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F가 이미 오래 전부터 스피커 제작의 선도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해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설의 명기 BBC 모니터 시리즈는 LS3/5를 포함한 대부분이 KEF의 드라이버 유닛을 기반으로 디자인되었다. 1990년대 중반에 개발된 KEF의 Uni-Q 드라이버는 이후 모든 KEF 제품에 적용된 독특한 스피커 설계 테크놀로지다. Uni-Q 기술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중역의 재생을 담당하는 스쿼커 중심부에 트위터를 놓는 동축형 드라이버 디자인 설계인데 이를 통해 나오는 소리는 위상 정합을 이루면서 음원의 단일화를 이루어낸다. 한편 저역 재생을 담당하는 베이스 드라이버를 따로 두어 독특한 음장감과 음상을 만들어내는 것도 KEF 스피커 디자인의 특성이다. 저역의 양감을 드라이버의 크기가 아닌, 드라이버의 개수로 조절한다는 것도 특징이겠다. Uni-Q 디자인 스피커의 특성은 음장감이 좋고 음상이 또렷하면서도 리스닝 위치선정이 까다롭지 않다는 것이다. 모니터 스피커로는 제격이라고 하겠다.
이번에 소개하는 KEF의 R300 스피커는 최신 R 시리즈 제품 중에 두 번째로 작은 모델로서 3웨이 북셀프 스피커라는 기본 디자인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R 시리즈에는 본 제품 이외에도 플로어형 대형 스피커를 비롯해서 AV 시스템 구축을 위한 센터 스피커, 서브 우퍼 등이 소개되고 있다. 최근 KEF사 설립 50주년을 기념해서 제작된 “블레이드”라는 플래그십 스피커에 채용된 기본 기술을 응용했다고 한다. “블레이드”는 3웨이 6유닛의 대형 제품으로 인클로저를 강화 복합 유리로 제작했다고 소개된 화제작인데 해외가격이 3만 불이 넘는 대작이다.
R시리즈가 “블레이드”로부터 가져온 기본기술을 요약하면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재질로 만들어진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서라운드 트위터라는 별칭이 붙은 바람개비 모양의 Z플렉스 트위터, 이들을 조합한 UNi-Q 드라이버, 다이캐스트로 제작된 베이스 드라이버, 그리고 고급 알루미늄 보이스코일 등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기존 KEF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최신 기술과 부품을 조화시켰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R300은 후면에 닥트가 있는 베이스 리플렉스 형식으로 5인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6.5인치 베이스 드라이버, 그리고 1인치규격의 트위터로 구성되었다. 8옴에 88db 감도라서 울리기 쉽다고 하겠다. 후면에 노브가 있어 별도의 점퍼 케이블이 없어도 고역과 저역을 나누어 바이앰핑, 바이와이어링을 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외부 피아노 마감도 고급스럽다.
한편 세팅도 무난하다. 이는 Uni-Q 동축 유닛의 특성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미드레인지 우퍼에 고역 유닛이 혼 효과를 내어주는 원리로 소리를 내는 스피커이기 때문에 유닛 자체의 지향성이 심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따라서 스피커의 기본적인 세팅 조건, 즉 리스닝 포인트와의 거리, 토인(toe-in) 각도, 그리고 스탠드의 높이 등을 맞춰내면 무난하게 반응하는 스피커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필자의 시청 환경에서는 뒷벽과의 거리를 거의 1미터에 가까이 떼어내서 30도 이상으로 토인을 했을 때 가장 명료하게 음상이 잡히면서 와이드레인지한 사운드를 만들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세팅의 관건은 트위터와 시청자의 귀를 수평으로 이루어내는 일이었는데 이는 스피커 스탠드, 혹은 리스닝 체어의 높이 등을 조절해서 쉽게 맞춰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소리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골드문트 Job300 모노블럭 앰프에 첼로 패시브 에테뉴에이터를 조합, 맥프로 노트북에 저장된 몇몇 음원 파일을 들어본다. 일단 저역의 경우 양감이 없지는 않지만 묵직하게 눌러앉는 성향은 아니라서 독특한 질감의 자연스러움을 보여주는 듯하며 고역은 선이 다소 가늘지만 나긋한 분위기를 내주어 나름대로 묘한 밸런스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보량이 많지만 왁자지껄하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도 스피커의 성향이라고 하겠다. 중역대가 다소 엷은 느낌을 주는 것도 특성이라고 하겠다. 음상의 리얼함, 정위감이 좋고, 자연스러운 음장감도 좋다.
필자로서는 중역이 다소 엷은 것이 불만이라고 할까. 이를 보정해서 본격적인 시청을 한다는 맥락에서 전체적으로 굵은 소리를 내어주는 시스템을 조합해보기로 했다. 쿼드의 프로용 기기 510 모노블럭 파워앰프, 김태성오디오 소네트 프리앰프에 소스는 스튜더 A730, 토렌스 124MK2/SME3010R 골드를 매칭 하였다. 카트리지는 EMT XSD-15, 트랜스는 시네마그(Cinemag) 제품이다. 소네트 프리앰프가 전설의 명기 마란츠 7 회로를 기반으로 제작된 기기라는 사실을 본다면 전체적으로 시스템의 성격은 “고전적”, 혹은 “회고적”이라고나 할 수도 있으리라.

본격적인 음반 시청을 해본다. 오랜만에 오디오파일 음반을 꺼내 들어보기로 하는데 레퍼런스 레코딩 레이블에서 1982년에 발표한 환상 교향곡 LP는(Reference Recording RR-11, LP) 당대 최고의 슈퍼 아날로그 디스크로서 45회전 속도 레코드로 담아낸 연주이다. 유타 교향악단을 바루잔 코지안이 지휘했는데 사실 연주가 그리 출중하지는 않다. 이 앨범을 KEF 스피커로 들어보니 공간감의 표현이 매우 훌륭한데 무대가 “홀로그래픽“하다고 말해야 할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전후 좌우 오케스트라 무대의 현장감이 무시무시할 정도. 마지막 악장의 다이내믹 콘트라스트도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다. 레코딩 엔지니어 키스 존슨의 손맛을 잘 드러내고 있다. 키스 존슨은 스펙트럴 오디오를 설계 디자인한 사람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KEF 스피커로 들어보는 본 앨범에서 스펙트럴 프리앰프의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면 과장일까.
레코딩 엔지니어의 의도를 잘 그려낸다는 판단이 들어 이번엔 숄티가 녹음한 푸치니의 토스카를 들어본다(DECCA 414 597, CD). 데카 레이블 80년대 초반의 녹음으로서 디지털 레코딩 초기의 작품이다. 이 앨범 또한 연주가 특별하다기 보다는 레코딩이 잘된 음반으로서 당대 데카 최고의 레코딩 엔지니어 제임스 로크, 존 던컬리, 존 펠로우가 공동 제작한 녹음이다. 다소 경직된 관악의 투티, 솔티 특유의 근육질 스트링의 앙상블을 귀에 거슬리지 않게 무난하게 그려내면서도 데카 오페라 레코딩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스테이지 연출 기법을 매우 생생하게 묘사해준다. KEF 스피커가 보컬 레코딩 재생을 잘 한다는 것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정보량이 많아 오버엔지니어링된 팝 장르의 음반을 듣는데도 제격이다. 밴 헤일런의 두 번째 앨범 “Van Halen 2"를 오랜만에 들어보았는데 보컬리스트 데이브 리 로스 전성기의 파괴력 있는 보컬을 생생하게 들려준다(Warner HS3312, LP). 특히 괴성을 지르는 찰나에 급박한 호흡, 그 긴장감을 그려내는 대목이 범상치 않다. 기타리스트인 에디 밴 헤일런 기타의 독특한 소노리티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Somebody Get Me a Doctor" 도입부 코드 진행의 긴장감은 압권이다. 이 음반이 이렇게 프로듀싱 완성도가 높은지 새삼 놀라게 되는데 본 앨범 프로듀서는 명장 테드 템플턴이다.
결론을 지어본다. 가격대로 본다면 보급형이라고도 하겠고, 필자도 그러한 선입견을 갖고 시청에 임했지만 “의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스피커를 발견했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스피커이다. 소화할 수 있는 음악의 스펙트럼도 넓다는 점도 본 스피커의 커다란 매력이라고 하겠다. KEF 기술력의 내공이 엿보이는 훌륭한 모니터 스피커이다.
Specification |
Design |
Three-way bass reflex |
Drive units |
Uni-Q driver array: HF: 25mm (1in.) vented aluminium dome MF: 125mm (5in.) aluminium Bass units: LF: 165mm (6.5in.) aluminium |
Frequency range (-6dB) |
42Hz - 45kHz |
Frequency response (±3dB) |
50Hz - 28kHz |
Crossover frequency |
500Hz, 2.8kHz |
Amplifier requirements |
25 - 120 W |
Sensitivity (2.83V/1m) |
88dB |
Harmonic distortion |
2nd & 3rd harmonics (90dB, 1m) <0.4% 130Hz-20kHz |
Maximum output |
110dB |
Nominal impedance |
8Ω (min. 3.2Ω) |
Weight |
12kg (26.4lbs.) |
Dimension (H x W x D) (with grille and terminal) |
385 x 210 x 345 mm (15.2 x 8.3 x 13.6 in.) |