각 시리즈의 구성을 보면, AV 통합시스템으로 구성이 가능하도록 전용 센터스피커와 서브 우퍼를 두고 편성시킨 듯 하다. 최초 개발한 지 30년에 접어들어가는 LDR(Linear Drive Ribbon) 트위터는 구성이 어떻게 되어있는 지 궁금하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일반 돔 타입의 트위터를 전후 방향으로 그대로 납작하게 눌러서 만든 구조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겠다. 대신 모양은 원형이 아니고 사각형이고 진동판의 재질은 알루미늄이다. 우선 7마이크로 미터 두께의 알루미늄 리본을 납작하게 제작한 보이스코일에 붙여서 멤브레인 구조로 만든다. 이렇게 제작된 멤브레인을 그릴 형태의 세로 막대 구조로 만들어진 네오디뮴 자석면에 그대로 접착시키고 플레이트를 덮어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필름을 사용한 평판 스피커나 인피니티 등에 사용하는 EMIT 리본 트위터와 다른 점은, 프리미엄 1.2의 트위터는 하우징에 수납을 한다는 점이다. 전술했듯이 작은 체임버를 가진 돔형 트위터의 압축 형태를 하고 있다. 제품에 따라 여러 버전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본 프리미엄 1.2에는 제품상에 붉은 글씨로 LDR 2642 MKⅡ 라고 표기되어 있다.

이런 구조는 일반적으로 금속을 유닛의 소재로 사용했을 때의 장점, 즉 방열효과가 좋고 빠른 반응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매우 유리하며, 넓은 대역과 왜곡이 적은 재생에서도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시청을 해보면 일반 유닛과 비교해서 상당히 쉽게 표시가 나는 부분인데, 서두에도 언급한 바, 금속 유닛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관은 쉽게 무너질 것이다. 상급 시리즈인 ‘Coax’ 라인업은 트위터의 20배 정도의 크기로 제작한 MDS 미드 베이스와 동축으로 제작되어 있는데, 이 시리즈가 내는 동축 중고역의 소리도 상당히 궁금해진다. 제품에 그릴이 씌워져 있는데 예상할 수 있듯이 작은 부위가 손상될 수 있는 박막 트위터 보호를 위한 것이 주요 이유가 된다. 매뉴얼에는 항상 그릴을 씌우고 시청하라고 권장하지만, 역시 그릴 없이 시청하는 편이 좀더 선명한 중고역 표현에 유리하다. 인클로저는 뒤쪽으로 갈수록 만곡되어 있는 류트형 구조를 하고 있는데, 상당히 견고한 만듦새의 인클로저는 만곡된 구조의 ‘하프파이프’ 바디에 전면 패널을 접합시키고 상하단을 덮은 구조를 하고 있다. 접합방식은 잘 모르겠지만, 어느 부분을 두드리고 살펴보아도 마치 모노코크 바디의 느낌처럼 견고하다.

무엇보다 프리미엄 1.2 라는 스피커는 뛰어난 파워핸들링으로 놀라운 다이나믹스를 만들어주었다.다소 의외의 결과에 당황스러울 정도로 스피커의 사이즈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기존 스피커의 전형성의 예를 들자면, 다인오디오 스페셜 25의 거창한 골격을 닮아 있고, AE-1의 박진감 넘치는 다이나믹스가 느껴지기도 했다. 전용 스탠드가 없어 보이는 바, 중량급의 제대로 된 스탠드를 사용한다면 이 특성은 좀더 분명해 질 것으로 보인다.

"톨보이에 가까운 다이나믹스를 가진 호쾌한 저역은 상당히 낮은 대역까지 커버한다"

이기 팝의 ‘In the Death Car’도입부의 강한 저역 비트는 거의 톨보이에 가까운 다이나믹스를 들려준다. 양감도 많이 나오는 편이고 기본적으로 다수의 오디오파일이 환영할 호쾌한 저역이다. 아울러 상당히 낮은 대역까지 내려간다. 이기 팝의 스캣이 좀더 구체적이면서도 다소 중후하게 들려온다. 음이 끝날 때까지 놓치는 부분이 거의 없다.










"역동적인 느낌이 잘 살아나서 만족스러웠으며, 한편으로 불안감 없이 잘 정돈된 울림으로 마감되었다"

폴 아웃 보이의 ‘Thnks fr th Mmrs’의 드러밍 또한 역동적인 느낌이 잘 살아나서 만족스러웠으며, 한편으로 불안감 없이 잘 정돈된 울림으로 마감되었다. 처음에는 전 대역에 걸쳐 신품 상태를 거의 벗어나지 못해 보여서 간혹 유연성이 부족한 부분이 감지되었는데, 약 일주일 정도에 걸쳐 간헐적으로 같은 부분을 반복해서 시청해 보니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다만, 해상도의 의미에서 저역이 아직까지 완벽하게 단정하다고 할 수는 없는데, 이 부분은 필자의 스탠드가 좀더 완성도가 높은 제품이었다면, 혹은 전용 스탠드가 있었다면 좀더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본 제품에는 투명 버튼 모양의 접착식 충격 방지패드가 동봉되어 있는데, 제품의 특성으로 보아 스파이크를 쓰면 좀더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독창자들의 새김이 깊어져 있고 특히 반도네온의 떨림과 더불어
낮은 대역으로 이동하면서의 미세한 마임들이 분명하고 섬세하게 들린다"

그 다음으로 감성에 호소해오는 풍부한 표현력을 애기해야 할 것 같다. 마치 BBC 모니터들의 미드레인지에서 느끼곤 했던 강렬한 콘트라스트로 어필해오는 그런 사운드는 어떤 면에서는 다소 복고적이라고까지 해야 할 정도로 유려한 음색을 들려준다. 오히려 이 부분이 톱엔드의 특성보다도 먼저 본 제품의 사운드로 부각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피에가를 외모만으로 판단해 온 경우라면 매우 이질적인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명훈 지휘의 바칼로프 <미사탱고> 중에서 ‘Gloria’를 들어보면 독창자들의 새김이 깊어져 있고 특히 반도네온의 떨림과 더불어 낮은 대역으로 이동하면서의 미세한 마임들이 분명하고 섬세하게 들린다. 이 대역은 특정 스피커에서는 잘 들리지 않는 부분이어서 프리미엄 1.2 로의 시청에서는 보컬들의 표정, 감정표현들이 호소력 짙게 들려온다.










"원 녹음의 폭신하게 안겨오는 홀톤의 촉감이 매우 감미롭다. 순간 순간 잘 피어 오르는 중고역을 보여준다"

미드레인지에서의 특성이 부각된다고 해서 50KHz에 이르는 높은 고역이 묻히는 일은 물론 없다. 르네 야콥스가 이끄는 RIAS 합창단과 알테무직 베를린 멤버들이 연주하는 바하의 은 감촉이 좋은 하모닉스를 들려준다. 원 녹음의 폭신하게 안겨오는 홀톤의 촉감이 매우 감미롭다. 소위 순간 순간 잘 피어 오르는 중고역을 보여준다. 짧은 순간에서도 음압이 허공 속으로 사라지는 그라데이션을 잘 표현해주어 뭔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주었다. 보컬들간 중첩되는 느낌들이 입체적으로 잘 감지되어 현장의 스테이징을 잘 만들어 주었다.










"코러스 투티에서도 디스토션이 거의 느껴지지 않게 잘 견뎌낸다.
리본 트위터 특유의 뛰어난 방열특성과 넓은 대역이 크게 기여하는 부분으로 보인다"

헤레베헤 지휘의 B단조 미사 4곡 ‘Gloria’ 중반의 코러스 투티에서도 디스토션이 거의 느껴지지 않게 잘 견뎌낸다. 대역특성과 무관하게 다수의 스피커들이 실패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리본 트위터 특유의 뛰어난 방열특성과 넓은 대역이 크게 기여하는 부분으로 보인다. 다만, 높은 대역에서의 투명감을 본 제품의 최우선의 특성으로 부각시키고 싶지 않은 이유는, 처음 이 스피커를 시청하면 다른 성향들이 먼저 눈에 뜨일 것이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본 제품의 시청은 선입관을 하나씩 지워나간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시간이 되었다. 물리적 특성으로 인한 퍼포먼스에 앞서 뛰어난 음악성으로 인해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미덕을 지니고 있는 의외의 제품이다. 어쩌면 음색만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이 스피커가 리본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성향은 필자가 이전에 C10과 같은 톨보이를 시청할 때에는 그다지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으로서, 북쉘프 스피커만의 특성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리즈에서의 변화인지, 다른 기종을 시청해보기 전에는 분명치 않다. 여하튼, 필자가 시청을 거듭할수록 궁금해지는 건 이 스피커의 크로스오버가 어떻게 나뉘어지는 지에 대해서였다. 왜냐하면 이 운치있는 중역이 알루미늄 트위터에서 나오는 것인지, 5인치 짜리 비파 유닛에서 나오는 것인지가 잘 구분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알루미늄 필름 트위터 쪽이 맞는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문제는 필자가 듣고 있는 소리와 눈으로 보이는 것과의 매칭이 잘 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이 제품의 사용자는 필자가 보기엔 디자인적인 선호도에 크게 관여될 것으로 보인다. 흔히 말하는 모던하고 미니멀한 공간에 더 잘 어울려 보이는 디자인이라 생각되는 바, 이런 인테리어를 갖춘 생활 공간, 그리고 집 밖으로 나와서 세련된 분위기의 카페나 미술관 등에 잘 어울려 보인다. 벽에 마운팅이 가능하도록 뒤쪽에 너트홀이 배치되어 있다. 제품의 박스, 표면 어디에나 잊지 않고 있는 ‘Made In Switzerland’의 기술력과 더불어 음악을 감상하기에 아주 적절한 북쉘프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필자 또한 탐이 나는 제품이다.

Design principle 2-way-system Compact loudspeaker
Recommended amplifier output 20 ~ 150 Watt
Sensitivity 89 db/W/m
Impedance 4 Ohm
Frequency range 39 Hz ~ 50 kHz
Equipment 1 X 13 cm MDS Bass, 1 LDR-tweeter
Connection WBT
Dimensions (H x W x D) 32 x 19 x 22 cm
Weight 8 kg

CONTACT : 샘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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